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늦은 나이에 유럽 무대에 도전한 국가대표 풀백 이명재가 드디어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2월 K리그1 울산HD를 떠나 버밍엄 시티에 입단한 이명재는 한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안타까움을 샀지만, 버밍엄 시티의 리그 우승이 확정된 뒤 잔여 경기에서 기회를 받아 마침내 꿈꾸던 영국 3부리그 무대를 밟았다.
크리스 데이비스 감독이 지휘하는 버밍엄 시티는 19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 위치한 세인트 앤드류스 경기장에서 열린 크롤리 타운과의 2024-25시즌 잉글랜드 리그원(3부리그) 43라운드 홈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버밍엄 시티는 지난 9일 피터버러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하며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승격을 확정한 데 이어 12일 렉섬과 위건 애슬레틱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면서 리그원 우승을 차지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 경기의 중요성은 크지 않았다.
데이비스 감독은 크롤리 타운전을 통해 그동안 자주 출전하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이명재 역시 이 경기에서 후반 25분경 교체 투입되며 자신의 잉글랜드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이명재는 후반 25분경 알렉스 코크레인 대신 들어가 약 20여분간 경기장을 누볐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이명재는 20여분 동안 터치 20회, 패스 성공률 92%(12/13), 크로스 시도 2회, 긴 패스 성공 1회(2회 시도) 등을 기록하며 평점 6.6점을 받았다. 대단히 잘한 것은 아니지만 무난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이번 경기가 이명재의 버밍엄 시티 소속 첫 출전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명재는 지난 2월 자유계약(FA)을 통해 버밍엄 시티 유니폼을 입었다. 울산 시절 K리그1 최고의 풀백으로 꼽히던 그는 재계약과 이적 사이에서 고민하던 와중 버밍엄 시티의 제안이 들어오자 31세의 나이에 유럽 도전을 선택했다. 일반적으로 30대 선수들은 중국이나 중동, 혹은 일본으로 이적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명재의 유럽행은 그야말로 '깜짝 이적'이었다.
당시 버밍엄 시티는 주전 풀백 리 뷰캐넌이 부상을 당해 풀백 매물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마침 FA로 풀려난 이명재가 적합한 매물이라고 판단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버밍엄 시티의 주축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는 백승호 덕에 한국 선수에게 열려 있고, 백승호와 이명재 사이에 연결점이 있다는 점도 도움이 됐다.
버밍엄 시티는 "한국 국가대표로 7경기를 소화한 이명재는 우리의 바쁜 일정을 앞두고 수비진에서 선택지를 늘려줄 것"이라며 이명재에 대해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늦깎이 유럽파가 된 이명재도 "(버밍엄의 관심을 접하고) 일주일 정도 된 것 같다.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합류하게 돼 기쁘다"며 자신의 첫 유럽 생활의 문을 열게 돼 기뻐했다.
팬들은 또 다른 유럽파의 탄생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이명재는 버밍엄 시티 이적 후 약 세 달 동안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스승 홍명보 감독에 의해 국가대표팀에도 선발됐던 이명재는 한동안 대표팀과도 거리가 멀어졌다. 이명재가 국가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한 사이에 포항 스틸러스의 이태석이 매섭게 치고 올라와 대표팀 레프트백 포지션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명재가 데이비스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국 매체 '풋볼 리그 월드'는 지난 6일 "이명재는 지난 몇 달 동안 실망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알렉스 코크레인이 레프트백 역할을 꾸준히 수행한 탓에 이명재는 주전 경쟁에서 멀어졌다"고 설명했다.
버밍엄 시티와 단기 계약을 맺었던 이명재의 유럽 도전은 그렇게 '출전 0회'로 끝나는 듯했으나, 팀이 승격과 리그 우승을 조기에 확정 지으면서 마침내 기회를 받게 됐다. 20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명재는 마침내 꿈에 그리던 유럽 무대를 밟았다.
아직 이번 시즌 리그 일정이 5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명재가 기회를 받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음 시즌 챔피언십에서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도전할 예정인 버밍엄 시티 입장에서는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고려해 무리하게 투입시키는 대신 그동안 출전하지 못했던 선수들을 기용해 기량을 점검할 공산이 크다. 이명재에게도 기회가 더 주어질 수 있는 것이다.
남은 5경기는 이명재에게는 중요한 일정이다. 이명재가 버밍엄 시티 입단 이후 출전 명단에서 멀어지면서 이번 시즌이 끝난 뒤 팀을 떠날 거라는 전망이 굳어졌는데, 이명재에게 남은 리그 일정은 이런 부정적인 여론을 반전시킬 기회나 다름없다.
사진=버밍엄 시티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