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4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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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나의 신화', 김민재가 33년 만에 재현하다 [나폴리 세리에A 우승]

기사입력 2023.05.05 09:00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디에고 마라도나 없이 일궈낸 첫 우승이다. 나폴리가 33년 만에 이탈리아 세리에A 정상 등극에 성공하면서 주역들의 맹활약을 빼놓을 수 없게 됐다.

그 중심에 '철기둥'으로 불린 수비수 김민재가 있다.

나폴리는 5일 이탈리아 우디네 프리울리 경기장에서 열린 2022/23시즌 세리에A 우디네세와의 원정 경기에서 1-1로 비겨 남은 세리에A 5경기에 관계 없이 지난 1989/90시즌 이후 33년 만에 우승했다.

감격의 우승이다. 오랜 기간 기다렸던 정상 등극이다.



나폴리는 이번 우승 전까지 딱 2번 세리에A 왕좌에 올랐다. 1986/87시즌과 1989/90시즌이 해당 시즌인데 직전 우승만 따져도 33년이나 지난 셈이다. 모두 디에고 마라도나라는 세계 축구사 천재적인 선수가 있어 해낸 우승이었다.

'축구 황제' 펠레와 함께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마라도나는 단 한 번도 세리에A 정상에 오른 적이 없던 나폴리를 챔피언으로 만드는 기적을 이뤘다. 실제로 그의 원맨쇼가 '언더독' 나폴리의 전력을 확 끌어올렸다. 마라도나는 두 차례 우승 시즌에 각각 29경기 10골, 28경기 16골을 기록하며 정통 스트라이커가 아님에도 두 자릿 수 득점을 했다.

또 상대 수비수들이 그를 막느라 다른 쪽에 공간이 생겨 나폴리 동료들이 이를 적절히 활용하고 승리를 따냈다.

마라도나는 말 그대로 '나폴리의 신'이 됐다. 현재까지 많은 나폴리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지난 2020년 12월 별세한 뒤 경기장 명칭도 그의 이름을 땄다.



이후 재정 문제 등으로 3부리그까지 강등되는 등 어두운 터널을 지난 나폴리는 2008년 세리에A에 복귀한 뒤 2010년대 들어 다시 세리에A 강자로 부상했다.

하지만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최고 명문 유벤투스를 비롯해 AC밀란과 인터 밀란 등 북부 3총사의 위력이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구단 레전드로 나폴리 팬들에게 사랑받은 미드필더 마렉 함식을 비롯해 세계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꼽히는 에딘손 카바니, 곤살로 이과인, 그리고 창의력 넘치는 윙어 드리스 메르턴스, 철벽 센터백 칼리두 쿨리발리 등 특급 선수들이 즐비했다.

여기에 카를로 안첼로티, 라파엘 베니테스, 마우리시오 사리 등 유럽에서 내로라하는 명장들이 나폴리를 거쳐갔으나 우승은 그들의 몫이 아니었다.

지난 10시즌을 지내면서 준우승 4번, 3위 3번을 하면서 세리에A 최상위권 팀으로 자리잡은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그러다보니 나폴리의 매 시즌 목표는 4위 이내로 시즌을 마쳐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번 시즌엔 전력 개편을 단행한 터라 4위 이내 성적도 쉽지 않다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나폴리는 예상을 뒤엎고 시즌 초반부터 독주한 끝에 33년 만의 우승을 달성했다.

그 중심에 김민재가 있었다. 나폴리를 이끄는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은 지난해 여름 8년간 나폴리 수비를 책임졌던 쿨리발리를 첼시로 보내면서 심각한 고민에 빠졌고, 유럽 전역에서 수비수들을 찾다가 김민재를 발견했다.

스팔레티 감독이 구단 추천으로 김민재 동영상을 여러번 본 뒤 바이아웃 조건을 수용하면서까지 그의 영입을 강력하게 요청한 얘기는 최근 현지에서 화제가 될 정도다.

그리고 김민재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같은 시기 입단한 공격수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와 함께 적응기도 필요 없이 단숨에 이탈리아 무대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하면서 나폴리의 독주 중심에 섰다.

나폴리는 우승을 확정지은 5일 우디네세전까지 세리에A 33경기를 치렀는데 김민재는 로테이션으로 빠진 한 경기를 제외하고 32경기를 선발로 나서며 팬들로부터 '철기둥'이란 짜릿한 별명까지 받을 만큼 맹활약했다.

또 지난해 9월 세리에A 이달의 선수, 10월 이탈리아프로선수협회 이달의 선수를 연달아 거머쥐면서 나폴리 주전 수비수가 아니라, 유럽 정상급 수비수로 입지를 굳혔다.



나폴리는 이번 시즌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 중인데 상대 공격을 예측해 패스 흐름을 끊어내고, 일대일과 스피드까지 좋은 김민재의 공이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민재의 실력과 헌신, 그리고 팀워크 등이 나폴리의 백4 견고함을 더해준 것이다.

이는 나폴리가 '마라도나 시대' 이후 처음으로 우승하는데 큰 기폭제가 됐다.


사진=AP, AFP, EPA/연합뉴스, 나폴리 매거진 동영상채널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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