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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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푼 우승의 恨' 염경엽 감독 "잠실이었으면 펑펑 울었을 텐데, 의외로 담담하더라"

기사입력 2023.10.04 20:00 / 기사수정 2023.10.04 20:12



(엑스포츠뉴스 부산, 조은혜 기자) LG 트윈스의 29년 만의 KBO리그 정상을 이끈 염경엽 감독이 우승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을 돌아봤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는 지난 3일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에서 2위 KT 위즈가 KIA 타이거즈에게 1-3, 3위 NC 다이노스가 SSG 랜더스에게 7-9 패배를 당하면서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3일 휴식을 취한 LG는 시즌 전적 82승2무51패, 승률 0.617을 기록 중이다.

하필 딱 3일에 경기가 없었다. 4일과 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가 있는 LG는 부산으로 이동하는 중에 정규시즌 우승 확정 소식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 개별 이동을 하는 염경엽 감독도 이동하는 차 안에서 '우승 감독'이 되는 경험을 해야 했다.

분명히 기쁜 날, 기쁜 일이지만 예상과는 조금 다른 그림에 머쓱하기도 했다. 4일 사직 롯데전 경기를 앞두고 만난 염경엽 감독은 "실감이 안 난다. 잠실에서 팬들 있고 해야 눈물도 나고 할 텐데, 기대를 했는데 엉뚱하게 하니까 김이 새버린 게 있다"고 허탈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불안했던 출발, 선수들을 보며 힘이 생겼다

우승을 확정한 시점 2위 KT 위즈와는 8.5경기 차이.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확정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시작부터 예상을 빗나가는 것들이 많아 더 그랬다.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을 돌아보면 4월과 5월 한쪽 구석이 엄청 조마조마했다. 국내 선발들을 썼는데 실패라는 게 나왔다. 그때 두 갈래 길이 보였고, 여기서 못 버티면 4~5위에서 놀 수도 있겠다 느껴졌다"고 돌아봤다.

염 감독은 이내 "그런데 그 시기에 내가 다시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던 건 선수들 덕분이다. 선수들이 지고 있어도 내가 얘기하지 않아도 '찬스야! 뒤집을 수 있다!' 하면서 선수들이 그렇게 움직였다. 선수들이 정말 똘똘 뭉쳐 있고, 목표 의식이 뚜렷하다는게 보이면서 나의 불안감을 자신감으로 바꿔줬다. 그게 나한테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5월 상승세를 타며 탄력을 받았다. LG는 5월 23경기에서 16승6패로 승률 0.727을 기록했다. 염경엽 감독은 "5월이 컸다. (임)찬규가 살아나고, 방망이가 불같이 터지면서 +10을 만들어준 게 선수들한테도, 나한테도 여유를 만들어줬다. 그리고 그게 작은 위기들이 와도 버틸 수 있는 힘을 만들었다. 4월, 5월을 잘 버티면서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위기에서, 최원태의 합류와 이정용, 김윤식의 성장

그대로 평탄하게 흘러갔다면 야구가 아니었다. LG는 7월 다시 위기를 맞이했다. 염경엽 감독은 "플럿코가 아팠던 시점이 우리가 1위를 하고 있었지만 이 1위를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 하는 포인트였다. 거기서 (최)원태가 트레이드가 되면서 플럿코 자리를 메웠다"고 최원태를 데리고 온 것이 '신의 한수'였음을 얘기했다.

염 감독은 "플럿코가 없다는 건 선수들에게도 분명 영향이 간다. 그런데 그 타이밍에 트레이드가 되면서 선수들한테건, 팬들한테건 선발 5명이 채워지는 안정적인 구상을 보여줄 수 있게 되면서 팀이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다. 또 그 시점에 (이)정용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김)윤식이도 두 달 간의 캠프를 마치고 돌아와 한 자리를 메워 주면서 플럿코가 당분간 없어도우리가 1등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돌아봤다.

"내가 감독 생활을 하면서 힘든 시즌으로 꼽자면 3위 안에 들어가는 시즌"이라고 말하기도 한 염경엽 감독은 "순간순간 구멍이 나고, 고민해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 2년간 쉬면서 '다음에 감독이 된다면 이런 부분들을 준비하고, 어떻게 해야겠다' 생각한 것들을 마무리 훈련부터 준비를 시켰고, 선수들에게 역할을 주면서 대비를 했다. 실패의 운영이 나한테는 자양분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외로 담담하더라고요"

그렇게 어려운 길을 이겨내고 일궈낸 우승, 그런데 조금은 허무하게 확정이 됐다. 염경엽 감독은 "되게 기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담하더라. 어쨌든 내 첫 번째 꿈이었지 않나. 감독을 하면서 아픔도 겪어보고 좋았을 때도 있었다. 그런 경험들을 하면서 꼭 페넌트레이스, 한국시리즈 우승을 꼭 한 번 하고 그만두고 싶다는 걸 항상 가슴에 담고 있었기 때문에 기쁠 줄 알았다. 기쁘긴 기쁘지만, 분위기가 그렇게 됐다"고 웃었다.

염 감독은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했기 때문에 상상을 하게 되지 않나. 잠실야구장에서 1등을 확정했으면 펑펑 울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이 상상한 장면은 이랬다. '잠실야구장에서, 우리 팬들과 함께'.

하지만 상상과 달리 "어제는 눈물 한 방울이 안 나더라"고 말한 염경엽 감독이었다. 염 감독은 "(김)현수한테 전화가 왔다. 야수조 버스에서 스피커폰으로 해놓고 '감독님 축하합니다!' 하더라. 애들은 버스에서 난리가 난 거다. 차라리 버스를 탔으면 모르겠는데, 나는 무슨 감흥이 있었겠나"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일찌감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LG는 이제 이날 경기 포함 남은 9경기를 마무리하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준비에 나선다. 염경엽 감독은 "합숙을 하면서 이틀에 한 번씩 게임을 하면서 감각을 유지하려고 한다. 선수들과 미팅을 했고, 훈련 스케줄을 미리 얘기했다"고 전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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