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과거 승부조작으로 인해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던 심판이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담당하게 됐다.
지난 2005년 승부조작에 연루됐던 인물이 유럽축구연맹(UEFA)에서 주관하는 권위 높은 대회 결승전에서 휘슬을 입에 물게 됐다는 소식에 축구계가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토트넘 홋스퍼와 손흥민의 우승을 바라고 있는 팬들은 물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까지 분노하고 있다.
UEFA는 12일(한국시간) 독일 출신 펠릭스 츠바이어 심판을 오는 22일 스페인 빌바오에 위치한 산 마메스에서 열리는 2024-25시즌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의 주심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충격적인 결정이다. 츠바이어 심판이 과거 승부조작에 가담해 뇌물을 받아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이력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스포츠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른 사람이, 그것도 한 대회의 결승전을 주관하게 됐다는 소식에 축구계가 술렁이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UEFA의 발표 직후 "유로파리그 결승전 심판으로 승부조작범이 임명됐다. 그는 주드 벨링엄이 가장 싫어하는 심판이자, 뇌물 수수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빌바오에서 열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의 심판으로 선임됐다"고 대서특필했다.
언론은 "승부조작 스캔들에 연루돼 한때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던 펠릭스 츠바이어 심판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트넘 간의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주관하게 됐다. UEFA는 월요일 츠바이어가 다음 주 수요일 빌바오의 산 마메스에서 열리는 경기를 주관한다는 걸 확정했다"며 "43세인 츠바이어는 2006년 로버트 호이저의 보조로 일하며 250파운드(약 4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독일축구협회에서 6개월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2004년 독일축구연맹(DFB) 소속 심판이 된 츠바이어는 2007년 2. 분데스리가(독일 2부리그)를 시작으로 2009년부터는 분데스리가 경기를 주관했고, 2012년부터는 국제축구연맹(FIFA) 소속 심판으로 활동하며 국제 대회도 맡기 시작했다. 그는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당시 비디오판독(VAR) 심판을 지내기도 했다.
츠바이어의 심판으로서의 명예는 2005년 크게 추락했다. 그는 2004년 5월 열린 베르더 브레멘 아마토레와 부퍼탈레 SV의 경기에서 부퍼탈레 측에 우호적인 판정을 내리라는 호이저의 지시를 받고 그대로 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츠바이어는 250만 파운드, 유로로는 300만 유로(약 47만원)의 금품을 뇌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5~6년 사이 승부조작 스캔들에 연루됐음에도 그가 지금까지 심판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당시 츠바이어가 승부조작을 밀고했기 때문이다. 독일축구협회는 승부조작을 주도했던 호이저에게 심판 자격을 영구 정지시킨 것과 달리 츠바이어에게는 6개월 자격정지 처분만 내렸다.
이후 츠바이어는 계속 분데스리가 심판으로 활동하면서 2023 UEFA 네이션스리그 결승전, 2024 UEFA 네이션스리그 준결승, 그리고 지난주 파리 생제르맹(PSG)과 아스널의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등 중요한 경기에서 주심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승부조작이 아니더라도 츠바이어는 분데스리가 팬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심판으로 통하고 있다. 그는 종종 경기에서 납득하기 힘든 판정을 내려 팬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데일리 메일'은 츠바이어를 두고 '벨링엄이 가장 싫어하는 심판'이라고 표현했는데, 구체적인 배경을 파악하려면 현재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벨링엄이 분데스리가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활약하던 2021년으로 시계를 돌려야 한다.
당시 도르트문트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를 주관한 츠바이어 심판은 명백한 페널티킥 상황에도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거나, 선수가 큰 부상을 당해 쓰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을 늦게 부르는 등 경기 운영에서 전반적으로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츠바이어에게 분노한 벨링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심판 판정을 비난하면서 그의 승부조작 가담 이력을 언급해 DFB로부터 3만4000파운드(약 6400만원)의 벌금 징계를 받았다.
벨링엄은 경기 직후 생방송으로 송출되는 TV 인터뷰에서 "경기에서는 많은 판정이 있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경험이 있는 심판이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를 맡는 건데, 뭘 기대하겠나?"라며 츠바이어 심판을 맹렬하게 비난했고, 결국 벌금을 냈다.
'데일리 메일'은 츠바이어가 승부조작 스캔들 이후 명예를 회복해 UEFA에서 신뢰받는 심판 중 하나가 됐다면서도 "그럼에도 부룩하고 유럽축구에서 가장 큰 경기 중 하나에 그를 내보내는 것은 여전히 축구계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츠바이어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트넘의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맡게 된 것이 논란으로 이어진 이유다. 특히 팬들은 한국에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두 프리미어리그 구단의 맞대결에서 특정 구단이 판정으로 인한 피해를 입을까 걱정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츠바이어가 담당한 경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패배가 없다. 토트넘은 충분히 신경이 쓰일 만한 대목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