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용환주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가 결국 철거된다. 이후 새로운 홈구장이 건설된다.
맨유는 지난 11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사이트를 통해 새로운 홈구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새 구장 신축을 확정했다면서 1910년 이후 115년간 홈구장이던 올드 트래포드 인근에 이를 대체할 새 경기장을 짓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올드 트래포드는 1910년에 지어졌다. 115년의 전통을 자랑하며 웸블리와 함께 영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디움이 됐고, 특히 1992년 창설된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유가 13차례 우승하는 공간으로 사랑을 받았다.
1966년 잉글랜드의 월드컵 우승을 이끈 축구 전설 바비 찰턴은 '꿈의 극장'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지금은 전 세계 축구 팬들이 한 번은 찾고 싶은 구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축구와도 인연이 깊다. 박지성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맨유에서 7시즌을 활약하면서 홈구장으로 올드 트래포드 곳곳을 누볐다.
지난 2012년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4강에 올라 브라질과 준결승을 치렀던 곳이다. 비록 패하고 3~4위전으로 갔지만 한국 축구 사상 최초의 올림픽 동메달 획득 과정에 올드 트래포드가 있다.
그러나 지금의 올드 트래포드는 2013년 이후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없는 맨유의 몰락을 알리는 또 다른 상징물이 되고 있다.
비가 오면 천장에서 빗물이 새는 바람에 관중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었다. 구장 식당 등에선 쥐들이 들끓는다는 목격담까지 제기될 정도였다.
맨유의 모든 역사가 만들어진 올드 트래포드가 철거된다. 수많은 축구 팬들이 아쉬움을 표현했다. 올드 트래퍼드는 웸블리와 함께 축구종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축구장이었기 때문이다.
맨유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다. 맨유는 공식 사이트에 "해당 프로젝트의 타당성을 두고 5만 명이 넘는 맨유 팬들에에게 설문조사를 했다"라고 공지했고 90% 이상의 팬들이 지금 경기장을 손봐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신축 혹은 증축 여부인데 맨유에 따르면 설문 결과는 재건축 희망이 52%로 우세했다. 기존 구장 증축이 31%, 잘 모르겠다는 17%였다. 재건축을 희망하는 팬들이 가장 많았다.
결국 맨유는 새 둥지를 만들기로 했다. 그것도 아주 거대하게 만들 계획이다.
기존 올드 트래포드는 영국에서 가장 수용 좌석이 두 번째로 많은 구장이었지만 '새 올드 트래포드'는 10만 명을 품는 압도적인 규모의 스타디움으로 위용을 자랑하며 영국 축구의 성지로 불리는 웸블리를 뛰어넘어 축구종가에서 가장 큰 규모의 스타디움이 될 전망이다.
짐 랫클리프 맨유 공동 구단주는 현 올드 트래포드 개보수, 새 구장 건설 등 여러 방안을 놓고 논의한 뒤 "현재 경기장이 115년간 훌륭한 일을 해냈지만, 세계 최고의 경기장에는 뒤처진다"며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이고 인정받는 스타디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맨유는 이번 경기장 건설을 통해 맨체스터 지역 사회의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자세다. 지역 재개발 프로젝트가 영국 경제에 매년 73억 파운드(약 13조7000억원)의 부가 가치와 일자리 9만2000개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영국 매체 '더선'은 "이번 홈구장 건설 관련 프로젝트는 맨체스터라는 도시에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교육 등 여러 분야 산업에서 혁신을 주도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세계적인 축구 구장 올드 트래퍼드가 재활성화되기 위한 촉매의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콘셉트 이미지를 보면 구장에는 빗물과 태양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캐노피가 설치되며 200m 높이의 돛대 3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구장 가치는 약 24억 유로(3조 8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축구 소식을 전하는 '풋붐'에 따르면 맨유는 새로운 홈구장을 2031년까지 완공해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전했다.
맨체스터 시장도 새로운 홈구장 건설 계획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골닷컴'에 따르면 맨체스터 시장 앤디 버넘그레이터는 "이 제안은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가장 큰 도시 재생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올드 트래퍼드 뿐 아니라 도시 전체의 성장을 10년은 빠르게 해줄 중요한 프로젝트다"라며 맨유의 계획에 기대감을 표현했다고 한다.
물론 걱정도 존재한다. 맨유는 최근 랫클리프 구단주가 "내가 오지 않았다면 아마 현금이 지금 바닥났을 것"이라고 주장할 만큼 방만 경영으로 구단 채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맨유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메이저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만큼 부진하다보니 들어와야 할 수입이 들어오지 않아 생긴 일이다.
게다가 인토니, 라스무스 회이룬, 타세미루, 안데르 오나나 등 200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고액 선수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하면서 축구단이 돈 쓰는 하마가 됐다.
그런데 축구딘 부진 후폭풍이 구단 직원들에게 미쳐서 맨유는 최근 200명씩 2차례에 걸친 직원 정리해고를 하고 있다.
맨유는 현재 10억 파운드(1조 9000억원) 이상의 부채를 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3조원 이상이 들어가는 신구장 건설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
일단 랫클리프는 "정부 지원 없이도 경기장 건설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했으나 결국 금융권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이자 비용이 예상된다.
이미 선수단의 수준이 프리미어리그 빅4에 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맨유가 새 구장을 파열음 없이 완공하는가는 큰 숙제가 될 전망이다.
사진=맨유 공식 사이트 캡처 / X
용환주 기자 dndhkr15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