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나승엽이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한화 이글스)을 무너뜨렸다.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쳐내면서 한화의 9연승을 저지했다.
롯데는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와의 팀 간 4차전에서 5-3으로 이겼다. 전날 4-6 패배를 설욕하고 한화와의 2025 시즌 상대 전적에서 3승 1패의 우위를 유지했다.
먼저 점수를 낸 팀은 한화였다. 한화는 이날 2회초 노시환의 안타와 채은성, 이진영의 연속 볼넷으로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임종찬이 삼진, 최재훈이 내야 뜬공으로 잡혔으나 심우준의 내야 안타와 안치홍의 2타점 적시타로 3점을 얻었다.
그러나 롯데가 4회 윤동희의 솔로 홈런으로 추격전을 벌였다. 6회엔 황성빈, 윤동희의 연속 안타에 이은 고승민의 희생 번트로 1사 2, 3루를 만들었다.
이 때 한화 선발투수 류현진은 빅터 레이예스를 자동 고의사구로 보냈다. 하지만 이어진 1사 만루에서 나승엽이 2타점 적시타를 때려 동점에 성공한 뒤 전준우의 내야 땅볼로 4-3, 역전까지 내달렸다.
롯데는 8회말 한 점 더 달아나 승기를 굳혔다.
나승엽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는 이날 5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출전, 4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한 개의 안타가 멀티 히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영양가 만점의 한 방이었다.
나승엽은 게임 초반 한화 선발투수 류현진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다. 1회말 첫 타석에서는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3구 삼진으로 물러났다. 노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류현진의 3구가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낮은 코스로 완벽하게 제구되면서 배트를 내지 못하고 루킹 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나승엽은 두 번째 타석에서도 류현진에게 삼진을 당했다. 롯데가 1-3으로 뒤진 4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풀카운트 승부 끝에 루킹 삼진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류현진의 6구째 139km/h짜리 컷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으로 꽉 차게 들어가면서 배트를 낼 수 없었다.
나승엽은 대신 승부처에서 침묵을 깼다. 롯데는 1-3으로 끌려가던 6회말 1사 2·3루에서 한화 벤치와 류현진은 빅터 레이예스를 자동 고의사구로 거르는 승부수를 던졌다. 류현진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던 나승엽과 맞붙는 걸 택했다.
나승엽은 한화의 선택을 후회하게 만들었다. 류현진의 초구 134km/h짜리 초구 체인지업을 공략, 1루수 옆을 꿰뚫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스코어를 3-3 동점으로 만들었다.
롯데는 계속된 1사 1·3루에서 전준우의 유격수 땅볼 때 3루 주자의 득점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나승엽의 2타점 적시타가 게임 흐름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나승엽은 경기 종료 후 공식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레이예스를 자동 고의사구로 거르고 자신과 승부를 택한 한화의 선택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나승엽은 "6회말 타석 때는 1루가 비어 있었기 때문에 레이예스를 거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내가 류현진 선배에게 약했기 때문에 예상하고 있었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배트를 돌리자는 마음을 먹고 타석에 들어갔다"라고 돌아봤다.
또 "초구부터 비슷하면 배트를 돌리려고 했다. 류현진 선배가 워낙 공이 좋고 잘 던지고 계셔서 카운트가 불리해지면 적극적으로 치려는 마음이었다. 레이예스를 거르고 나와 승부를 택한 부분에 화가 나거나 그런 건 없었지만 자신감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나승엽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는 순간 팀 9연승 도전은 물론 선발투수 9연승 요건이 사라졌다. 나승엽은 한화의 구단 자체 기록 경신에 희생양이 되기 싫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나승엽은 "롯데가 최근 연패가 없었다. 오늘 게임 전에도 선수들끼리 연패를 절대 당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했다"며 "한화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한화 연승을 저지할 수 있어 좋았다"고 덧붙였다.
롯데는 여세를 몰아 두산과 잠실 원정 3연전에 나선다. 두산과의 주말 시리즈 결과에 따라 2위 탈환도 충분히 가능하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