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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켓 부수고 악수 거부→권순우, '비매너 논란' 한·일전 승리로 갚을까…남복 8강 '시선집중' [항저우 라이브]

기사입력 2023.09.27 09:28 / 기사수정 2023.09.27 09:36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한일전 의미가 더 커졌다.

'비매너 논란'에 휩싸인 한국 남자 테니스의 간판 권순우(세계랭킹 112위)가 남자 복식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1~2회전을 이기고 8강에 오른 가운데 마침 상대가 일본이어서 경기 결과와 내용, 코트 안팎 행동에 더욱 시선이 쏠린다.

권순우는 홍성찬과 짝을 이뤄 27일 오후 2시경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테니스장(Hangzhou Olympic Sports Centre Tennis Centre)에서 열리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복식 준준결승에 나선다.

상대는 일본의 하자와 신지-우에스기 가이토 조다.

지난 25일 권순우의 남자 단식 경기 직후 행동이 동영상을 통해 번지면서 이번 한일전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권순우가 지난 25일 남자 단식 첫 경기에서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랭킹 600위권 선수에게 충격패한 뒤 저지른 행동이 국제적인 비판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권순우는 25일 세계랭킹 636위 카시디트 삼레즈(태국)에게 1-2로 패해 남자 단식 탈락이 확정된 뒤 코트를 가로지르며 라켓을 바닥에 강하게 내리치는 등 화를 참지 못했다. 라켓을 코트 내 의자에 치는 행동까지 했다. 한국 에이스를 잡아 파란을 일으킨 삼레즈는 권순우와 악수하기 위해 기다렸다. 권순우는 삼레즈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권순우가 6차례 라켓을 내리치면서 라켓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서졌다. 테니스에서는 경기에서 진 선수가 라켓을 내리치며 화풀이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는 있지만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여기에 권순우의 '악수 거부'는 더 큰 논란이 됐다. 경기 종료 후 맞붙었던 선수끼리 악수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건 테니스의 예절 중 하나다. 개최국 중국 언론도 권순우의 행동을 비판하고 나섰다. 

물론 삼레즈가 먼저 비매너 행위를 펼쳐 권순우의 신경을 건드렸다는 견해도 있다.

'소후닷컴'은 "삼레즈는 1세트 후 약 10분간 화장실을 다녀와 권순우가 불만을 품게 했다. 2세트에서 권순우가 분위기를 타자 삼레즈가 갑자기 인저리타임을 신청해 힘없이 웃었다. 권순우가 심판에게 다가가 따졌지만 심판의 운영능력이 정말 형편없었다. 아시안게임 심판은 WTF심판만큼 좋지 않고 현장시스템이나 인력 구성도 투어심판과 비교할 수 없었다. 심판이 태국선수의 행동을 전혀 통제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다고 삼레즈의 행동이 테니스 경기에서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고 대회에서 하위 랭커가 이기기 위해 흔히 펼치는 신경전이기도 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 네티즌이 "피아니스트가 손가락을 사랑하고 사진작가가 눈을 사랑하고 군인이 총을 사랑하는 것처럼 선수는 라켓을 사랑해야 한다. 이런 사람(권순우)이 지는 건 당연하다. 테니스를 무시하는 이런 사람은 평생 자격정지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적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SNS 등을 통해 해당 영상이 퍼지면서 '권순우 논란'은 메가톤급으로 커졌다.

마침 항저우를 찾은 2008 베이징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까지 직접 나서 테니스 권순우의 비매너 행동을 지적하고 나섰다. 장 차관은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국제무대이기 때문에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고,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단 권순우가 자신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파장을 줄이는 모양새다.

삼레즈를 직접 찾아 사과했고 삼레즈 역시 이를 이해한다며 받아들여 사건은 일단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권순우는 이날 자신의 SNS에 자필 편지를 올리며 잘못을 뉘우쳤다.

삼레즈는 26일 남자 단식 3회전 크모연 술타노프(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0-2(4-6 2-6)으로 패한 뒤 엑스포츠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전날 일에 대해서는 한국 선수(권순우)가 오늘 아침에 내게 찾아와 사과했다.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말하면서 진심으로 사과하겠다고 말했다"며 "그(권순우)의 행동이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나는 (같은 운동선수로서) 그의 기분이 어떨지 알 것 같았다. 짜증이 나는 상황을 이해하고 수긍한다. 나는 괜찮았다"고 강조했다.

태한테니스협회도 같은 날 "권순우가 태국 선수단 훈련장에 찾아가 상대에게 사과하고 경기를 잘하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상대도 괜찮다고 했고 서로 잘 풀었다고 한다"고 알렸다.



태국테니스협회도 권순우의 정성에 감동한 듯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게재했다.

이런 상황에서 권순우가 이번 대회 남은 종목인 남자복식에 출전하는데 ATP 남자 단식 세계랭킹만 놓고 보면 권순우-홍성찬 조가 월등히 높아 서로 제 기량만 발휘한다면 이길 가능성이 높다.

하자와는 세계랭킹 549위, 우에스기는 1082위다. 반면 한국은 권순우가 112위, 홍성찬이 195위로 둘은 한국에서 랭킹이 가장 높은 그야말로 현재 한국 테니스를 대표하는 원투펀치다. 일단 개개인의 기량 차가 월등하다는 얘기인데 결국 권순우가 이틀 사이 자신에 대한 논란에서 마음을 다 잡고 홍성찬과 좋은 호흡 맞추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순우의 경우, 부상 복귀 뒤 각종 대회에서 6전 전패를 기록하는 등 이긴 적이 없다는 것도 변수다. 다행인 점은 이번 대회 남자 단식 8번 시드인 홍성찬이 26일 리 남 호앙(베트남)을 누르고 8강에 오르는 등 순항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테니스 수준이 높기 때문에 방심하면 또 이변의 희생양이 될 수 있으나 지금으로선 권순우-홍성찬 조가 무난히 이길 것으로 분석된다.

권순우-홍성찬 조가 1회전에서 홍콩 조를 세트 스코어 2-0(6-2 6-2), 16강에서 태국 조를 세트 스코어 2-0(6-3 6-3)으로 완파하면서 순항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남자 복식은 한국 테니스의 남자 복식 전통적인 효자 종목이다. 지난 1982 뉴델리 대회에서 김춘호-김우룡 조와 송동욱-전영대 조가 결승에서 만나 김춘호-김우룡 조가 금메달을 따낸 적이 있다.

이어 1986년 서울 대회에선 지금도 많은 테니스 팬들이 좋아하는 유진선과 김봉수가 짝을 이뤄 3세트에서 엄청난 듀스 끝에 17-15로 이기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진선은 남자 복식에서의 우승을 바탕 삼아 서울 아시안게임 4관왕에 올랐다.



이후 1998년 방콕 대회와 2002년 부산 대회에선 한국 테니스 사상 처음으로 ATP 투어 우승을 안겨준 이형택이 윤용일, 정희석과 각각 짝을 이뤄 연달아 은메달을 차지했다. 방콕 대회에선 태국 테니스의 영웅인 파라돈 스리차판과 그의 형 나라토른 스리차판에 패했다. 부산 대회에선 세계적인 복식 전문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인도의 레안더 파에스가 마헤시 부파티와 짝을 이룬 조에 졌다.

한국은 2014년 인천 대회에서 다시 왕좌를 되찾았다. 2019년 호주 오픈 4강에 빛나는 정현이 고교 시절에 임용규와 짝을 이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일찌감치 병역 특례를 받은 것이다. 이 때 우승을 계기로 정현이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단식에 비해 두 선수의 기량이 함께 좋아야 하다보니 한국은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보태기 위해 국내 최정상급 선수들을 내세우면서 우승에 도전하곤 했다.

권순우는 한일전을 이기면 준결승에서 홈 코트 중국 선수들과 만나 우승을 향한 중요한 결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아직 여러 관문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라켓을 내동댕이 치는 모습에 테니스 팬들은 물론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망신을 당했다.

결국 성숙한 매너를 갖추고 돌아와 당장의 일본 조를 누르고 진심을 담아 한 번 더 사과하는 것이 테니스 붐이 일어나고 있는 한국에서 많은 팬들의 지지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자신과 함께 복식 조를 꾸려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의 명운을 걸고 뛰는 홍성찬에게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권순우가 비매너 논란 뒤 첫 경기에서 어떤 플레이를 선보일지 많은 이들이 궁금증을 갖고 지켜보게 됐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웨이보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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