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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석만이 할 수 있는 일들" [엑:스토리]

기사입력 2021.11.24 17:11 / 기사수정 2021.11.24 18:10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올해의 성적은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올 시즌 한화 이글스는 '우리는 우리만의 길을 간다'는 일념 아래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그 중심에 하주석이 있었다. 내야와 타선에서 중심을 맡았고, 주장으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단의 주축이 됐다. 조성환 수비코치와 하주석이 함께 나눈 대화는 하주석의 이야기이자, 한화의 이야기였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부임하면서 한화의 색깔로 자리 잡은 극단적인 시프트 역시 하주석의 역할이 컸다. 조성환 코치는 "주석이가 없었다면 감독님을 말렸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조성환 코치: 시프트의 핵심을 유격수가 맡아야 하는데, 그 유격수가 하주석이라 이 시프트가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봤다. 거기서부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하주석 선수여서 더 빨리 팀에 녹아들었고, 그다음 감독님과 추구한 단계들이 있었는데 그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하주석: 솔직히 힘들었다. 많이 움직여야 하고, 투수 템포도 끊으면 안 된다. 그 거리가 생각보다 멀다. 그리고 내가 제일 내가 무서웠던 건, 안 다치고 한 시즌을 보내야 한다는 두려움이었다. 확실히 피로도가 크다. 방망이 안 맞는 날엔 왔다 갔다 하는 게 두 배, 세 배, 네 배는 힘들다.

조성환 코치: 그래서 내가 잘 치라고 방망이도 골라주고, 좀 힘들어 보이면 펑고도 쉬게 했다. 타석 들어가면 제발 안타 쳐라 빌기도 많이 빌었다.

하주석: 난 수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수다. 실책도 정말 많이 했고, 수비를 말도 안 되게 해봤던 선수라 수비에 대한 애착이 크다. 그래서 타격이 안 좋았을 때 연결이 안 되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기본은 데이터를 따르지만, 그라운드에 선 선수의 직감을 믿을 때도 있었다. 하주석은 "많지는 않지만, 공마다 다른 느낌이 들 때가 있다"며 벤치의 지시와 다른 선택을 한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조성환 코치: 시프트가 진화하면 이런 느낌이다. 데이터에 나와 있는 자리를 지키는 걸 넘어서서 그날 투수나 상대 타자의 컨디션, 볼카운트 등 상황을 파악하고 움직인다. 어떻게 보면 처음 하주석을 중심으로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면, 어떤 하나에 다른 선수들까지 움직일 수 있는 그 정도까지 발전을 했으니 1년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난 거다.

하주석: 시프트가 힘든 게 체력적인 부분도 있지만, 자기가 가장 많이 했던 위치와 다른 곳에 서면 타구가 오는 각도나 내가 던지는 각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보이는 시야도 다르다. 나도 힘들었는데, 어린 선수들은 아마 더 힘들었을 거다.

시즌을 치르며 점차 시프트를 시도하는 팀들은 많아졌고, 모두가 한화의 모델을 좇았다고 할 순 없으나 그 물결의 시작은 명확했다.

조성환 코치: 답답하게 느껴졌나보다 했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우리한테 1년은 성공했다고 봐야 하는데, 사실 하주석 같은 유격수가 없으면 쉽지 않다. 어깨 강도나 수비 범위, 시프트에 대한 이해도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 아닐까 했는데, 하주석 덕분에 그 시간을 많이 줄였다.

하주석: 사실 KBO에서 아무도 그런 극단적인 시프트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의심도 많이 했었다. 코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팀의 모습을 타석에서도 느끼고, 벤치에서도 보면서 '우리가 하는 게 맞구나' 더 확신이 들었다.

조성환 코치: 시프트는 이해도가 필요하다. 주석이가 굉장히 스마트하기도 하고,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걸 옆에 선수들까지 다 챙기고 주장 역할까지 했으니까 정말 고맙다. 내년에는 좀 더 고생을 해야 할 거 같다. 중심 선수라는 타이틀은 굉장히 좋고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엄청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자리다. 올 시즌에는 그 기반을 다졌다고 할 수 있다. 


언제나 하주석의 목표는 소박했다. 다치지 않고 시즌을 온전하게 치르는 것. 찰나의 순간에 모든 희망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던 선수에게는 작아도 간절한 소망이었다. "안 아팠으면 좋겠다는 게 모든 주변 사람들의 새해 인사였다"고 쓴웃음을 지은 하주석은 올해 다치지 않았고, 두 배 이상의 체력 소모가 있는 시프트를 소화하면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하주석: 나에게는 엄청 큰 의미가 있었다. 제일 행복했던 시즌이 된 것 같다. 안 다치는 게 제일 큰 목표였고, 병원에 누워있을 때 생각하면 그런 게 제일 나한테 큰 행복인 거 같다. 또 새로운 경험들도 많이 하면서 많이 배운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다. 코치님 말씀대로 이번 시즌은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본 거 같고, 나한테는 정말 큰 경험이 됐다.

조성환 코치: 주석이가 보여줄 게 엄청 많다고 생각하는데, 그동안은 잘 안 보여준 거 같다. 아무래도 부상에 대한 조심성도 있었을 거다. 그건 컨트롤이 되는 부분이 아니고, 적극성이 떨어졌다고 봐야 하나. 올해 같은 경우에는 주장 역할도 했고, 시프트 중심에 서 있다 보니까 본인을 챙기기보다 주위 선수들을 챙기면서 오히려 숨겨졌던 본인 플레이가 나왔던 거 같다. 지금도 스타지만, 대스타가 되길 바라는 입장에서 올해 1년이 소중하게 쓰였으면 좋겠다.


주장 완장은 6월부터 찼지만, 자신이 리더 그룹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건 그 전부터 자연스럽게 들었던 생각이었다.

하주석: 그동안은 워낙 좋은 선배들이 많았다. 나는 그 선배들 밑에서 의지하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없으니까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이 생각했다. 그게 올 시즌 시작 전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의지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처음에는 주장이 아니었으니 내야수들을 많이 생각했다. 그리고 주장을 맡게 되면서 시야가 더 넓어졌다.

조성환 코치: 야구를 잘했다기보다 잘 참았다고 칭찬한 적이 많다. 나는 주장을 많이 해봤고 주석이는 올해 처음인데, 주석이한테 '한마디에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참을 수 있어야 한다' 얘기한 적이 있다. 올 시즌 주석이는 감독님이 추구하는 야구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시즌이다. 야구장에서는 그런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뛰었고, 어떤 선수보다 한 베이스 더 갔다. 아마 선수들이 많이 느꼈을 거다. 올 시즌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다고 본다. 하주석 선수와 팀에게 어떤 결실이 될지 모르겠지만, 진짜 하주석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했다.

하주석: 주장을 맡으면서 선배들도 도와주셔서 고맙고, 후배들도 잘 따라와준 거 같아서 고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걸 전달해주고 싶어서 마지막 경기를 한 뒤에 전달했다. 너무 고마웠고, 그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한화를 구성하는, 또 한화를 바라보는 모든 이들은 올해의 한화보다 더 강한 내년의 한화를 기대한다.

조성환 코치: 초반이 진짜 중요할 것 같다.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로 밀리지 않으려고 강력하게 들어오겠지만, 우리 한화도 틈바구니에서 밀리면 안 될 거다. 그런 의미에서 스프링캠프에서 조금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선수들과 좋은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성공도 있지만 그 이면에 안 좋았던 부분들도 분명 존재한다. 좋았던 부분은 유지하되 안 좋은 부분은 보완할 수 있도록, 그 준비는 내가 해야 한다.

하주석: 올해 분명히 많은 변화를 줬다. 많은 선수들이 많은 경험을 했고 그만큼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모든 선수들이 기죽지 않고, 고개 숙이지 않고, 그런 부분들을 경험으로 삼아서 독기를 품고 잘 준비했으면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내년을 준비한다면 분명히 올 시즌보다 내년에 좀 더 좋은 경기 결과가 나올 거라고 믿고 있다.

조성환 코치: 올 시즌이 선수들과의, 감독님과의 첫해였다. 내년에는 팬들이 원하는 야구를 하고, 한화 이글스만의 색을 잘 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올해보다 훨씬 더 좋은 경기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내년에도 이 선수가 '키'다. 내년 이맘때 물어보면, 내후년의 키도 이 친구다. 앞으로 한화의 최소 3~4년은 하주석 선수가 잘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잘 부탁해.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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