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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석진, 개그맨 아니었나요?…왕코형의 이중생활 [이 사람이 그 사람?]

기사입력 2021.08.29 10:00 / 기사수정 2021.08.26 10:17

최희재 기자

'연예인 그렇게 좋아해서 박사 될 거니?'라는 말을 귀에 박히게 들었던 9n년대생 신흥 고인물로서, 요즘 친구들은 잘 모르는 스타들의 역사를 되짚어 드리겠습니다. '이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 싶은 연예인들을 모아 모아.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최희재 기자) 우리에게 '런닝맨 아저씨', '왕코형'으로 익숙한 지석진은 최근 어엿한 소속 그룹이 생겼다.

MSG워너비로 음원차트 1위까지 차지했지만 지석진 이름 앞에는 보통 방송인 혹은 개그맨이 붙는다. 지석진은 방송인인가 개그맨인가. 어린 학생들은 지석진을 '은퇴한' 개그맨이라고 알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석진은 사실 가수로 데뷔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지석진을 볼 때 그의 직업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최근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노래에 대한 욕심을 '과하게' 드러내는 지석진을 마주하며 궁금증이 생겼다.

포털사이트에 지석진을 검색하자 1992년 1집 앨범 '우울한 오후엔 미소를'로 데뷔했다는 화면이 나왔다. 그저 '왕코형'인 줄 알았던 지석진의 연예계 데뷔는 다름 아닌 가수였다.

지석진의 데뷔 앨범이자 첫 정규 앨범 '우울한 오후엔 미소를'에는 총 8곡이 수록되어 있다. 지석진은 '난 알아요'로 후속곡 활동까지 했지만 결과는 처참한 수준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문화대통령'이라 불리던 서태지 열풍이 불었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인기곡 제목 또한 '난 알아요'였다. 1990년대, 한국의 젊은이들이 댄스와 힙합에 열광할 때 지석진은 묵묵히 발라드를 불렀다. 이때부터였을까. 지석진의 발라드 욕심이 시작된 게.

지석진은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이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제대 말년부터 음반 준비를 했다. 그 당시엔 데모 테이프를 만들어서 여기저기 돌렸다. 한 군데서 연락이 왔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가수로서의 성공을 기대했던 지석진은 "PD들한테 들려줬을 거 아니냐. 평가가 대박 난다고 그랬다. 사장님도 3만장을 뽑았다더라. 근데 2400장이 나갔다. (남은) CD로 집에서 도미노 하고 놀고 그랬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 지석진은 "내 동기가 누구냐면 김원준, 하수빈이다. 오 해피데이라고 모임도 있었다. 갑자기 원준이가 뜨다 보니까 내가 연락을 못 하겠더라. 쟤네는 잘나가고 나는 구석에 찌그러져 있으니까"라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한 개의 앨범을 끝으로 지석진의 가수 활동은 중단됐다. 1년 후 1993년 지석진은 김용만의 권유로 KBS 개그맨 공채 10기 시험에 합격했고, 1994년에는 SBS MC 공채 1기에 합격했다. 지석진은 '개그콘서트' 초창기에 출연한 대선배 개그맨이지만 이렇다할 개그 대표작은 없다. 개그맨보다는 MC, 리포터로 활발히 활동했기에 방송인 이미지가 더욱 강하다.

지난 5월 방송된 '놀면 뭐하니?'에서 배우 이상이는 정체를 밝힌 지석진의 노래 실력에 감탄하며 "노래에 대한 꿈이 있으셨냐"고 물었다. 이에 지석진은 "연예인의 길을 노래로 시작했다"고 답해 출연진들을 놀라게 했다.

사실 지석진은 가수에 대한 꿈을 꾸준히 어필해왔다. 서태지와 같은 시기 데뷔해 같은 프로그램에서 소개됐다고 누누이 이야기해왔다. 또 지석진은 지난 2014년 KBS 드라마 '고양이는 있다'에 참여했으며 2015년에는 발라드 싱글 'Fa Qia (머리핀)'를 발매했다.

한국에서 지석진의 가수 데뷔 일화는 웃음거리로 쓰여왔지만, 해당 싱글은 2016년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에서 최상위권에 오르는가 하면 중화권 인기 가수의 단독 콘서트에 지석진이 게스트로 서는 등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는 지석진이 SBS '런닝맨'으로 한류스타 대열에 오른 영향이 컸다.

이에 대해 지석진은 JTBC '비정상회담'에서 "첫날에 22위에 올랐다. 메인에 걸려서 6위까지 올랐다. 샤이니는 위에서 찍고 내려오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지석진의 음원 순위가 샤이니보다 높았기 때문.

이를 듣던 장위안은 "사실은 중국에서 인기 진짜 많다"고 전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전현무는 "중국에서는 가수냐 개그맨이냐"라고 물었고, 지석진은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고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놀면 뭐하니?'를 통해 MSG워너비, M.O.M으로 음원을 발매하고 무대에 선 게 대중들에게도 큰 인상을 남겼다. 지석진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부터 따뜻한 음색과 안정적인 보컬로 이목을 모았지만 누구도 지석진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최종 멤버가 결정되는 무대 후 지석진은 "저는 연습 과정에서 한 번도 뭘 주장해본 적이 없다. 이분들은 가수 활동을 하면서 쭉 걸어온 길이 있지 않냐"라며 눈물을 보였다. 지석진의 진심에 유재석 또한 공감했고 박재정은 눈시울을 붉혔다.

지석진은 "거의 30년 전에 데모 테이프 가지고 다니면서 가수를 했다가 노래를 놨는데 이런 유명하고 대단한 가수들과 입을 맞춘다는 게 영광"이라며 "개인적으로 감동의 순간이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결국 유재석의 선택을 받아 데뷔 멤버에 선정된 지석진은 MSG워너비 마지막 무대 후 "29년 전에 앨범을 내고 그 이후에 예능 활동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제 노래를 여러분들이 들어주신다는 상상을 못해보면서 살았다"며 무대에 대한 열망을 전했다.

이어 "기대조차 못 해봤는데 부족한 제 노래를 들어봐 주시고 또 칭찬해 주신 분들이 계셔서 진심으로 너무나 감사드린다.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영광이다"라며 감사 인사를 남겼다.

이후 MSG워너비 활동은 끝났지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지석진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다. 지석진은 예능에 출연해 스스로를 MSG워너비 별루지라고 소개하며 노래를 부른다. 또 지석진의 유튜브에는 신청곡이 댓글로 달린다.

올해 나이 56세, 포기하지 않고 약 30년 만에 꿈을 다시 이룬 지석진의 모습에 많은 이들의 응원이 함께하고 있다. 별로 아닌 별루지의 음악 행보에 기대를 더해본다.

사진=JTBC 방송화면, 각 앨범 커버, 유튜브 채널, MBC 방송화면

최희재 기자 jupit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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