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8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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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형 수아레즈, 막내 뷰캐넌” 통역들이 말하는 삼성 외국인 ‘3형제’ [엑:스토리]

기사입력 2022.05.30 16:10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는 외국인 선수 걱정이 없다.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과 타자 호세 피렐라 등 n년차에 접어든 외인들은 물론, 새 외국인 투수 앨버트 수아레즈까지 탄탄한 피칭을 펼치며 제 역할을 다 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세 선수의 활약은 이들의 노고를 빼고 말할 수 없다. 바로 이들의 입과 귀 역할을 하는 오진모(31), 이철희(27) 두 통역 매니저들이다. 이들이 야구장 안팎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곁을 붙어 다니며 적응을 도운 덕에 세 선수는 야구에만 집중해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 팀 동료들보다도 더 가까이, 5개월 차 통역도 벌써 3인방과 ‘혼연일체’

두 매니저 모두 야구단 통역 일은 오래되지 않았다. 피렐라 담당 오진모 매니저는 통역 일은 7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야구단에서 일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피렐라와 입단 동기인 셈. 뷰캐넌과 수아레즈를 담당하는 이철희 매니저는 올해 처음으로 통역 일을 시작했다.


5개월 남짓 한 시간부터 1년 반까지. 비교적 짧은 시간이지만 두 매니저는 벌써 세 선수와 ‘혼연일체’가 된 모습이었다. 야구장 안팎에서 붙어 다니다 보니 세 선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세 선수 모두 리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모범생들이다 보니 그들의 솔선수범한 모습에 두 매니저도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받는다고. 

“저희는 매일 선수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개인 운동을 하고 하루를 시작해요. 통역 일뿐만 아니라 종종 런닝이나 캐치볼 등 훈련도 도울 일이 있는데 체력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워낙 세 선수들이 운동을 열심히 해서.. (웃음) 그래도 세 선수가 배려를 정말 많이 해줘서 힘들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저희 나름의 건강한 루틴도 생기고 오히려 선수들이 잘 챙겨줘서 고마울 따름이에요.”

◆ 외국인 선수 이상의 존재감, 한국인 선배나 다름없어요

이미 세 선수는 그라운드 위 모범생이라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피렐라의 전력 질주는 삼성 선수들의 허슬플레이를 일깨웠고, 뷰캐넌의 루틴과 수아레즈의 격려는 어린 투수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들이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건네는 모습은 중계 카메라에 종종 비춰지기도 했다. 

3년 차 투수 황동재는 “뷰캐넌이 경기 중에도 종종 통역을 불러 조언을 해준다. 이전 경기에서 볼넷을 주고 더그아웃을 쳐다본 적이 있는데 그 뒤로 바로 홈런을 맞았다. 그러고 마운드를 내려왔더니 뷰캐넌이 ‘더그아웃 쳐다보는 걸 보니 자신감이 없어 보이더라. 점수 줘도 좋으니 자신감을 가지고 던져라’라며 조언해 줬다. 도움이 많이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이철희 매니저는 “사실 그때 이야기는 뷰캐넌이 건넸지만, 수아레즈와 피렐라 세 선수가 먼저 나눴던 이야기다. 세 선수가 황동재를 보고 ‘불안해하는 것 같은데, 얘기해 줘야 할 것 같아’라고 이야기를 했고, 뷰캐넌이 가서 말했던 거다. 뷰캐넌뿐만 아니라 수아레즈도 피렐라도 젊은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한다”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기도 했다. 그만큼 세 선수 모두 진심으로 젊은 선수들을 생각하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솔선수범한 피렐라는 지난 4월 임시 주장까지 맡기도 했다. 당시 피렐라는 선수단 미팅까지 소집하면서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당시 팀원들에게 피렐라의 이야기를 전한 오진모 매니저는 “피렐라가 선수들의 용기를 북돋는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고, 선수들도 호응을 잘 하면서 분위기가 좋았던 기억이 난다”라며 자신 나름의 특별했던 기억이었다고 이야기했다. 

◆ 야구는 이심전심, 스타일은 각양각색 “뷰캐넌이 막내죠”

이렇게 야구 이야기가 나오면 세 선수의 모습은 이심전심 혼연일체지만, 각자의 성격이 다 다른 만큼 평소의 스타일은 또 다르다. 평소 가족을 끔찍이 사랑하고 철저한 자기 루틴이 있는 뷰캐넌은 일 부탁도 가족 위주고 일도 빨리빨리 해결되길 원하는 반면, 수아레즈는 다소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면서도 정해진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만큼 허투루 보내진 않는다. 피렐라는 부지런 그 자체라고. 


이철희 매니저는 “수아레즈가 맏형, 피렐라가 둘째 형, 뷰캐넌이 막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뷰캐넌은 키 큰 브래들리(아들)다. 장난꾸러기다”라며 웃었다. 하지만 이내 이 매니저는 "뷰캐넌이 세 선수 중에 장난기가 제일 많을 뿐, 세 선수 모두 장난기도 많으면서도 의젓하다. 모든 일에 진심이라 배울 점이 정말 많다. 그래서 왜 많은 선수들이 이들을 잘 따르는지, 또 이들이 왜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지 알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들 모두 세 선수가 온전히 자신의 야구에 집중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통역 매니저들이 외국인 선수들의 생활 전반을 돕고, 이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한 덕에 팀에 잘 녹아들 수 있었다. 오진모 매니저는 "우리는 선수들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들이 원하는 걸 빠르게 캐치하고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많이 친해져서 가족처럼 지내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들이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옆에서 열심히 돕겠다"라고 전했다.

이젠 가족이나 다름없다. 외국인 3형제에 통역 매니저들까지 한 명이라도 빠지면 섭섭할 정도로 가깝게 지내며 우애를 쌓아가는 중이다. 통역 매니저들에게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너희는 야구만 해, 다른 일들은 뒤에서 우리가 잘 받칠게"라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이철희 매니저는 뷰캐넌과 수아레즈를 향해 "많이 부족하지만 올 한해 묵묵히 뒤에서 최선을 다할게. 언제나 응원한다!"라고 전했고, 오진모 피렐라 담당 매니저는 "이번 시즌은 작년보다 더 잘 하고 있어서 너무 기뻐. 끝날때까지 건강했으면 좋겠고, 나한텐 피렐라가 최고의 선수야. 올해도 화이팅하자!"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사진=대구 윤승재 기자, 삼성 라이온즈 제공, 엑스포츠뉴스DB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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