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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행 그리고 토미 존 수술…여자야구 김라경이 노리는 계묘년 '세 마리 토끼'는? [설날 인터뷰]

기사입력 2023.01.24 11:00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남양주, 윤승재 기자) 한 손엔 야구공, 다른 한 손엔 ‘깜지’로 된 영어 단어장. 3년 전 한 카페에서 만난 김라경의 첫 모습이었다. ‘두 마리 토끼’를 손에 쥔 그가 그리는 로드맵은 명확했다. 서울대에 진학하는 것과 일본 무대에 진출하는 것. 한국 여자야구의 발전을 위해 선진화된 여자야구 시스템을 몸소 체험하고 스포츠 행정가가 되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22년, 그 사이 김라경은 많은 것을 이뤄냈다. 2020년 서울대에 입학해 대학리그 마운드에 올라 최초의 여자 대학 선수가 됐고, 이듬해엔 여자야구 최초의 외인구단 ‘JDB(Just Do Baseball)'을 창단해 한계에 도전, 남자 사회인 야구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그렇게 꿈을 향해 한걸음 밟아가던 김라경은 지난해 여름 일본 실업야구팀 ‘아사히 트러스트’에 입단해 오랜 꿈을 이뤘다. 일본 무대를 밟은 최초의 한국 여자야구 선수가 됐다. 그렇게 그는 3년 전 다짐했던 것들을 단계별로 이뤄내며 꿈을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갔다.  



◆ 일본 무대 진출 그리고 토미 존 수술, 도전과 시련의 2022년

도전의 결실을 맺은 2022년, 하지만 김라경은 환하게 웃을 수 없었다. 갑작스런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야심 차게 던진 일본 무대 ‘첫 구’가 부상으로 이어졌고, 이후 재활에 매진하며 복귀를 기약했으나 결국 그 해 겨울 수술대에 올랐다. 남자 선수들에겐 익숙하지만 여자 선수들에겐 생소한 토미 존(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여자야구 최초의 기록을 써 내려갔던 김라경은 시련마저도 최초의 타이틀을 얻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밟은 일본 무대였기에 아쉬움은 컸다. 아사히 트러스트 팀과는 이미 지난해 겨울 구두계약을 마쳤으나 코로나19로 비자 발급이 제한되는 바람에 합류가 늦어졌고, 이후 유학생 비자를 겨우 발급받아 여름에 팀에 합류했으나 첫 경기 만에 당한 부상으로 도전을 멈춰야 했다. 야심 차게 도전한 2022년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김라경은 좌절만 하지 않았다. 시련의 무게만큼 값진 경험을 얻었다고 이야기했다. “5개월 동안 경기만 지켜보다 왔지만, 매 경기를 따라다니며 일본 여자야구의 인프라를 체감하는 시간이 됐다”라고 말한 그는 “학교 부활동이 활성화 돼 있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접하는 선수들이 확실히 많더라. 또 실업야구지만 경기마다 중계도 하고, 여자판 고시엔이라고 불리는 통합리그도 있어 흥미로웠다. 여자야구 선수인 내게도, 여자야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내게도 정말 좋은 경험이 됐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 재활-공부-여자야구 ‘세 마리 토끼’ 노리는 김라경, 인내와 도전의 2023년

아쉬웠던 1년을 뒤로 하고 이제 그는 1년이라는 기나긴 재활 터널을 보내야 한다. 여름부터 공을 던질 수 있지만 그때는 일본 여자야구 시즌이 한창이라 중간 합류보다는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겨울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또 그동안 대학교를 휴학하며 야구에 매진했지만, 연속 휴학 기간이 한정돼 있어 올해 복학이 불가피한 상황. 결국 김라경은 1년을 온전히 한국에서 보내면서 재활과 공부를 병행하기로 했다. 

기수제로 운영하던 JDB의 2기 운영도 목표로 하고 있다. JDB는 여자야구 저변확대를 위해 만들어진 팀으로, 리틀야구 규정상 고등학교 1학년 이후 야구를 지속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어린 선수들과 국가대표 선수들을 모아 꾸준히 훈련하고 경기에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1기 땐 시행착오도 많았고, 펀딩과 브랜딩 작업도 했지만 지원이 넉넉치 않았다. 지금도 구단 운영 지원을 받기 위해 오빠 김병근과 함께 전국의 지자체와 협회, 기업들을 돌며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고. 김라경은 안정적인 구장 지원과 전문적인 지도 체계 확립, 구단의 법인화 등을 목표로 뛰어다니며 JDB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김라경은 “1년 동안 구단 운영의 틀을 잘 정착시키고 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다. JDB를 통해 여자야구의 저변을 확대하면서 일본야구와의 교류를 이끌어 시야를 넓히는 것이 목푠데, 내가 구단을 잘 정착시키고 일본으로 떠나면 여자야구 발전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년 동안 잘 준비해서 목표를 이루고 싶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 23년 선구자의 길, 고독하지만 멈출 수 없다

10년 전 김라경은 ‘김라경 특별법’을 만들어내며 여자야구의 패러다임에 한 획을 그은 바 있다. 리틀야구의 여자 선수 나이 제한을 중학교 1학년에서 3학년까지 연장하는 특별법으로, 잠재력 넘치는 ‘천재소녀’ 김라경의 등장이 규정 변경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김라경은 10년 전 그날처럼, 이번엔 자신이 직접 나서 여자야구의 패러다임을 또 한 번 바꾸고자 한다. 

23년 내내 걸어온 고독한 ‘선구자’의 길. 앞으로도 더 걸어가야 할 이 길이 김라경은 부담스럽진 않을까. 

김라경은 “수년 전에 안향미 선배가 첫 길을 닦아주신 덕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3세대의 누군가가 이 길을 걸을 땐 지금보단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게 힘을 보태는 게 목표다”라면서 “그러기 위해선 더 열심히, 더 많이 뛰어야 한다. 2023년 한 해 동안 재활과 공부, JDB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나와 여자야구의 발전을 위해 좋은 밑거름이 되는 한 해가 되도록 열심히 뛰겠다”라며 새해의 각오를 다졌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김라경 본인 제공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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