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손흥민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10일 애스턴 빌라와의 경기에서 풀타임을 뛰고도 존재감이 사라지자 전방위적인 경기력 재고 압박을 받고 있다. 리더십 부재론에도 휩싸였다.
무엇보다 한 언론에서 손흥민을 히샬리송, 티모 베르너와 함께 토트넘이 방출 검토하고 있는 3명 중 한 명으로 지목해 시선을 끈다.
사실 손흥민은 히샬리송, 베르너와는 다른 차원의 활약을 이번 시즌에도 펼쳤다. 여러 차례 좋은 찬스를 놓친 것은 맞지만 그래도 시즌 10골을 찍으면서 2016-2017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선수 중 유일하게 9개 시즌 연속 공식전 10골 이상 기록을 이어갔는데 느닷 없이 도매급으로 묶어버렸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 홋스퍼는 지난 10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 있는 빌라파크에서 열린 애스턴 빌라와의 2024-2025시즌 FA컵 4라운드 맞대결에서 1-2로 패해 대회에서 탈락했다.
앞서 리그컵 준결승에서 1차전을 이기고도 2차전에서 참패해 탈락했던 토트넘은 FA컵에서도 5부리그 구단을 상대로 64강전에서 간신히 이기더니, 32강전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토트넘에 남은 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다. 토트넘이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고는 있지만 아직 16강 단계에 있기 때문에 이 대회 역시 안심하기 이르다.
손흥민은 이날 중앙 공격수로 선발 출장해 풀타임 활약했지만, 득점을 만들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홈 팀 빌라는 4-4-2 전형으로 나섰다.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골키퍼를 비롯해 뤼카 디뉴, 부바카르 카마라, 에즈리 콘사, 안드레스 가르시아가 수비를 구축했다. 중원은 존 맥긴과 유리 틸레망스가 지켰고 제이콥 램지, 리온 베일리가 측면을 맡았다. 최전방에 모건 로저스와 도니얼 말런이 나섰다.
원정팀 토트넘은 4-3-3 전형으로 맞섰다. 안토닌 킨스키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제드 스펜스, 아치 그레이, 케빈 단소, 페드로 포로가 수비를 구성했다. 중원은 루카스 베리발, 로드리고 벤탄쿠르, 데얀 쿨루세브스키가 맡았다. 측면에 마이키 무어, 마티스 텔이 자리잡았다. 최전방에 손흥이 출격했다.
토트넘의 탈락 징후는 전반 1분 만에 나타났다.
경기 시작 1분도 되지 않아 역습에 나선 빌라는 모건 로저스의 돌파 후 제이콥 램지의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토트넘 골키퍼 안토닌 킨스키가 몸을 던져 공을 건드렸지만,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빌라가 리드한 채 전반을 마쳤고 후반에도 빌라가 시종일관 토트넘을 몰아세우면서 토트넘을 폭격했다. 후반 19분 로저스가 왼쪽에서 낮게 깔린 크로스를 수비가 걷어내지 못하자 이를 밀어 넣었고, 토트넘은 점점 추격 의지가 사라지고 있었다.
토트넘은 후반 추가시간 45분 얼마 전 논란 끝에 입단한 마티스 텔이 간신히 얼리 크로스를 밀어 넣어 한 골 차로 따라붙었다. 텔은 중앙으로 이동한 뒤 토트넘 데뷔골을 터뜨렸다.
거기까지였다. 텔의 골은 너무 늦게 터졌다. 토트넘은 동점포를 넣을 시간이 부족했다.
이날 경기 뒤 가장 큰 비판을 받은 인물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었다. 사흘 간격으로 벌어진 서로 다른 두 컵대회에서 전부 탈락했는데 사령탑이 비판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 못지 않게 손흥민에게도 비판의 화살이 쏟아졌다.
전반 24분 오른쪽에서 무어가 쇄도하며 수비 라인을 깼고, 무어가 올린 낮은 크로스를 중앙으로 쇄도한 손흥민이 낮은 슈팅을 시도했지만 마르티네스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그야말로 '빅찬스미스'였다.
축구 통계업체 폿몹에 따르면, 손흥민은 슈팅 3개 중 하나만 유효 슈팅으로 기록했고 기회 창출 1회, 패스 성공률 89%(8/9), 빅찬스미스 1회, 터치 23회(양 팀 최소), 턴오버 3회, 클리어링 1회, 헤더 클리어 1회, 드리블 돌파 허용 2회, 경함 성공 단 1회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폿몹은 그에게 평점 5.9점을 주며 킨스키(5.6점) 다음으로 최저 평점을 줬다.
지 매체들의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영국 매체 '풋볼런던'은 손흥민에게 평점 4점을 주며 팀 내 최저 평점을 줬다. 매체는 그에 대해 "전반에 마이키 무어의 첫 패스를 노마크 찬스로 맞았을 때 슈팅을 시도했는데 마르티네스에게 향했다. 후반 초반 슈팅도 막혔다"라며 "토트넘은 중요한 순간 주장의 퀄리티가 필요했는데 없었다"라고 혹평했다.
'이브닝 스탠더드' 역시 손흥민에게 낮은 평점인 5점을 줬다. 매체는 "경기의 균형을 맞춰야 했지만, 그의 안전한 슈팅은 마르티네스에게 너무 가까웠다. 결국 큰 실수가 되었다"라며 빅찬스미스가 나비효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은 충격적인 평점 1.5점을 줬다. 낙제를 넘어서 뛰어선 안 될 선수였다는 뜻이다.
매체는 "손흥민은 무어가 떠먹여준 황금 동점포 기회를 놓쳤다. 경기 남은 시간에 자신감이 부족해 보였다"며 "그는 애스턴 빌라 수비진에 의해 지워졌다. 드리블은 쓸모 없었다. 손흥민이 불쌍해지기 시작했다"고 혹평했다.
여기에 '기브미 스포츠는' 11일 손흥민이 히샬리송, 베르너와 함께 토트넘의 퇴출 검토 대상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3명 모두 측면 윙어를 기본으로 스트라이커까지 볼 수 있는 자원들이다.
고액 연봉 공격수 3명의 부진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뜻이다.
매체는 11일(한국시간) "토트넘은 한국 공격수 손흥민 방출을 포함해 선수단 개편을 신중하게 고려할 예정"이라면서 "손흥민은 최근 계약을 1년 더 연장했지만, 토트넘이 새 시대로 접어들었다. 구단은 공격수 재편을 위한 큰 결정을 내려야 한다. 히샬리송의 미래도 불투명하고 티모 베르너도 떠날 수 있다. 손흥민과 히샬리송, 베르너 3명의 주급은 44만5000파운드(8억원)다. 이들을 내보내면 임금에서 상당한 금액을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가장 많은 180억원 연봉을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히샬리송도 2022년 여름 에버턴에서 거액을 주고 데려왔는데 연봉도 150억원 수준으로 토트넘에선 꽤 된다. 독일 국가대표도 했던 베르너 역시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임대로 오면서 토트넘이 140억원 가량의 연봉을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10골 넣은 손흥민, 14경기 3골 히샬리송, 26경기 1골 베르너가 동급이라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
축구 전문가들도 최근 손흥민이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영국 '풋볼365'에 따르면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 득점자인 앨런 시어러는 FA컵 경기가 끝난 후 "자신감이 가득 찬 손흥민이라면 발을 내딛고 슈팅을 하는 등 무엇이든 했을 거다"라고 말했다.
시어러는 과거 손흥민의 플레이를 극찬했던 대표적인 영국 축구 인사였으나 최근엔 고개를 젓고 있다.
과거 맨체스터 시티 등에서 뛰었던 잉글랜드 수비수 마이카 리차즈도 "손흥민은 예전처럼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지 않고, 그저 너무 많은 터치만 하고 있을 뿐"이라며 "옛날의 손흥민이라면 터치를 해서 모서리로 날렸을 것"이라고 손흥민의 감각 둔화를 지적했다.
그런 상황에서 베르너, 히샬리송과 함께 올 여름 퇴출 대상으로 여겨진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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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