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호주 질롱, 조은혜 기자) 11년 차 베테랑이 된 KT 위즈 고영표에게 후배들을 이끄는 일은 이제 익숙하다. 하지만 함께했던 동료들이 하나둘 떠나간 올해는 또 다른 느낌. KT라는 팀을 처음부터 지켜본 고영표가 팀의 과거를, 또 미래를 얘기했다.
고영표는 201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10번째 심장'의 시작을 함께했고, 1군 진입 후 3년 연속 최하위부터 2021년 창단 7시즌 만의 통합우승까지 항상 팀의 역사와 함께 걸었다. 그리고 2024년 5년 총액 107억원에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하며 사실상 '종신 KT'를 선언했다.
많은 경험을 한 고영표지만 어린 시절부터 동고동락했던 심우준, 엄상백까지 FA로 이적한 올해는 새로운 감상을 안긴다. 고영표는 "좀 다른 것 같다. FA로 이적하는 선수들도 생겨나고, 팀이 10년이 넘어가는데 내가 이끌어 가는 것도 있지만 후배들이 주축이 되면서 좀 보이는 게 다른 것 같다. 내가 도와줘야 한다는 그런 생각도 갖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는 "책임감은 늘 예전부터 있었다. (비FA) 계약을 하면서 부담감이 더 생긴 것도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후배들 챙기는 건 똑같은 것 같다. 나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다같이 잘해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나도 후배들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그런 것도 나에게 공부가 된다. 배울 점이 있으면 배우고, '저런 것도 있구나' 생각하는 거다. 그렇게 같이 하면 즐겁다"고 덧붙였다.

1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 KT 위즈의 5위 결정전 경기, 7회초 KT 고영표가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고영표는 인터뷰 전에도 후배들과 한참 대화를 하고서야 자신의 훈련을 끝냈다. 고영표는 "나는 굳이 뭔가를 하지 않더라도 그냥 같이 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게 스트레스 해소가 되고 건강한 야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는 불편하다. 그냥 '나도 이랬다, 이렇게도 해봤다' 얘기하면서 서로 관심을 갖는 게 관계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고영표가 '신생팀' KT에서 오래 프로 생활을 하면서 얻은 깨달음이기도 하다. 고영표는 "어떻게 보면 KT라는 팀이 새로 생긴 팀이라 보인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때는 씨를 뿌리는 시절이었으니까. 그때 스스로 배웠던 것 같다. 혼자 스스로 해결하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공유하고 얘기하는 게 마음도 가벼워지고 배우는 것도 많아진다. 그래서 후배들이 오면 '괜찮아? 어떠니?' 하면서 더 말을 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영표는 "지금도 강한 팀들이지만, 10년 전에는 KIA나 두산 이런 팀들이 부러웠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강해질 수 있나,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그런 접근이었다.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얘기를 하는 건데, 채찍질만 하면 재미없다. 재미있어야 하고, 즐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포스트시즌'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 1회말 종료 후 KT 선발투수 고영표가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그래서 몇 번을 해도 야구를 시작하는 순간은 늘 즐겁다. 고영표는 "개막이 기다려지고, 팬들 만나는 게 기다려진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준비하고 있다. 그런 설렘이 있다. 또 베테랑이 되니까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 그런 시간들이 더욱 소중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시 한국시리즈 우승을, 수원에서 하는 장면도 꿈꾼다. "진짜 낭만적일 것 같다"고 말한 고영표는 "가을야구를 많이 해봤지만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고, 멀리 있을 수도 있다. 정말 소중했던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야구는 변수가 많은 스포츠다. 누군가 튀어나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런 게 되면 우승까지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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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