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한화 이글스의 'FA 이적생' 심우준이 타격에 대한 깊은 고민을 드러냈다. 팀의 승리를 이끄는 싹쓸이 2루타를 치고도 크게 웃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화 이글스는 7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10-6 승리를 거두고 3259일 만에 삼성전 싹쓸이를 달성했다. 2005년 6월 4일~14일 이후 7267일 만에 기록한 9연승이었다. 또한 공동 1위였던 LG 트윈스가 두산 베어스에게 패하며 단독 1위의 기쁨까지 함께 안았다.
이날 유격수 겸 9번타자로 선발 출전한 심우준은 3타수 1안타 3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팀이 4-2로 앞서다 한 점을 더 추가해 5-2를 만든 7회말,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심우준은 삼성 김재윤을 만나 볼카운트 2-2에서 6구 슬라이더를 타격,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치고 주자를 모두 불러들였다. 심우준의 2루타로 8-2로 점수를 벌린 한화는 곧바로 나온 이원석의 투런포로 달아난 뒤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만난 심우준은 취재진에게 "좀 잘해서 와야 하는데"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날 전 경기까지 심우준의 타율은 0.159. 수비와 주루에서는 매 경기 감탄을 자아내지만, 스스로는 '더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듯했다. 광주 KIA전에서 타구에 어깨를 맞은 후 몸 상태를 묻는 말에도 "타격이 스트레스"라고 답할 정도로 고민이 깊어 보였다.
심우준은 "솔직히 말하면 많이 힘들다"면서 "안 맞으면 소리라도 지르고 그래야 하는데, 팀이 계속 잘 나가고 있어서 그것도 조심스럽다. 혼자 스트레스를 막 쌓고 있으니까 그게 좀 많이 힘들다. 어떻게든 팀에 피해 안 가게 하려고 혼자 끙끙 앓고 있는 중이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개인 성적은 물론 신경은 쓰지만 그렇게 크게 생각은 안 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중요한 상황에 투수들도 편하게 하게끔 안타도 치고 그래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특히 타이트한 경기가 많다 보니까 그래서 좀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면서 "그걸 표현 안 하려고 하고, 수비에서 티를 안 내려고 더 집중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도 어딘가에서 풀어야 하지 않겠냐"는 질문엔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더 참아야 한다. 팀이 잘 나갈수록 무조건 참아야 한다. 사소한 것 하나에 팀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무조건 참는다. 못 참고 혼자 화내더라도, 아무도 없는 데서 화낸다. KT 때부터 그랬다"고 설명했다.
이날 심우준은 2루타 외에도 빠른 발을 앞세워 상대의 실책을 유도, 출루에 성공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 장점이 뚜렷한 선수. "그런 거라도 해서 상대 실수를 유발해야 한다"고 웃은 심우주는 이내 "근데 모르겠다. 땅볼을 치려고 하면 정면으로 가고, 땅볼이 너무 많이 나와서 띄우려고 하면 너무 뜬공이 나온다. 스스로 문제점을 못 찾고 있어서, 타격코치님과 얘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수비 하나로도 존재감을 증명하는 선수인 만큼, 실마리만 잡히면 누구보다 위협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 심우준은 "수비는 투수들이 워낙 좋기 때문에 집중을 안 할 수가 없다"면서 "그래도 야구선수인데 너무 수비에만 집중되어 있다. 앞으로 팬분들이 편하게 보실 수 있게 앞으로 더 잘 치겠다"면서 "그동안 너무 쌓여 있어 안타 하나로 다 풀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나도 조금씩 올라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한화 이글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