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8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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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야구는 공놀이, 즐기는 것"…삼성 '힐링 4인방'의 '야구관' 아시나요 [인터뷰]

기사입력 2024.03.24 09:45

왼쪽부터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영웅과 외야수 김성윤. 최원영 기자
왼쪽부터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영웅과 외야수 김성윤.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이 이야기는 김영웅의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영웅은 올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막바지 누군가에게 고백을 전했다. 팀 선배인 외야수 김성윤이다.

당시 김영웅은 "캠프에서 멘털이 흔들릴 때마다 형을 찾아갔다. 항상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형의 조언 덕분에 야구가 원하는 대로 안 될 때도 버틸 수 있었다. 쓴소리도 해주셨는데 그게 내게는 도움이 됐다. 형이 인정할 건 깔끔하게 인정하라고 했다. 만약 타석에서 못했을 경우, 그 결과를 계속 마음에 담아두면 다음 타석에도 영향을 미치니 털어내라고 했다. 형은 내 정신적 지주다. 같이 있으면 무척 편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윤에게 한 후배가 고마움을 표현했다고 하니 곧바로 김영웅을 떠올렸다. 김성윤은 "(김)영웅이가 계속 내게 '정신적 지주'라고 말하더라. 장난인 줄 알았다. 평소 동생들을 잘 챙기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여겨주니 고맙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캠프에서 나와 (이)병헌이가 룸메이트였고 영웅이는 옆방을 썼다. 자주 모여 대화를 나눴다"며 "야구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영웅이에게 도움이 됐다면 나야말로 감사하다"고 힘줘 말했다.

김성윤의 방에선 어떤 조언이 오갔을까. 그는 "야구의 본질에 집중하라고 말해줬다. 나와 병헌이는 항상 본질을 생각하려 노력한다. 지금부터 설명해 드리는 것은 모두 병헌이가 이야기해 준 것이다"고 운을 띄웠다.

김성윤은 "야구는 스포츠고, 스포츠는 놀이에서 탄생한 것이다. 결국 야구도 단순하게 보면 '공놀이'일 뿐이다. 우리는 그저 남들보다 운 좋게, 공놀이를 조금 더 잘해 이 자리까지 온 것이다. 야구장에서만큼은 성적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최대한 즐기려 해야 한다. 경기가 시작될 때 '플레이 볼(Play ball)'이라 외치지, '워크 볼(Work ball)'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냥 플레이하자'는 마인드를 계속 되새기자고 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성윤과 포수 이병헌. 최원영 기자
왼쪽부터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성윤과 포수 이병헌. 최원영 기자


이어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당연히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타석에선 욕심이, 수비할 땐 긴장감이 생길 것이다. 그러면서 야구의 본질이 흐려지는 듯하다. 프로야구 선수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야구하는 순간만큼은 즐길 수 있도록 마음가짐을 다잡자고 이야기 나눴다. 경기 전부터 그렇게 준비해야 실전에서도 즐길 수 있다. 연습할 때부터 불안해하면 경기 중에도 자신을 믿지 못하고 흔들려버린다. 그런 점들을 명심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성윤은 "병헌이는 이 분야에 관한 정보가 많다. 나도 병헌이에게 배운다. 실제로 이런 생각을 가지고 플레이할 때 적용해 보니 경기력이 더 나아지더라. 그렇게 경험을 쌓았다. 정답은 없지만 영웅이에게 자신 있게 이야기해 줬다"고 덧붙였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던 지난 시간들이 김성윤을 더욱 성숙하게 만들었다. 2017년 2차 4라운드 39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김성윤은 그간 줄곧 백업으로 지냈다. 2022년까지 1군서 5시즌 동안 110경기에 나서 93타석을 소화한 것이 전부였다. 대부분 시간을 2군 퓨처스리그에서 보냈다. 지난해 마침내 주전으로 도약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대체선수로 발탁되며 생애 첫 태극마크도 가슴에 달았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올 시즌도 주축으로 뛴다. 개막 전에는 한국 야구대표팀인 '팀 코리아'에 뽑혀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스페셜 매치에 출전하기도 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LA 다저스와 맞붙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왼쪽부터 삼성 라이온즈 투수 최하늘과 포수 이병헌. 최원영 기자
왼쪽부터 삼성 라이온즈 투수 최하늘과 포수 이병헌. 최원영 기자


김성윤은 "사람은 부침이 있어야 성장하는 듯하다.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아온 이들은 더 성숙해지는 것 같다"며 "내가 힘들게 야구했다고 호소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경험을 통해 배움을 얻었다는 의미다. 이것저것 막 해보며 노력하다 보니 느끼는 바가 많았다"고 덤덤히 말을 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김성윤은 야구를 즐기고 있을까. 망설임 없이 "네"라고 답했다. 김성윤은 "플레이가 잘 안 될 때 흔들리기도 하지만 준비 과정을 확실히 거치며 자신감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항상 재미있게 야구하려 한다"고 미소 지었다.

실제로 김성윤은 2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24시즌 개막전에 2번 타자 겸 우익수로 출전해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위축되지 않았다. 수비로 만회했다.

2-2로 맞선 8회말 2사 1, 2루 실점 위기에서 상대 강백호의 큼지막한 적시타성 타구를 끝까지 따라갔다. 담장 바로 앞에서 뛰어올라 잡아냈다. 팀을 구하는 슈퍼 캐치였다. 고비를 넘긴 삼성은 연장 10회초 4점을 뽑아내며 6-2로 승리했다. 2018년 이후 6년 만에 개막전에서 승전고를 울렸다.

KT전 후 김성윤은 "공을 빠트리면 경기가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 수비 내내 집중했다. 연습한 결과가 잘 나온 것 같다"며 "스프링캠프 기간 박찬도 코치님과 테니스공을 이용해 집중력을 높이는 훈련을 열심히 했는데 이번에 큰 도움이 된 듯하다. 펜스 플레이 역시 항상 생각하고 연습했다. 평소대로 플레이한 덕분에 담장을 의식하지 않고 타구를 잡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성윤에 따르면 이병헌, 김영웅에 최하늘까지 4명이 삼성 내 '힐링 멤버'다. "올 시즌 다 함께 잘해보자"며 서로를 다독였다.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성윤이 23일 KT 위즈와의 2024시즌 개막전에서 슈퍼 캐치를 선보인 뒤 구자욱의 축하를 받고 있다. 수원, 박지영 기자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성윤이 23일 KT 위즈와의 2024시즌 개막전에서 슈퍼 캐치를 선보인 뒤 구자욱의 축하를 받고 있다. 수원, 박지영 기자



사진=​​수원, 박지영 기자 / 최원영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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