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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코멘트] 눈시울 붉힌 박건우 "내가 못해 우승 날아간 작년 떠올랐다"

기사입력 2019.10.23 23:06

채정연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채정연 기자] 침묵은 가장 중요할 때 깨졌다. 끝내기로 마음고생을 조금이나마 털어낸 박건우가 눈시울을 붉혔다.

두산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6-5로 승리했다. 홈인 잠실에서 2승을 거둔 두산은 3차전을 위해 고척으로 향한다.

선발 이영하가 1회와 2회 실점하며 초반 분위기를 넘겨준 두산이다. 4회 오재일의 투런으로 동점을 만들었으나, 6회 대거 3점을 내주며 2-5로 뒤쳐졌다. 그러나 8회 1점을 만회하며 추격을 시작했고 9회 오주원-한현희를 상대로 3점을 더하며 결국 승부를 뒤집었다. 끝내기의 주인공은 박건우였다.

경기 후 코가 빨개진 채 인터뷰실로 온 박건우는 "아직 짧으면 2경기, 많으면 5경기가 남았다. 한 경기라도 이길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2차전 8회 안타 전까지 8타수 무안타였던 박건우다. 그는 "내가 욕먹는 건 괜찮지만, 감독님과 코치님이 좋지 않은 말씀을 많이 들으셔서 죄송했다. 많이 힘들어서 감정이 북받쳤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지독한 빈타로 고개를 떨궜던 그다. "작년보다는 첫 안타가 빨리 나왔다"며 '셀프 디스'를 한 박건우는 "올해 병살이 많다보니 (타구를) 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보니 스윙이 커졌다. 밸런스는 나쁜 것 같지 않은데 방망이 자국을 보면 항상 정타에 맞아있더라. 무엇이 문제일까 찾다가 감독님이 격려해주셔서 힘이 됐다"고 말했다.

9회 타석은 '하필' 또 찬스였다. 박건우는 "또 이런 상황이 내게 오는구나" 싶었다며 "부담은 있었지만, 다음 타순을 믿고 하려했더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고 전했다.

리드오프로서 침묵한 자신 때문에 속앓이했을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박건우는 "내 자신도 답답한데 팀원들은 얼마나 답답했겠나. 내가 상위타선으로 잘 못했지만 형들이 격려해줘 고마웠다. 그런데 고맙다고 표현이 안되더라. 마음 속에는 항상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힘겨웠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난 그에게 눈물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박건우는 "아직 우승한 것도 아니고, 바보 같이 남자로서 눈물 보이기 싫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내가 너무 못했고 그래서 우승도 날아갔었다. 순간 그런 장면들이 스쳐지나갔다. 아직 2승이 남았지만 오늘 경기에 도움이 된 것 같아서 감정이 복받쳤다"고 말했다.

1차전 9회 실책 출루 때도 형들은 농담으로 박건우의 기분을 살렸다. 그는 "우스갯소리로 재원이 형이 '땅도 하늘도 너를 도우니 이런 실책이 나오지 않냐'라고 하더라. 그런 말 하나하나가 고마웠다. 팀원들이 믿어주니 고마웠고 보답한 것 같고 도움을 준 것 같아 기뻤다"고 전했다.

이번 끝내기로 '만회했다'는 표현은 이르다는 박건우다. 그는 "아직 멀었다. 만회하려면 아직 많이 해야한다. 경기도 많이 남았다. 이번 한 경기로 '씻어냈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앞으로도 잘해서 '큰 경기에도 잘한다'는 말을 듣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lobelia12@xportsnews.com /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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