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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Brand Story] 일본야구의 대표 브랜드 제트(ZETT)

기사입력 2011.03.28 13:22 / 기사수정 2011.03.28 13:54

강정훈 기자



[엑스포츠뉴스= 유정우 / 강정훈 기자] 2009 CJ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 3승씩 나눠가진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 '챔피언 반지'의 주인을 가리기 위한 두 팀 간의 혈전. 3승3패. 마지막 7차전의 마지막 9회 말, 원 아웃, KIA의 나지완이 타석에 들어섰다.

KIA 제작, 나지완 주연, 타이거즈 서포터스 조연의 '감동 드라마' 서막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볼 카운트 2-2. SK 채병용의 제6구. 나지완의 호쾌한 스윙이 이어졌고 방망이를 떠난 공은 좌측 펜스를 향해 뻗어나갔다. 홈런. 두 손을 번쩍 든 나지완이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베이스를 돌기 시작했다.

손목 보호대에 새겨진 선명한 'Z' 로고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야구용품 전문브랜드 제트(ZETT). KIA 우승의 보이지 않는 조연을 자청한 그들은 '오직 제품만으로 이야기한다'는 경영 철칙으로 세계 야구용품 시장을 이끌고 있는 'made in Japan' 제트(ZETT)였다.

일본 야구용품의 역사, '제트(ZEET)'

일본의 산업발전을 논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바로 '모노즈쿠리'다. 직역하면 '물건 만들기'다. 그러나 이 단어는 단지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과는 차원이 조금 다르다.

아무리 작은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장인의 혼과 열정을 담아 '천상천하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모노즈쿠리'는 우리말로 ‘장인정신’으로 의역되기도 한다. 일본인들에게 '모노즈쿠리'는 일본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자 제조업의 자존심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제조업체들은 바로 이 '모노즈쿠리'를 기반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어내곤 했다. 소니(SONY), 파나소닉(Panasonic), 리코(Ricoh) 등이 그 대표적 브랜드다.

'제트(ZEET)' 또한 스포츠 분야에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일본을 대표하는 스포츠브랜드다.



일본의 야구역사와 함께 성장한 '제트(ZEET)'는 일본태생의 야구전문 브랜드다. 일본야구는 지난 1872년 미국에서 건너온 미국인 교사에 의해 현재의 동경대학에 야구가 전래되었고, 1878년 미국에서 귀국한 히라오카(Hiraoka)에 의해 일본 최초의 야구팀 '심바시 어슬레틱스 구락부'가 탄생하면서 태동됐다.

지난 1903년 우리나라로 치면 '고연전(연고전)'과 비슷한 '와세다-케이오' 간의 '소케이센'이 정기적으로 열리면서 일반인들로부터 전폭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1906년 양교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게 되자 1906년 '소케이센'은 중단되고 만다. 하지만 지난 1915년, 아사히신문이 전국 규모의 첫 야구대회였던 '일본 전국고등학교 야구선수권대회'를 개최하면서 야구에 대한 전국적인 열기는 다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변변한 야구장비조차 갖추지 못했던 당시 선수들은 해외 전지훈련을 했던 일부 대학선수들과 '파란 눈'의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미국야구의 선진화된 야구용품을 접하곤 했다.

일본 내에 국산 야구용품이 전혀 없던 지난 1920년, 제트는 와타나베 산쇼오점으로 스포츠 가방과 스포츠 용품 등을 생산하는 제조공장을 시작했다. 글로벌 제트의 소박한 태동이었다.

지난 1900년대 후반부터, 대대로 내려온 '주머니 가방'을 제조해오던 와타나베는 전국적 야구 열기와 급속히 발전하는 스포츠 시장에 대한 가치를 바탕으로 스포츠 가방을 생산·유통하면서 야구용품에 대한 기술력을 축적하기 시작했다.

현재 제트는 일본에서 가장 큰 스포츠 기업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으며, 전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그들의 야구장비는 미국(MLB) 및 일본(JBL) 등 세계 최정상급 프로리그의 현역선수들의 자발적 착용을 이끌어낼 만큼 '최고의 야구용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세계 톱클래스 '23人 명장'의 손길

세계적으로 야구글러브의 사용이 대중화된 것은 지난 1903년. 그나마 지금의 글러브와는 달리 검지와 엄지 사이에 포켓이 없는 방한장갑 같은 글러브였고, 선수들은 양손에 글러브를 끼 고 공을 받았다. 현재와 같은 글러브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30년대부터였다.

이후 제트와 미국의 일부 브랜드가 야구전용 글러브를 제작하면서, 포지션에 따라 다른 형태의 글러브로 발전해 왔다. 제트는 세계 톱을 자랑하는 23명의 '제품책임자(名匠)'를 보유한 회사로 유명하다.

그들은 소재의 선택, 봉제, 이음, 엮기 등 글러브와 배트 등 모든 공정에 있어서 작은 실수조차 허락하지 않는 꼼꼼함으로 제트만의 '장인손맛'을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제트 글러브에는 두께와 탄력, 그리고 소재를 골라내는 프로의 눈이 있다.

경기 중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톱클래스 프로선수들과 함께 호흡해온 '프로스테이터스(PROSTATUS)글러브'는 엄선된 소재를 사용, 장인이 반드시 직접 손에 쥐고 두께와 탄력을 철저히 체크하는 전통이 있다.

글러브의 기본모형 역시, 그간 제트를 거친 수만 명의 프로선수데이터를 근거로 과학적으로 제작되며, 최종적으로 장인의 수작업으로 미세한 조정을 마친 후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처음 재단에서부터 마무리 작업까지 철저하게 수작업을 거쳐 탄생한 프로스테이터스는 어떤 수치로도 표현이 불가능한 미묘한 안전감을 주며, 프로선수가 만족할 수 있는 최상의 착용감을 제공한다.

또한 프로선수의 섬세한 요구와 취향, 습관, 포지션에 따른 맞춤형 글러브는 수십 년간 쌓아온 제트의 노하우가 집약된 '지구상 하나뿐인 글러브'로 평가 받을 정도다. 미국과 일본, 한국의 유명 프로선수들이 제트글러브를 사용하는 것은 제트만의 품질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제트의 배트는 선수 한 명 한 명의 요구와 최고의 스윙을 가능케 하는 '역학적 중심설계'로 정평이 나 있다.

제품 수만도 수백 가지가 넘는다. 제트배트는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500여 명 이상의 프로선수가 주문생산을 의뢰할 정도다. 제품은 선수가 요구한 형태와 사이즈, 그리고 중량을 0.1mm의 차이로 깎아내는 장인의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것.

특히 목재 배트의 경우, 좋은 기계와 목재를 고르는 단순한 선구안만 가지고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전 세계 수많은 야구용품 브랜드들이 선진화된 장비와 목재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심혈을 기울여 신제품을 만들어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목재 배트의 경우, '100人 100色'의 요구와 스윙에 맞는 0.1mm의 섬세한 가공기술이 노하우의 핵심이다. 제트는 수십 년간 쌓아온 노하우와 최고의 장인 기술을 젊은 장인의 육성에 투자, 과학적 기술 개발과 장인의 섬세함을 조합한 최상의 제품생산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금속배트를 사용하는 선수들은 각자가 그리는 이상적인 스윙 괘도를 이미지 트레이닝하기 때문에 미세한 차이의 배트 모양, 무게, 밸런스 등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그 기술적 핵심은 '편안한 그립 감'과 '편안한 스윙 괘도'에 있다. 또한, 금속배트의 특장점 중의 하나는 '안정적 품질'에 대해 절단, 용접, 연마 등 특별한 기술과 노하우를 발휘한다.

제트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캐처기어(catcher's gear)'는 선수의 안전과 운동성능 향상, 그리고 장시간 경기를 하는 동안 쾌적함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강이 분할구조'와 '사이드 분할' 등 피트 구조 디자인을 채택해 포수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지원한다.

제트는 그밖에 야구화 배팅장갑, 야구공, 가압 및 의류, 보호장비 일체 등 모든 종류의 야구용품에 '23人 명장(名匠)'의 혼을 접목, 브랜드 자긍심이 충만한 최고의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일본 내에 수도 없이 많은 야구용품 브랜드 중에도 자체 공장을 가지고 자체 제작을 할 수 있는 브랜드는 제트와 미즈노(MIZUNO)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고 팀 '제2의 전력'. ZETT의 스폰서십(Sponsorship)

'스포츠를 활용한 마케팅(Marketing through sports)'은 브랜드 마케터들 사이에서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마케팅 전략이다. 더욱이 스포츠 용품 브랜드의 경우,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위한 '필수 코스'로 여겨진다.

스포츠용품사의 팀 후원은 고액을 투자해 용품 제공과 현금협찬을 병행하는 게 보통의 경우다. 따라서 타 브랜드와의 경쟁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각국 대표팀이나 클럽팀에게 '웃돈'을 주고 다양한 '러브콜'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야구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야구용품은 선수 개개인의 특성과 체형에 맞는 장비가 요구되기 때문에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용품선택의 중요성은 강조할수록 부족함이 없다.

또한, 선수의 안전을 위한 개인 보조장비도 필수 요소다. 따라서 최상급 야구팀의 용품후원은 단순한 '웃돈' 논리의 마케팅적 판단보다 제품의 성능을 고려한 선수 위주의 배려가 우선시되곤 한다.

제트는 지난해 일본 쎈트럴리그 '야쿠르트 스왈로스(yakult swallow)'와 국내리그 우승팀인 'KIA 타이거즈' 등을 후원했다.

야쿠르트는 지난 1990년대 이후 전력이 급부상한 일본의 신흥 명문구단. 통산 다섯 번의 일본시리즈 우승 중, 지난 1990년대 이후 무려 네 차례나 차지한 강팀이다.

지난 2000년대, 야쿠르트는 팀 마케팅 차원에서 용품 후원사를 찾던 중, 팀 내 선수 중 절반 이상이 글러브, 배트, 신발 등에 제트의 용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제트의 일본 본사에 후원을 요청했다.

흔쾌히 수락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마케팅 매니저에게 날아든 서신은 '후원불가'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제트는 대량 생산으로 제조에 집중하는 대중 브랜드도 아니며, 벌써 수천 명의 선수가 사비를 들여 착용하고 있는 데다 선수 개개인의 맞춤형 제품을 지향하는 브랜드 이미지가 팀 후원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시 제트는 전체 선수 숫자로 볼 때 모든 선수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후원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지금까지 쌓아온 '최고의 장인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결국 제트는 야쿠르트의 마케팅 디렉터와 단장, 제트가 후원 중인 스타급 선수들의 '릴레이 간청'과 '러브콜'에 내부적으로 전문가 그룹을 보강하는 등 인력보강을 거친 후 후원을 수락했다.

지난해 잠실벌을 눈물바다로 만든 KIA. 시즌 초반 KIA는 중하위권 성적이 예상되는 약체로 평가됐다. 하지만, 제트코리아의 후원과 함께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팀 성적은 안정을 찾아갔고,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어를 낚기에 이른다.

'제2의 전력'이라고 표현되는 용품사와 팀의 요구사항이 잘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렇게 제트의 한국 프로팀 '후원 프로젝트'는 시행 첫해, 또 다른 '제트신화'에 동참하는 실적을 올렸다.

현재 제트는 김현수, 홍상삼(이상 두산), 김수경, 마일영(이상 넥슨), 홍성흔(롯데), 박석민, 장원삼(이상 삼성), 채병용, 전병두(이상 SK), 이진영, 정재복(이상 LG) 등 30여 명 이상의 국내리그 선수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라미레즈, 우스미(이상 요미우리), 야노, 아카호시(이상 한신), 사토자키(롯데), 마사히코, 모리노(이상 주니치) 등 약 40여 명 이상의 선수들에게 개인 용품을 후원하고 있다. 그밖에 인터내셔널 팀으로는 중국 국가대표팀을 후원하고 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황금장갑'의 가치

제트와 한국야구의 인연은 KIA와 유명 선수의 후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제트 본사가 프로 원년부터 협찬해 오던 '골든글러브' 후원이 그것인데, 그 세월만 20년을 훌쩍 넘는다.

30년 한국프로야구 역사와 함께해 온 'KBO골든글러브시상'은 한 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포지션별 선수에게 수여되는 최고 권위의 시상식이다. 제트는 수상자에게 각 포지션에 맞는 특별한 '황금장갑'을 제작, 수여하고 있다.

글러브 제작 전, 가죽부터 황금으로 도금을 한 뒤 재단을 거쳐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글러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도금하기 전 글러브 가격만 50~60만 원. 도금뿐 아니라 한해 프로야구를 빛낸 최고선수의 명예가 더해져 '골든글러브'의 가치는 가격을 매길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제트의 전통을 통해 배출된 국내스타선수만 500명이 넘는다. 지난 1980년대 김재박, 장효조, 이만수를 비롯해 1990년대 선동열, 장종훈, 김기태, 2000년대 이승엽, 김동주, 송진우, 류현진까지 한국야구사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즐비하다.

제트의 '골든글러브' 후원 이유는 간단하다. 진정성과 전통. 오로지 장인정신 하나만으로 야구에 대한 외길을 걸어온 제트. 지난 1980년대 초, 일본이 바라본 대한민국의 프로리그 창설은 생소했지만 각별했다.

제트는 고교야구 한일전을 통해 '애국심'과 '근성'을 보여줬던 한국선수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고, 당시 제대로 된 야구용품이 턱없이 부족했던 한국시장에 선사하는 일종의 '우호적 호의'의 상징이 바로 '골든글러브'였던 것.

하지만, 한국야구의 세계적인 발전과 한일 프로야구의 빈번한 교류가 시작되면서, 20년을 훌쩍 넘은 전통의 '황금장갑'의 추억은 현재까지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제트는 전 세계 30여 개국에 진출해 있다. 야구가 보급된 전 세계 모든 나라라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그들은 세계야구를 대표한다는 미국, 일본, 한국 시장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제트는 자신들이 걸어온 길이 바로 세계 야구의 발자취라는 자부심으로, 야구를 통해 세계와 더 많이 소통하기를 갈망한다.

[사진 (C) ZETT Japan 제공]



강정훈 기자 mousy00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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