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토트넘 홋스퍼 캡틴 손흥민이 일본 수비수 마이쿠마 세이야에게 완전히 봉쇄당하며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토트넘도 알크마르 원정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패배를 떠안았다.
손흥민을 꽁꽁 틀어막은 마이쿠마는 일본은 물론 네덜란드 현지 매체의 호평을 받으며 이 경기 최고의 스타가 됐다.
네덜란드 매체 부트발프리미어는 7일(한국시간) "손흥민은 전반전 45분 동안 마이쿠마의 주머니 안에서 보냈다. 마이쿠마는 완벽하게 플레이했다. 하프타임에 한국 스타가 스트르라이커로 포지션을 변경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이날 네덜란드 알크마르에 위치한 AFAS 경기장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16강 1차전에서 AZ 알크마르에 0-1로 패했다.
전반 18분 알크마르의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에 가담했던 18세 미드필더 루카스 베리발이 상대의 빗맞은 슈팅을 걷어내려다 자책골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이날 토트넘의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주장 손흥민도 부진했다.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해 후반에는 최전방 공격수로 이동했으나 72분을 뛰면서도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전반 16분 왼발 슈팅이 수비벽에 막혔고, 31분 오른발 슈팅도 상대 수비를 넘지 못했다. 34분 프리킥 상황에서는 제임스 매디슨과 약속된 세트피스 전술을 시도했지만 호흡이 맞지 않아 허무하게 공을 내줬다. 후반 7분 감아차기 슈팅마저 골대를 벗어나며 끝내 이렇다 할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손흥민을 봉쇄한 건 일본 출신의 마이쿠마였다. 오른쪽 풀백으로 나선 마이쿠마는 경기 내내 손흥민을 철저히 막아냈고, 손흥민은 효과적인 돌파 한 번 해내지 못한 채 후반 27분 교체됐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손흥민의 기대 득점(xG)과 기대 어시스트(xA) 합산 수치는 0.32에 그쳤으며, 유효 슈팅 0개, 드리블 성공률 33%, 결정적 기회 창출 0회를 기록했다. 크로스 정확도는 50%였으나 롱볼 성공률은 0%였다. 수비 기여도도 미미했다. 태클 성공은 0회, 지상 경합 승률도 50%에 불과했다.
경기 후 혹평이 쏟아진 건 당연했다. 영국 풋볼런던은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은 선발 출전한 왼쪽 윙어 자리에서나 후반전 톱에서나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안쪽으로 파고 들어 높이 날아간 슛 하나가 전부"라며 팀 내 최저 평점인 3점을 줬다.
토트넘 소식을 전하는 스퍼스웹은 "손흥민은 전반전에 공격 기회를 낭비했고, 슈팅이 계속 막히는 등 매우 부진했다. 후반전 이후 중앙으로 이동한 후에는 존재감이 없었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부족했다"며 2점을 부여했다.
토트넘 홋스퍼 뉴스 또한 "토트넘이 그를 가장 필요로 했을 때 손흥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이번 시즌 공통된 모습이었다"며 "기대했던 수준과는 크게 떨어진 선수였다. 손흥민이 이번 시즌 비판 받고 있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었다"고 평점 4점을 줬다.
과거 토트넘에서 활약한 제이미 오하라는 중계 방송사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손흥민은 뒷공간을 노리는 움직임도 없었고, 존재감이 없었다. 토트넘도 무기력했다"며 혹평을 쏟아냈다.
반면, 마이쿠마는 호평일색이었다. 네덜란드 매체 AZ알레츠는 "마이쿠마가 이번 경기 최고의 선수였다. 손흥민을 자신의 공간 안에 가뒀고, 드리블과 패스 모두 완벽했다. 모든 공을 차지하기 위해 싸웠다"고 평가했다.
일본 매체 사커다이제스트는 "손흥민은 마이쿠마와 맞붙어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토트넘에서 특히 혹평을 받고 있는 것은 전반전 내내 오른쪽 풀백 마이쿠마와 대결해 고전한 한국 대표 손흥민이었다"고 전했다.
손흥민도 이번 경기 결과가 실망스러웠다고 인정했다.
손흥민은 "경기력 면에서 우리가 보여줘야 할 수준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다"면서 "나를 포함해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 다음 주 열리는 가장 큰 경기를 앞두고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다. 우리는 엉성했고, 제대로 된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모두가 실망했고,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변명은 없다. 충분히 좋지 않았다"라면서도 "하지만 아직 한 골 차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훨씬 나아져야 한다"고 더 나은 경기력을 다짐했다.
한편, 토트넘은 오는 14일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두 골 차 이상의 승리를 거둬야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리그에서는 13위로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고, 리그컵과 FA컵 모두 탈락한 상황에서 유로파리그가 사실상 마지막 희망이다. 하지만 1차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으로는 쉽지 않은 도전이 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