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MBC 기상캐스터 출신들이 故 오요안나 사건을 두고 한목소리를 내며 공감했다.
지난해 12월 MBC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가 2023년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뒤늦게 전해졌다.
故 오요안나는 지난 9월 세상을 떠났으며 최근 휴대전화에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고 고인이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유서에는 특정 동료 기상캐스터 2명에게 받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인이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렸으나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 고인의 유족은 함께 일했던 동료들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MBC 기상캐스터 출신 배우 김혜은은 10일 백지연의 유튜브 '지금백지연'을 통해 기상캐스터를 그만둔 이유를 밝혔다.
1973년생인 김혜은은 1997년 청주 MBC 아나운서로 방송 활동을 시작한 뒤 서울 MBC로 올라와 뉴스데스크 메인 기상캐스터로 활동해왔다.
2004년 퇴사한 후 휴식기를 거친 뒤에 배우로 전향, 현재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활발히 활약 중이다.
김혜은은 "지금 처음 얘기하는데 내가 후배들을 뽑았다. 내 기수 다음에 한명을 뽑고 그 다음 기수로 세 명을 뽑았는데 현충일에 면접을 봤다. 내가 그날 근무가 아니었다. 면접하면 MBC에 다 공개한다. 내가 CF도 하고 드라마도 하니 애들은 나처럼 되고 싶은 거다. 거기 있는 애들이 김혜은 기상캐스터처럼 되고 싶다는 걸 걸 얘기한 거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는데 지윤태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 얘기를 듣는 데 너무 가슴에 압박이 왔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내가 사표를 품고 다닐 때였다. 그런데 애들이 나를 보고 들어오는 거다. 내가 얘들에게 뭘 해줄 수 있지, 적어도 멋있게 나가야겠다 싶었다. 회사에서 '너 그만해'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때 나가고 박수칠 때 떠나야겠다 했다. 더 열심히 해서 실망을 끼치고 싶지 않아 정말 열심히 했다. 후배들 교육도 내가 시켰다. 얘네 들어오고 1년 정도 됐을 때 과로, 스트레스로 병이 나더라. 귀가 안 들렸다"라고 회상했다.
지난 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故오요안나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혜은은 "지금 벌어진 이런 일들을 보면서 제가 느끼는 것은"이라고 생각에 잠긴 뒤 "어느 조직이나 왕따가 있기도 하다. 있어서는 안 되는데 사람들이 있다 보면 그게 생기더라"고 했다.
"그 안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모르지만"이라고 말을 이은 김혜은은 "내가 MBC에 바라는 걸 하나를 얘기하자면 나 때는 비정규직으로 들어왔지만 내 급여가 괜찮았고 비정규직다운 비정규직이었다"라며 현재 연봉을 공개해 백지연을 놀라게 했다.
김혜은은 "날씨를 전하는 기상캐스터들에 대해 회사는 어떤 가치를 두고 있는가. 소모품처럼 상품화하는 시선으로 조직이 보고 있지는 않은가. 그 때도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곤 했었다"라며 기상캐스터를 소모품으로만 보는 내부의 시선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소신 발언했다.
MBC 기상캐스터 출신 방송인 박은지 역시 자신의 계정에 "MBC 기상캐스터 출신으로 너무 마음이 무겁습니다"라며 오요안나의 사망 기사를 캡처해 애도를 전한 바 있다.
박은지는 2005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입사해 2012년 퇴사했다. 이후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지난 2018년 재미교포 회사원과 결혼해 딸을 두고 있다.
그는 "본적은 없는 후배이지만 지금쯤은 고통받지 않길 바래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박은지는 "언니도 7년이라는 그 모진 세월 참고 또 참고 버텨봐서 알지. 그 고통이 얼마나 무섭고 외로운지. 도움이 못 되어줘서 너무 미안합니다"라고 같은 고통을 겪었음을 밝혔다. 또 "뿌리깊은 직장 내 괴롭힘 문화 이제는 끝까지 밝혀져야"라고 덧붙였다.
2005년 MBC 기상캐스터로 입사해 2010년 퇴사한 배수연도 "마음이 너무나도 아프다. MBC 그것도 내가 몸 담았던 기상팀에서 이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정말 무슨 말을 꺼내야 좋을 지 모르겠다. 매일매일 새롭게 들려오는 소식에 그저 참담할 뿐이다"라는 글을 적었다.
그는 "내가 MBC를 나오던 그 때도 그랬었지. 그들의 기준에서 한낱 프리랜서 기상캐스터였던 나의 목소리에는 어느 누구 하나 전혀 귀 기울여 주지 않았었다. 너무나도 사랑했던 일과 일터였지만 그 때 그 곳의 이면을 확실히 알게 됐었다"라고 폭로했다.
배수연은 "지금은 좀 달라졌을 줄 알았는데 어쩜 여전히 이렇게나 변함이 없다니. 제발 진상 조사를 철저히 해서 어느 누구도 억울함이 없도록 진실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요안나 후배가 부디 그 곳에서는 아프지 않기를... 꼭 한번 만날 수 있었더라면..."이라며 故 오요안나의 상황에 공감했다.
한 지인은 "맘담아 안타까움을 공유해줘서 고마움~ 안나가 대선배인 배수연 기상캐스터 꼭 만나뵙고 싶다고 했었거든~ 안나가 얘기한던 그 기억이 너무 생생해"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배수연은 "정말이지 만날 기회만 있었더라도 뭔가 힘이 되어줄 수 있었을 텐데... 정말 마음 아파요"라고 답했다.
그런가 하면 이문정은 "뭐든 양쪽 얘기를 다 듣고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글을 게재해 가해자 옹호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후 그는 "개인적인 생각을 쓴 글"이라며 "만난 적 없지만 전 직장 후배라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회사 측에서 현명한 방법으로 진실을 밝혀주길 기다린다"고 해명했다.
사진= 유튜브, 배수연, 박은지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