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4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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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현장] "벤투, WC 때도 퇴장 당했죠?"…아직까지 화자되는 韓 '알라이얀의 기적'

기사입력 2024.01.28 18:52 / 기사수정 2024.01.28 18:52



(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 때도 조별리그 3차전 앞두고 퇴장 당했었죠?"

아랍에미리트(UAE)를 이끄는 파울루 벤투 감독은 2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진행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 16강 사전 인터뷰 때 잊지 못할 기억을 질문 받았다.

UAE를 이끌고 아시안컵에 참가한 벤투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이란, 팔레스타인, 홍콩과 함께 C조에 편성됐다. UAE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승점 4를 챙기며 이란(승점 9)의 뒤를 이어 조 2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UAE는 이란과의 조별리그 3차전을 벤투 감독 없이 치러웠음에도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해 화제가 됐다. 당시 벤투 감독은 팔레스타인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판정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다 퇴장을 당해 관중석에서 선수들을 지휘했다.




이 상황은 한국 축구 팬들에게 매우 익숙한 장면이다. 벤투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재임하던 시절 2022 카타르 월드컵 때도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퇴장을 당했다.

당시 가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 때 주심을 맡았던 앤서니 테일러 심판은 한국이 코너킥을 따내 마지막 공격 기회가 남아 있었음에도 종료 휘슬을 불어 태극전사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선수들 퇴장을 우려해 벤투 감독이 대신 판정에 대해 항의하다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을 당했다.

결국 벤투 감독은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전 때 벤치에 있을 수 없게 됐다. 당시 한국은 조별리그 2경기에서 1무 1패를 거둬 자력으로 16강 진출이 불가능했는데, 벤투 감독마저 퇴장을 당했고 상대가 세계적인 축구 강국 포르투갈이라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이 매우 낮게 평가됐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태극전사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세르지우 코스타 코치가 벤투 감독을 대신한 가운데 한국은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김영권이 동점골을 터트렸고, 후반 막판 황희찬이 역전골을 넣어 포르투갈을 상대로 2-1 승리를 거두는 이변을 연출했다.




포르투갈을 잡아낸 한국은 이제 같은 시간에 열린 '가나-우루과이' 맞대결을 지켜봤다. 한국 경기가 끝났을 때 우루과이는 2-0으로 이기고 있었다. 이때 한국과 우루과이는 승점과 골딕실이 모두 같았지만, 다득점(한국 +4, 우루과이 +2)에서 앞서 한국이 조 2위, 우루과이가 3위에 올랐다.

우루과이가 한 골만 더 넣으면 순위가 바뀌기에 태극전사들은 모두 모여 휴대폰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우루과이는 가나 골문을 열기 위해 연신 공격을 퍼부었으나 끝내 한 골을 더 넣지 못하면서 한국이 조 2위를 확정.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극적인 순간이 연달아 일어나 한국의 16강 진출이 이뤄진 이 순간은 당시 경기장이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렸기에 '알라이얀의 기적'이라고 불렸다.

한국 대표팀을 토너먼트로 이끈 벤투 감독은 16강에서 세계 최고의 축구 강국 브라질한테 패했다. 월드컵이 끝난 이후엔 계약 기간이 만료돼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 놓았고, 지난해 7월부터 UAE를 이끌기 시작했다.




한국 축구의 역사적인 순간으로부터 약 1년이 지난 현재 벤투 감독은 다시 한번 비슷한 상황을 UAE에서 재현했다. 벤투 감독이 퇴장을 당했음에도 UAE는 이란과의 조별리그 3차전 때 후반 추가시간 만회골을 터트리며 1-2 패배를 기록했다.

경기에서 졌지만 UAE는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조 3위 팔레스타인과 승점 4로 동률이 됐지만 골득실(UAE +1, 팔레스타인 0)에서 앞서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경기 종료를 앞두고 터진 아흐야 알가사니의 만회골 덕분에 UAE는 조 2위에 올라 16강에서 대회 첫 출전인 타지키스탄을 만났다.

이는 축구인들에게 '알라이얀의 기적'을 상기시켰다. 사전 기자회견에서 한 외신 기자는 벤투 감독에게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을 때도 조별리그 3차전을 앞두고 퇴장을 당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휘했다. 이 점이 선수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라고 질문했다.

잊지 못할 순간을 회상한 벤투 감독은 "내가 작년에 한국과 함께했던 월드컵 때 이 요소가 선수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했다"라며 "훈련을 받고 준비하는 건 동일하기에 경기엔 큰 영향이 없다. 미팅할 때도 모든 게 평소와 동일하다"라고 질문에 답변했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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