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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유희관 "느린 공의 선수들, 나를 보고 용기 가졌으면" (일문일답)

기사입력 2022.04.03 12:24 / 기사수정 2022.04.03 17:01


(엑스포츠뉴스 잠실, 조은혜 기자) 마운드를 떠난 두산 베어스의 유희관이 팬들을 향해 공식적인 인사를 전한다.

두산은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를 치른다. 이날 두산은 경기가 종료된 뒤 유희관의 은퇴식을 예정하고 있다. 경기 전에는 시구자로도 나선다.

2009년 두산에서 데뷔한 유희관은 통산 281경기에서 101승69패, 평균자책점 4.58의 성적을 기록하고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두산 좌완 최초 100승 고지를 밟았고, 2013년부터 2020년까지 기록한 8년 연속 10승은 구단 최초 위업으로 남아있다. 다음은 경기를 앞두고 만난 유희관과의 일문일답.

-은퇴식을 위해 다시 잠실을 찾았는데 입단 기자회견과 비교하면.
▲그때보단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다. 그렇지만 은퇴식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린다. 지금은 괜찮은데 이따 또 울지 않을까. 나이가 먹었는지 울음이 많아지더라(웃음). 슬픈 은퇴식이 되겠지만 최대한 유쾌하게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해설위원 생활은 어떤지.
▲다들 은퇴하면 해설을 할 거라는 예상이 많으셨다. 시범경기 두 경기지만 말을 잘하는 거랑 해설은 다르다는 걸 느꼈다. 전문성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다행히 서울 출신이다보니까 목소리는 듣기 좋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야구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을 때와 괜히 했다고 생각했을 때가 있다면.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지금 같은 상황인 거 같다. 정말 이렇게 은퇴식까지 할 수 있는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 못했다. 영광스러운 자리다. 야구를 괜히 했다는 생각은 성적이 안 났을 때다. 아무래도 직업이다보니 좋을 땐 아무 얘기 안 듣고 잘 흘러가지만 안 될 땐 욕도 많이 들으니까 그럴 땐 '야구 왜 했지' 이런 생각들을 했다.

-정재훈 코치, 최원준이 특히 은퇴를 아쉬워 하던데.
▲정재훈 코치님은 입단했을 때부터 잘 챙겨주셨던 선배였다. 전지훈련에서도 항상 밥도 같이 먹고, 방에서 같이 놀고 했던 선배라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 가족들과도 편하게 지낸다. 보이지 않는 둘만의 뭔가가 있기 때문에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원준이도 내가 많이 예뻐했던 후배다. 투수들한테는 잔소리를 많이 하고, 모진 소리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좋은 얘기를 할 때도 있지만 본인들이 깨닫고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게 얘기를 하곤 했는데 잘 받아주던 후배다. 연락이 가장 먼저 올 정도로 아쉬워 했다. 오늘 꼭 이기라고 했다. 지면 관중들 열받아서 나갈 수 있으니까(웃음).

-해설할 때 최원준에게 악담을 할 거라고 농담했다던데.
▲내가 두산 출신이지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두산에 관련된 얘기라든지, 안 좋게 보는 시각도 있기 때문에 잘한대로, 또 못한대로 냉정하게 중립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은퇴식에 가족도 참석하는지.
▲부모님이 오신다. 경기 할 때도 야구장에 안 오셨던 것 같다. 야구하는 아들을 두셔서 나보다 항상 애타고 가슴 졸이며 야구를 보셨던 거 같은데, 오늘은 마지막이라고 하니까 야구장에 찾아와 주셔서 응원해주신다고 하셔서 그런 게 또 울컥할 것 같다. 인터뷰도 많이 하고 방송도 많이 나갔지만 지금 보니 부모님 관련된 얘기는 많이 안 한 것 같다. 야구하는 아들 때문에 나보다 고생을 많이 하신 거 같아서 이 자리를 빌려서 그동안 고생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또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야구 실력이 처음부터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다. 내 단점이지만 느린 공으로 편견과 많이 싸웠다. 누구 한 명의 도움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고 생각할 수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상무, 프로까지 가르쳐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릴 수 있을 거 같다.


-구속이 안 나와서 스트레스 받는 선수들에게.

▲나를 보고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진 걸 이용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거다. 느린 공을 던지는 선수들에게 내 이름이 붙어서 많이 나오던데, 키움 투수도 저를 갖고 얘기하시더라. 어느 정도 야구계에서 느린 공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트렌트를 제시한 것 같아서 선배로서, 야구인으로서 뿌듯하다. 

-은퇴를 했는데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져서 아쉽진 않은지.
▲한 번 내뱉어서 번복할 수 없었다(웃음). '1년 더 하지 그랬냐' 말씀도 많이 하셨는데, 은퇴한 것에 대해 아쉬움은 많이 사라진 상태다. 야구를 더 하고 싶은 마음 있었기 때문에, 사라지는 마음들이 있지만 아직 설레는 거 같다. 은퇴를 최근에 했기 때문에 야구장에 설레는 마음이 있고, 오늘도 선발 등판하는 날처럼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도착했다.

-은퇴를 했구나 실감했던 순간이 있다면.
▲시범경기를 하는데 내가 누워서 TV를 보고 있거나 하면 은퇴했다는 마음을 느끼는 것 같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는데 스케줄 없으면 늦잠 잘 수 있는 것에도 은퇴했구나 느끼는 거 같다. 그리고 어딜가다 유희관 선수로 불렸는데, 유 위원님으로 불리는데 그 단어가 익숙하지 않더라.

-해설위원으로 올해 두산을 전망하자면.
▲개인적으로, 솔직히 5강 후보에서 뺐다. 선수 때는 몰랐는데 (예측을) 하려니까 많이 힘들더라. 최근 몇 년 주력 선수들이 빠져서 올 시즌은 힘들지 않을까 하는데, 한편으로는 가장 기대되는 팀에 두산을 꼽았다. 힘든 상황에서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보이지 않는 팀 분위기와 DNA가 있기 때문에 올해도 한국시리즈 진출할 수 있을지 그런 기대가 가장 많은 팀이다. 올 시즌도 두산은 모든 예상을 뒤엎는 실력들을 보여주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애정이 있다.

-아직 29번을 단 선수가 없는데, 어떤 후배가 29번 달았으면 좋겠나.
▲은퇴를 늦게 해서 단 사람이 없었을 거다. 영구결번까지는 욕심이었지 않나(웃음). 그렇지만 좋은 선수가 달았으면 좋겠다. 왼손 투수 중에 달지 않을까, 그런 얘기들을 들었다. 최승용, 아니면 2군에 있는 이병헌 선수가 고등학교 때 29번을 달았더라. 그런 선수들이 달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번호를 단다고 특별한 번호가 아니라, 유희관의 29번이 아닌 그 선수들의 29번이 됐으면 하는 선배의 마음이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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