(엑스포츠뉴스 용환주 기자) 구단의 재신임을 얻은 후벵 아모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이 '정신 승리'에 나섰다.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한 것이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포르투갈 출신 아모림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 지난 22일 스페인 빌바오의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에서 열린 2024-2025시즌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토트넘 홋스퍼를 만나 0-1로 패했다.
토트넘과 맨유는 결승 직전까지 공통점이 많았다. 자국 리그, 컵대회 성적이 처참했다.
하지만 유로파리그를 우승하면 앞선 부진을 덮을 수 있었다. 두 팀 모두 유로파리그 우승만 바라보고 있었다.
승자는 토트넘이었다. 맨유는 결승전에서 토트넘의 단단한 수비에 고전했다.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우승자 자격으로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맨유가 우승에 실패했다. 사실 이는 명예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금전적 문제도 중요하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지난 24일 "맨유는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거듭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얼마 전 유로파리그 우승 실패 후 구단 수익에 큰 타격을 입었다.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다."며 "페르난데스는 직접 구단 재정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자신이 매각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라고 설명했다.
맨유는 지금 자급이 필요하다. 구단주가 직접 어려움을 토로했다. 짐 랫클리프 맨유 공동 구단주는 지난 3월 영국 스카이스포츠 당 프로그램 '디 오버랩(The Overlap)'과의 인터뷰를 통해 "맨유 재정이 올해 말에는 파탄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번 유로파리그 우승이 간절했다. 대회 우승 상금이 목적이 아니다. 유로파리그 우승팀은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받는다.
챔피언스리그는 꿈의 무대라고 불린다. 단순히 유럽 최고 구단이 모여 경쟁하기 때문에 고평가 받는 게 아니다. 엄청난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UEFA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하면 2024-2025시즌 기준 무려 2000만 유로(약 300억원)의 상금이 붙는다. 준우승, 4강, 8강 등 각 토너먼트 진출에 따라 상금이 추가로 지급된다.
본선만 진출해도 약 1564만 유로(약 235억원)의 상금이 나온다. 이어 승리, 무승부 등으로 패하지 않으면 돈이 추가도 붙는다. 중계권 수입은 따로 들어온다. 또 경기별 수당에 시즌 결산을 마친 뒤에는 스폰서 수입금, 마케팅, 중계권, 판매금까지 별도로 받을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는 명성과 함께 돈도 챙길 수 있는 대회다.
돈이 필요한 맨유는 유로파리그 우승을 통한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진출을 원했다. 토트넘에 막혔다. 이제 큰 돈을 만질 방법은 여름 이적시장뿐이다. 또 팀에서 1000억원 이상 이적료 가치를 가진 선수는 페르난데스뿐이다.
맨유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아모림 감독은 최대한 긍정적으로 미래를 바라봤다.
영국 매체 '트리뷰나'는 27일 "맨유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15위로 마감했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아모림 감독은 긍정적인 면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알렸다.
매체에 따르면 아모림은 최근 인터뷰에서 "챔피언스리그에서 진출하지 못한 것이 좋은 성적을 내고 나온 결과를 만들고 경기를 준비하는 데 더 유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모림은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UEFA 클럽대항전 일정이 없는 건 오히려 우리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다. 실제로 맨유가 만약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으면 경기 일정이 더 빠듯해진다. 리그 일정은 주로 주말에 집중된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는 평일에 있는 만큼, 쉴 틈 없이 경기를 뛰어야 한다.
당장 이번 시즌만 봐도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맨유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하위 대회 유로파리그와 자국 대회 일정을 병행한 결과 리그 15위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맨유가 다음 시즌 자국 리그에 집중할 수 있는 건 맞지만, 수익 면에서 큰 손해가 생긴 것 또한 사실이다. 일각에서 아모림 감독의 발언을 정신 승리 취급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맨유가 다음 시즌 좋은 성적으로 돌아올지, 아니면 UEFA 클럽대항전 불참에도 불구하고 10위권 성적으로 또 한 번 망신을 당할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용환주 기자 dndhkr15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