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자신을 비난했던 현지 매체의 태도를 바꾼 황희찬이다.
앞서 황희찬을 방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현지 언론이 이제는 황희찬의 복귀를 바라고 있다. 지난 블랙번 로버스와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서 울버햄튼의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황희찬이 한 개의 도움을 포함해 울버햄튼이 터트린 두 골에 모두 기여하면서 맹활약을 펼친 덕이다.
황희찬은 지난 9일(한국시간) 영국 블랙번에 위치한 이우드 파크에서 열린 블랙번과의 2024-25시즌 잉글랜드 FA컵 4라운드(32강)에서 한 개의 도움을 올리며 소속팀 울버햄튼의 2-0 승리에 기여했다. 블랙번을 꺾은 울버햄튼은 FA컵 16강에 진출했다.
전반 33분 만에 나온 울버햄튼의 선제골은 황희찬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울버햄튼의 역습 상황에서 황희찬이 곤살루 게데스의 패스를 받은 뒤 반대편으로 전환 패스를 보냈다. 이를 주앙 고메스가 잡아놓고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해 블랙번 골망을 갈랐다.
기세가 오른 울버햄튼은 1분 뒤인 전반 34분 추가골까지 뽑아냈다. 넬송 세메두의 패스를 마테우스 쿠냐가 날카로운 슈팅으로 연결해 한 골 더 달아났다. 이전 과정에서 공을 받기 위해 침투한 황희찬의 움직임이 돋보였다.
황희찬은 오랜만에 선발 출전해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전반전이 끝나기 직전 허벅지 뒤쪽을 부여잡고 경기장 위에 쓰러졌다. 고질병인 햄스트링 부상이 재발한 듯했다. 결국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황희찬을 불러들이고 파블로 사라비아를 투입해야 했다. 황희찬의 경기력이 좋았기 때문에 울버햄튼 팬들은 황희찬의 교체를 상당히 아쉬워했다.
축구통계매체 '폿몹'에 따르면 황희찬은 45분만 소화하고도 어시스트 1회를 포함해 기회 창출 1회, 드리블 성공 1회(1회 시도), 공격 지역 패스 2회, 클리어링 1회, 리커버리 1회, 지상 경합 성공 1회(2회 시도) 등의 기록을 남기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매체는 황희찬에게 7.3점을 줬다. 황희찬이 전반전만 소화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꽤나 높은 평점이었다.
다만 울버햄튼 팬들은 황희찬이 다시 한번 햄스트링 부상으로 오랜 기간 자리를 비울까 걱정했다. 황희찬이 울버햄튼에 입단한 이후 햄스트링 부상만 수 차례 당했고, 햄스트링 부상 자체가 회복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부상이기 때문에 팬들의 걱정이 컸다.
다행히 황희찬의 부상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울버햄튼 지역지 '몰리뉴 뉴스'에 따르면 페레이라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에게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부상 때문에 경기를 운영하는 게 어려웠다"면서 "황희찬의 상황을 봐야 한다. 심각한 일이 아니기를 바란다. 일부 선수들이 근육통을 호소해서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 황희찬은 허벅지 뒤쪽에 통증을 느꼈는데, 나와 대화할 때에는 심각한 증상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페레이라 감독은 "우리는 상황을 지켜볼 것이다. 이틀 동안 기다리면서 선수들의 상태를 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팬들은 물론 현지 언론도 황희찬이 하루빨리 부상에서 돌아오길 기원하고 있다.
심지어 황희찬이 한창 부진에 빠졌을 때 황희찬을 매각해야 한다고 비난했던 '몰리뉴 뉴스'조차 태도를 싹 바꿨다.
언론은 "황희찬은 블랙번과의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고, 울버햄튼이 기록한 두 골에 모두 관여했다"면서 "그는 마테우스 쿠냐의 득점이 나오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 전에 고메스의 선제골을 도왔다"며 황희찬의 활약을 주목했다.
이어 "황희찬이 페레이라 감독에게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말한 것은 다행이다. 그가 오랫동안 쓰러져 있지 않기를 바란다"며 "황희찬은 두 골에 모두 관여했고, 후반전을 뛰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경기장을 떠난 게 아쉬웠다. 황희찬의 활약은 그의 자신감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희찬의 활약을 지켜본 '스카이 스포츠'의 축구전문가 마이카 리차즈도 황희찬을 칭찬했다. 리차즈는 과거 맨체스터 시티에서 수비수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영국 '기브 미 스포츠'는 "황희찬이 리차즈를 감동시켰다. 황희찬은 이번 시즌 리그에서 골을 넣지 못하고 있지만, 블랙번과의 경기에서 리차즈의 호평을 받았다"며 리차즈의 발언을 소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리차즈는 'The Rest is Football' 팟캐스트에 출연해 "울버햄튼은 훌륭했다. 나는 오랫동안 울브스(울버햄튼의 애칭)를 응원했다. 그들의 팀에 있는 선수들 때문"이라면서 "나는 모두가 쿠냐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안다. 쿠냐는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하지만 나는 울버햄튼 팀 전체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황희찬은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정말 훌륭했다"며 황희찬을 칭찬했다.
황희찬의 부활은 울버햄튼에도 긍정적인 신호다.
울버햄튼은 이번 시즌 공격수들의 침묵으로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황희찬도 그렇지만 야심차게 영입한 노르웨이 출신 장신 공격수 요르겐 스트란 라르센도 좀처럼 골을 넣지 못하면서 에이스 쿠냐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황희찬의 부활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황희찬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골을 득점하는 것에 그치고 있지만, 지난 시즌에는 12골 3도움을 몰아치며 자신의 '고점'이 높다는 걸 증명했다. 아직 이번 시즌 리그 경기가 10경기 이상 남았고, FA컵에서도 토너먼트 더 높은 곳까지 도전할 여지가 있는 만큼 황희찬이 지금이라도 부활한다면 울버햄튼은 큰 힘을 얻을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