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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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X송혜교, 사랑은 수단이었다 [Glory! '더 글로리2'①]

기사입력 2023.03.19 17:50



(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달달한 멘트, 강렬한 눈빛의 작가와 배우가 사랑을 버렸다. 

전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치밀하고도 처절한 복수극,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시즌2가 10일 공개되며 모두가 기다렸던 결말이 모습을 드러냈다.

'로맨스 장인' 김은숙 작가와 송혜교의 만남, 흥행은 보장됐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더 글로리'는 공개 전부터 많은 화제를 일으킨 작품이다. 여기에 '비밀의 숲'을 연출한 안길호 감독과 넷플릭스의 만남까지. '더 글로리'는 많은 기대를 낳았다.



많은 이들은 '더 글로리'가 송혜교와 김은숙 작가의 '첫 장르물'이라고 화제가 됐던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김은숙 작가는 '파리의 연인'·'시크릿 가든'·'태양의 후예'·'도깨비' 등 다양한 사랑을 자신만의 색으로, 편지로, 서사로 다채롭게 그리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유명 작가다. 

송혜교 또한 '가을동화', '풀하우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태양의 후예', '남자친구' 등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남자 배우들과의 케미스트리를 자랑하며 어떠한 여주인공 역할도 소화해내며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왔다.

이런 이들에게 로맨스가 빠진다니, 더욱 기대가 큰 위치에 있을수록, 제일 잘하는 것을 뒤로 한 채 나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해냈다. 그 잘하는 로맨스는 이들에게 수단이 됐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잔혹한 학교 폭력을 당해 모든 인생을 복수에 맞춰 살아온 문동은을 송혜교가 연기했다. 



김은숙 작가는 딸이 '내가 죽도록 때리고 오는 게 낫냐, 내가 죽도록 맞고 오는 게 낫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더 글로리' 구상을 시작했다고 계기를 밝혔다. 그는 이 세상의 모든 동은이들을 응원하고 싶었다며 "현실은 너무 반대니까 동은이의 복수가 성공하는 쪽으로 많이 가려고 했다"고 복수극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김은숙 작가의 장르물은 진심이었다. 그는 전작품을 통해 그려냈던 사랑들을 '더 글로리'에서는 방식으로, 파멸로 이끄는 계기로 전락시켰다.

'더 글로리' 속 남녀의 사랑은 아름답지 않다. 그저 누군가의 발목을 붙잡는 요소가 될 뿐이었다. 극 중 박연진(임지연 분)의 약점이자 하도영(정성일)이 평생 느껴야 할 죄책감의 뿌리는 박연진과 전재준(박성훈)의 사랑이었다. 극 중 연진과 재준의 관계는 전혀 아름답게 표현되지 않는다. 



연진은 도영을 사랑한다. 하지만 전재준의 아이를 낳은 그는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하도영과의 사랑을 잃었고, 도영은 딸을 차지하려는 재준을 죽임으로써 평생 안고가야 할 죄책감과 아이의 엄마를 잃게 한 파멸의 조각이 됐다. 

강현남(염혜란)의 경우는 어떤가. 행복하게 그려져야 할 부부는 가정폭력으로 얼룩져있다. 이들 부부는 사랑이 아닌 죽음을 낳았다. 계속된 폭력에 현남은 남편인 석재를 죽이고자 동은을 돕는다. 부부는 사랑이 아닌 또 하나의 복수를 낳았고, 피해자들의 연대를 그리는 수단이 됐다. 

이사라(김히어라)는 손명오(김건우)로 인해 스스로 파멸로 향했다. 손명오를 통해 마약거래를 해오던 사라, 그는 약에 취에 명오와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한 명오는 사라를 기록했고, 이는 사라의 약점이 됐다. 



사라의 약점을 세상에 꺼낸 최혜정(차주영)은 명오가 가진 사라의 영상을 단체 메신저로 전송했고, 이에 사라는 혜정의 목을 찌른다. 마약 외 폭행 혐의, 수치심을 모두 가지게 된 사라의 약점을 공개했던 혜정은 목소리를 잃었고, 사라의 모습을 이용한 명오는 목숨을 잃었다.

그나마 아름답고 설레게 표현되던 문동은과 주여정(이도현)의 관계는 어떨까. 이들은 사실 복수를 위해 맺어진 관계다. 여정은 동은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하지만, 동은의 정체를 알고 복수를 돕기 위해, 쓰여지기 위해 일부러 접근을 했던 존재였다.



사실 여정은 억울한 아버지의 죽음, 뻔뻔한 범죄자 강영천(이무생)을 향한 복수심으로 매일 악몽을 꾸며 괴로움을 겪는 인물이다. 

여정은 동은의 복수를 보며 자신의 복수심을 꿰뚫어보기 시작했고, 동은을 도와주며 자신도 삶의 이유와 웃음을 찾기 시작한다. 동은 또한 여정과 자신의 복수를 헤쳐나가며, 여정의 아픔을 깨닫고 연대한다. 

여정과 동은은 사랑으로 포장됐지만, 피해자들을 향한 응원과 연대의 감정을 전한다. 여정의 장난에 미소를 짓는 동은은 어쩌면 피해자들이 살면서 당연히 누렸어야 할 감정이다. 



'더 글로리' 내내 행복으로 표현 되던 '찌개를 끓여먹는 삶'은 어쩌면 일반적이고 소소한 일상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행복이 일반적인 감정이 아니다. 동은과 여정의 사랑은 피해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하는 감정을 제공하는 방법이었다.   

김은숙 작가는 '더 글로리' 파트1 코멘터리 당시 "감독님이 안 말렸으면 4부 엔딩은 키스신이다. 그게 국룰이다"라며 동은과 여정의 키스 장면을 넣으려 했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제작진의 반대에 생각을 바꿨다며 "그 덕에 제가 쓴 커플 중 제일 멋진 커플이 나온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파트1에서 쌓아온 동은과 여정의 미적지근한 연대의 관계가 파트2에서는 이들의 첫만남에 대한 진실, 서로의 복수심을 확인하며 새로운 복수를 시작하는 것으로 표현되는 사랑의 시작이 완벽한 서사를 만들어냈다. 

'더 글로리'에 필요없는 사랑은 없었다. 단지 아름다움이 다를 뿐이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더 글로리'만의 의미에 대해 "인물들이 어떻게 같이 연대해서 설 수 있는가, 그 '연대'하는 부분들이 다른 점이다. 그게 아니면 피해자들이 생존하기 쉽지 않다"며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DB, 넷플릭스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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