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서울 대회' 남자 1500m 준결승 2조 경기, 대한민국 장성우가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장성우(화성시청)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6차 대회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성우는 1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사고 포럼에서 열린 2024-2025 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6차대회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20초217의 기록으로 옌스 반트바우트(네덜란드·2분19초930), 하야시 고세이(일본·2분20초124)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선수들로선 내년 올림픽 경기장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빙질과 현장 분위기를 익히는 게 대표팀의 최대 과제다.
준결승 2조에서 2위로 결승행 티켓을 거머쥔 장성우는 레이스 초반 상대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4바퀴가 남은 시점에 아웃코스를 활용해 앞으로 치고 나갔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인코스를 파고들어 3위 탈환에 성공했다.
마지막 바퀴에서 속도를 높인 장성우는 더 이상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동메달을 획득하는 데 만족했다. 4위 피에트로 시겔(이탈리아)과의 격차는 0.009초 차에 불과했다.

대한민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단이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대표팀 장성우가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2002년생 장성우는 수년간 기대주로 주목받았으며, 이달 초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을 통해 존재감을 알렸다. 혼성 2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데 이어 남자 1500m, 500m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남자 1000m에서 금메달 1개를 추가했다.
지난 10일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장성우는 "많이 노력하고, 좋은 경기를 펼치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 준비한 만큼, 목표한 만큼 좋은 성적으로 마치고 돌아올 수 있어서 기쁘다"며 "국민들께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앞으로 남은 시즌과 내년 동계올림픽까지 좋은 기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메달이 다 소중하지만, 아무래도 1000m 금메달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뒤 처음으로 (개인 종목에서) 획득한 금메달이라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며 "항상 열심히 하고 노력하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번 대회를 계기로 더 열심히 노력하고 달려나갈 수 있는 동기부여를 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15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서울 대회' 여자 500m 결승 경기, 대한민국 김길리가 4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다만 대표팀은 같은 날 진행된 다른 종목에서 입상에 실패했다. 김길리(성남시청)와 심석희(서울시청)는 여자 1500m 준준결승에서 탈락했고, 같은 종목에 출전한 노도희(화성시청)는 15일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남자 500m에서도 결승행 티켓을 차지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패자부활전을 거친 박지원(서울시청)은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박장혁(스포츠토토)과 김태성(화성시청)도 각각 준준결승 탈락, 예선 탈락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대표팀은 계주에서도 부진했다.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3관왕' 최민정(성남시청), 노도희, 심석희, 이소연(스포츠토토)은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 2조에서 3위에 그쳤고, 혼성 2000m 계주, 남자 5000m 계주는 지난 15일 준준결승에서 탈락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체력이다. 대표팀은 지난 10일 귀국한 뒤 이튿날 이탈리아로 다시 출국하는 등 다소 어려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대표팀 입장에서는 올림픽 준비를 위해 이번 대회를 포기할 수 없었다.

8일 오후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 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500m 결승, 경기 후 중국 쑨룽(왼쪽)과 린샤오쥔(오른쪽)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한편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쑨룽은 남자 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결승에 나선 5명 중에서 40초777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쑨룽은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지난 9일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지나가던 쑨룽은 "더럽다, 더러워"라고 크게 소리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인터뷰를 통해서 "판정에 대해 말하자면, 난 박지원을 밀지 않았다. 이게 왜 반칙인가"라고 반문한 뒤 "공정한 판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쇼트트랙의 재미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국을 비난했다.
쑨룽이 분노를 표출한 건 9일 남자 1000m 결승, 남자 5000m 계주에서 나온 장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쑨룽은 남자 1000m 결승 도중 박지원과 몸싸움을 하다가 넘어지면서 5위에 그쳤다. 5000m 계주 결승에서는 추월을 시도하던 린샤오쥔과 선두를 달리던 박지원이 충돌했다. 한국 때문에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게 쑨룽의 생각이었다.
쑨룽은 '밀어주기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8일 남자 500m 결승 도중 쑨룽이 대표팀 동료인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의 엉덩이를 밀어주는 듯한 모습이 중계화면에 포착됐다. 린샤오쥔을 밀어준 쑨룽은 가장 뒤로 밀려났고, 린샤오쥔은 41초150으로 금메달을 얻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규정 295조 2항에 따르면, 쇼트트랙 선수들은 개인 종목 경기 도중 동료로부터 밀어주기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밀어주기를 한 선수는 제재를 받아야 한다. 쑨룽의 행위는 명백한 반칙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심판 판정에 관해 15분 이내에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데, 한국은 쑨룽의 행위를 15분이 지난 뒤 안 것으로 보인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AF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