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7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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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필로그] 신병 된 손석구 '나무 위의 군대', 그들의 전쟁은 진행형 (엑:스피디아)

기사입력 2023.07.12 12:30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활력을 불어넣어 줄 문화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 연인, 가족 또는 혼자 보러 가기 좋은 공연을 추천합니다. 김현정 엑스포츠뉴스 기자의 공연 에필로그를 담은 수요일 코너 (엑필로그)를 통해 뮤지컬·연극을 소개, 리뷰하고 배우의 연기를 돌아봅니다. 

이주의 작품= 연극 ‘나무 위의 군대’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 오키나와에서 일본의 패전도 모른 채 1947년 3월까지 약 2년 동안 가쥬마루 나무 위에 숨어서 살아남은 두 병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일본 작가 故 이노우에 하사시의 원안을 극작가 호라이 류타와 연출가 쿠리야마 타미야가 합작해 완성했다. 2013년 일본 도쿄 분카무라 시어터 코쿤에서 초연했다.



언제= 2023년 8월 12일까지.

누구= 김용준, 이도엽, 손석구, 최희서

어디=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

러닝타임= 110분



요약= 전쟁을 여러 번 겪은 본토 출신의 상관(이도엽 분)과 섬에서 태어나 목동으로 자원입대한 신병(손석구)은 적군의 총격을 피해 거대한 나무 위로 숨어든다.

두 사람은 적군의 야영지를 살피고 밤에는 몰래 나무 위에서 내려와 식량을 구하는 생활을 시작한다. 대의명분이 중요한 상관과 그저 소중한 삶의 터전인 섬을 지키고 싶을 뿐인 신병은 계속해서 대립한다.

그러던 중 이들은 ‘전쟁은 2년 전에 끝났으니 모두 거기서 나오라’라고 적힌 편지를 받게 되는데...



관전 포인트=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전쟁의 참혹함과 모순, 무가치함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전생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상관과 신병, 국가와 개인의 신념·가치의 차이, 인간에 대한 믿음, 인간의 본성도 녹였다.
(“인간은 괴물이다. 전쟁터에서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괴물이 태어난다.”)

역사(1945년 오키나와 전투)를 알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점이 흥미롭다. ‘일본’, ‘오키나와’, ‘미국’ 등의 단어를 직접적으로 쓰지는 않지만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와의 관계를 엿보게 한다.

"살아남았다는 수치. 나무 아래로 내려가면 적군은 비난하고 국민은 비웃을 것" vs "우리는 영웅일지도 모른다"



전쟁 상황의 심각함을 전달하면서도 웃음 코드를 넣어 지루하지 않다. 

나무 위에서 점점 편한 삶을 추구하는 병사의 모습 그 자체도 아이러니한 웃음을 유발하고, “이 정도 굶주림은 몇 번 경험해 봤다”라고 말하는 상관에게 여자가 “난생 처음이었다”라고 반박하거나 “고기 안 좋아해”라는 말에 “환장했다”라고 하는 직접적인 웃음 포인트도 있다.

다만 관람하면서 주제 의식이 흐려질 수 있는 것은 경계해야겠다. (사실은 매우 진지한 작품이다.)

최희서는 기자간담회에서 "극을 라이트하게 가져가려는 의도는 아예 없었다. (관객의) 웃음이 너무 많아 놀랐다. 묵직한 이야기와 엔딩으로 가야 하는데 많은 분들이 유쾌하게 봐주시더라. 우리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뿌리가 더 깊은 이야기인데 어떻게 하면 후반에 묵직하게 다가갈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작자가 '진지한 것을 진지하게, 유쾌한 것을 유쾌하게'라는 말을 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웃다 나가면서도 집에 가면 씁쓸해지는, 내가 지키고 싶은 게 뭘까 생각하는 연극이었으면 한다. 무게감이 너무 없다면 공연하면서 개선해 나가겠다"라고 전한 바 있다.

말미 반전이 있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나무 위에서 2년을 보냈던 걸까)



손석구와 최희서의 연극 복귀작으로 관심을 받았다. 최희서와 손석구는 2014년 연극 ‘사랑이 불탄다’에 이어 9년 만에 무대에서 협연하고 있다.

손석구는 섬에 대한 애정이 크고 순수한 신병 캐릭터를 이질감 없이 그려낸다. “나처럼 때 묻은 사람이 순수한 사람을 연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무색하다. 상관에게 감정을 폭발하는 면모부터 익살맞게 대처하는 모습까지 연기의 흐름이 자연스럽다.



최희서는 여자 역으로 캐릭터의 다면성을 살렸다. 정확한 딕션이 돋보인다. (카리스마와 단아함의 공존)

나무의 정령이기도 한 ‘여자’는 극을 설명해 주면서 상관과 신병의 심리를 대변해 관객이 극을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 최희서는 신비로운 존재를 표현하다가도 코믹한 매력을 툭툭 꺼내놓는다. (신병의 전 애인으로도 특별 출연) 



상관은 인간의 본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인물이다. 이도엽은 자존심과 군인 정신을 고집하고 억지 합리화를 하는 꼰대 같은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담아냈다.

무대에는 ‘몸통을 덮은 줄기가 사람 키의 5배가 넘는다’라는 묘사처럼 거대한 나무가 자리했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며 전쟁 중의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배우들은 마치 높은 나무 위에 올라와 있는 것처럼 좌우, 상하로 이동하며 대사를 주고받는다. 



한 줄 감상= 전쟁은 끝났지만 나무 위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형.

사진= 엠피앰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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