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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크' 강은일 "이상의 삶, 우리 인생과 닮아…고통 이해" [엑's 인터뷰①]

기사입력 2021.02.08 13:30 / 기사수정 2021.02.08 13:46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이상은 ‘오감도’, ‘날개’ 등으로 유명한 시인이다. 학창 시절 교과서를 통해 그의 시를 누구나 한 번쯤 접해봤을 터다. 난해한 언어로 돼 있어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독특한 기법이 돋보여 '천재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스스로를 '박제된 천재'라는 자조적인 언어로 표현한 만큼 비운의 시인이기도 했다.

이상의 연작시 ‘오감도 제15호’를 모티브로 만든 뮤지컬 ‘스모크’는 그의 고뇌 어린 내면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상의 시와 삶을 소재로 시대를 앞서가는 천재성, 그리고 암울한 시대에서 살아야만 했던 예술가의 불안, 고독, 절망, 이를 이겨내고 싶었던 열망 등 이상의 다양한 감정을 미스터리한 분위기 속에 전개한다.

바다를 꿈꾸며 그림을 그리는 순수한 소년 해(海) 역의 해 역을 맡은 강은일은 “이상의 삶은 우리 인생과 닮아있다”라고 말했다.

“이상이란 인물은 자기에 취해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자기를 천재라고 말하고요. 본명이 김해경이잖아요. 이상이란 예명을 딴 과정 자체만으로도 자신을 신처럼, 천재처럼 생각하지 않았을까 해요. 시인 이상을 하나하나를 알아갈수록 묘해요. 그도 인간이기 때문에 어떤 수많은 일을 겪었겠지만 한 단어로 요약하면 고통이고 아픔이에요. 우리도 힘들 수도, 아플 수도 있잖아요. 감히 누가 더 역경이 크다 작다를 따질 수 없지만 모두가 고통을 겪기에 메시지를 공감할 수 있어요. 그 안에서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에너지를 써요. 우리가 밥을 먹고 옷을 입고 밖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쓰는 거잖아요. 그가 글을 쓴다는 것도 뭔가 하겠단 노력인 것 같아요.”

지난해 대법원에서 강제추행 혐의와 관련 무죄 판결을 받은 강은일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내가 겪은 고통과 모양은 다를 수 있지만 속성, 그 안에 있는 알맹이는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상을 이해함에 있어 조금 도움이 됐던 것 같다“라며 담담히 이야기했다.

”우리는 이상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모르잖아요. 하지만 그 안에서 공통적으로 맞는 지점, 공감할 지점이 있지 않을까 했어요. 그 마음을 이해하려고 공부했죠. 그가 어떤 고통을 겪었고 어떤 외로움이었고 사랑은 있었을까. 오히려 좋았어요. 내가 해석하는 대로 연기하면 되니 해석의 폭이 넓어졌어요. 정답이 있다면 그 안에서 해석하고 표현했겠지만 그렇지 않아 좀 더 넓어진 것 같아요.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았어요.“ 

‘스모크’에는 ‘오감도’ 외에도 ‘건축무한육면각체’, ‘거울’, ‘가구의 추위’, ‘회한의 장’과 소설 ‘날개’ ‘종생기’ 수필 ‘권태’ 등 개성 있는 발상과 표현을 선보인 이상의 작품이 녹아있다.

”이상은 이해받으려는 노력을 아예 안 했을까, 자기 생각에 갇혀 이해받는 글을 쓸 수 없는 거였을까, ‘너넨 이해할 수 없지, 난 이런 글을 써’란 생각이었는지, 일부러 노력하지 않았는지 찾아도 답이 없더라고요. 일제강점기였으니 그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쓴 게 아닐까. 그러면 용기 없는 쫄보가 아니었나란 상상도 하고요. 이 사람도 인간이고 사람이었구나 했죠." 

‘스모크’는 모든 걸 포기하고 세상을 떠나려는 '초(超)', 순수하고 바다를 꿈꾸는 해(海), 그들에게 납치된 여인 '홍(紅)' 세 사람이 함께 머무르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펼친다. 

“시작하기 전에 초와의 합을 맞추고 대사도 해보고 항상 맞추고 들어가요. 참 신기해요. 한마음이에요. 이상이란 인물은 이렇다는 걸 보여주는 극이라기보다는 이런 사람도 이렇게 살아간다는 이야기로 이해하고 연기하고 있어요. 그 안에 심어진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 생각하거든요. 심장을 계속 두드릴 수 있는 메시지가 아닌가 해요.”

스릴러 분위기 속에 반전을 숨겨뒀다. 처음에는 조금은 난해하고 복잡한 극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중반부터 세 인물의 복잡미묘한 관계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처음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게 된다.

“우리 극과 닮아 있는 시가 '사각형의 내부에 사각형의 내부에'(건축무한육면각체) 같아요. 복잡하고 어렵잖아요. 말을 할수록 미궁으로 빠져요. 그래도 살아가고 있어요. 우리는 그 안에서 계속해서 사각형 내부에 들어가고 있어요. 뒤죽박죽한 그 말이 그렇게 해석이 되더라고요. 폐병 때문에 손수건에 피가 흠뻑 젖고 괴로워도 알아주지 않아도 계속 글을 써요.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펜을 이미 집었고 쓰고 있어요. 운명이 아니었을까. ‘날개’라는 넘버에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진다’라는 가사가 있어요. 연출님과 시를 해석하는 게 재밌었어요. 후회와 절망, 그리고 회복하기 위해 희망을 찾는 과정이 그려진 극이에요. 우리 인생과 닮아 있어요. 연기를 하는 저로서도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니 더 좋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매회 새로워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윤다희 기자,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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