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첫 도전은 두려움을 수반한다. 그러나 이를 해냈을 때 몇 배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배우 공승연이 데뷔 후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했다. 서울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공연 중인 ‘꽃의 비밀’을 통해서다.
모니카 역을 맡은 공승연은 개막 전 관객을 만날 생각에 겁을 먹어 악몽을 꿨다고 밝힌 바 있는데, 공연이 시작된 뒤 악몽이 사라졌다며 빙긋 웃었다.
“대신 관객들의 표정이나 반응들을 보며 더 긴장을 하고 떨리더라고요. 낮 공연에서는 반응이 좋았는데 저녁 공연에서는 반응이 좀 없으면 ‘이 부분에서 왜 안 웃어주지’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공연마다 관객의 웃음 소리를 체크해요.
사실 커튼콜 때 내가 여기 서 있는 게 혼자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 좌절하기도 했어요. 다들 공승연이란 배우가 엄청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는 걸 아는데 그게 무대 위에서 너무 티 나지 않으면 좋겠더라고요.”
회차를 거듭할수록 여유를 찾아가고 있단다.
“이제는 재밌어요. (자스민이) '이거 안 뜨거워요'라며 지금 하는 게 연극인 걸 알려주는 장면이 있는데 관객에게 손을 흔드는 제스처를 하기로 했거든요. 예전에는 ‘난 안 보인다’ 하면서 일부러 초점을 안 맞췄는데 지금은 관객들을 볼 수 있게 됐어요. 관객의 반응에 따라 연기가 달라지고 힘을 얻어요. 배우들도 신나서 어떻게든 재밌게 하려고 하고요.”
올해 10주년을 맞은 장진 감독의 ‘꽃의 비밀’은 이탈리아 북서부의 작은 마을 빌라페로사를 배경으로 축구에 빠져 집안일을 소홀히 하던 가부장적인 남편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유쾌한 코미디극이다.
“망가지는 연기요? 괜찮아요. 너무 재밌어요. 무대 리허설 때 찍은 사진들이 있는데 얼굴이 너무 웃기게 나온 거예요. (소속사) 홍보팀에서 삭제해 주셨는데 저는 너무 좋았어요. 코미디는 타이밍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코미디극이라고 해서 일부러 코미디를 하려고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대사와 상황 자체가 이미 코미디라서 진지하게만 임하자 했어요.”
주부들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작전은 단순한 웃음을 넘어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기대되는 전통적 역할을 거부하는 모습으로 공감을 자아낸다.
"'꽃의 비밀'이 지금 시대를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배경 자체도 이탈리아의 작은 시골 마을, 남자들이 없으면 일을 못하는 동네라고 생각했거든요. 감독님이 이게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고 사는 여자들, 이게 일상인 여자들이라고 하셔서 저희는 어떤 걸 풍자해야겠다는 생각을 크게 하진 않았어요."
공승연이 맡은 모니카는 예술학교 연기 전공 출신으로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인물이다. 무솔리니(유럽 최초의 파시스트 지도자) 연기부터 남장, 직장 내시경 검사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배우 이연희, 안소희와 트리플캐스팅됐다.
“소희가 하면 애교 있어 보이고 연희 언니가 하면 따듯해 보여요. 나는 다른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좀 더 중성적인 모습을 살려보자 했어요. 소희, 연희 언니 모니카보다 저음이라서 남자 역할을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오히려 중간에 무솔리니를 연상시키는 게 튀어나왔으면 좋겠다, 조금 더 속 안에 잠재된 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죠. 억누르고 ‘난 예쁜 여자야’ 하고 사는데 중성적인 모습이 튀어나왔으면 좋겠더라고요.”
모니카는 과거 유명 배우로 인기 스타가 될 뻔했지만 졸업 작품에서 무솔리니를 연기한 탓에 꿈이 좌절되고 주부로 살고 있다.
“공연 직전까지 무솔리니 연기에 대해 다들 너무 고민을 많이 했어요. 너무 힘든 장면이기도 하고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잘해야 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우면 안 되니까 그런 걸 찾기가 되게 힘들었어요. 아직도 고민하고 있어요. 과연 괜찮은 걸까. 첫 대사를 내뱉기 전에 잘해보자 하는데 아직도 고민 중이고 모든 모니카들이 힘들어하고 서로 보면서 자극 받고 있어요.
저는 무솔리니를 진지하게 했는데 다들 웃더라고요. 감독님이 무솔리니 할 때나 여러 가지 막히는 게 있으면 ‘내가 만들어줄게, 내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겠어’라고 하면서 조금씩 팁을 주세요. 그렇게 하다보면 풀릴 때가 있어요.”
공승연은 2012년 CF로 데뷔해 영화 '별리섬', '혼자 사는 사람들', '핸섬가이즈', '데드라인',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마스터-국수의 신', '내성적인 보스', '너도 인간이니?',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불가살', '소방서 옆 경찰서',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 등 주로 TV와 영화에서 활약했다.
‘꽃의 비밀’로 첫 연극까지 영역을 확장한 공승연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연극에 또 도전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너무 재밌어요. 무대에 올라가는 것도 너무 재밌지만 연습하는 기간이 재밌었어요. 사실 매체 배우, 무대 배우의 경계가 없어진 것 같아요. 연기하는 것도 똑같아요. 무대도 갔다가 영화도 가고 매체도 가고 넘나드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사진= 바로엔터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