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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감독 "'유열의 음악앨범', 계절에 잘 어울리는 영화로 기억되길"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09.15 08:00 / 기사수정 2019.09.15 04:43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정지우 감독이 '유열의 음악앨범'으로 8월 극장가에 멜로 감성을 불어넣었다.

8월 28일 개봉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두 사람 미수(김고은 분)와 현우(정해인)가 오랜 시간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서로의 주파수를 맞춰 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1999년 '해피엔드'로 데뷔 이후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으로 '사랑니'(2005), '다섯 개의 시선'(2006), '모던 보이'(2008), '은교'(2012), '4등'(2016), '침묵'(2017)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과 소통했던 정지우 감독은 '유열의 음악앨범'으로 첫 레트로 감성멜로를 연출하게 됐다.

'침묵' 개봉 후 길지 않은 시간을 지나 차기작을 들고 온 정지우 감독은 "영화 한 편이 이렇게 만들기 어려운거구나라는 것을 늘 느끼죠"라고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운도 기세도, 공기까지 도와줘야 될 것 같은 그런 주술적인 바람이 있을 정도로 의지와 노력만 갖고도 안 되더라고요.(웃음) 사실 작품을 준비하는 감독님들이 얼마나 불안하고 답답한 기분으로 집중하겠나요. 그런데도 뚝딱 안돼요. 영화 한 편이라는 것이 그런 것 같고요.

특히 영화라는 것이, 나름대로 똑똑한 몇 십 명이 1년에서 2년을 매일 모여 논쟁을 하면서 만드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완성된 영화의 어떤 순간에 대해서, 관객이 툭 내뱉은 한마디 말을 해결하지 못하는 순간도 있다. '우리가 몰랐나? 알았는데 왜 이건 어느 순간에 우리를 스쳐지나갔을까' 싶을 때도 있죠. 그만큼 영화가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들어가는 재미는 분명히 존재했다. "모든 것이 새롭잖아요"라고 말을 이은 정지우 감독은 "소재와 배우, 이야기의 방식 모두 새롭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죠. '영화를 똑같이 만드는 방법이 있을까?'라고 생각해보면 없거든요. 예를 들어 음표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 똑같은 악보긴 하잖아요. 하지만 영화는 문장으로 옮겨도 그럴 수가 없는데다가, 저는 그럴 수가 없는 매번 새로운 조건이 열리는 것 같아요. 재미는 있죠" 라고 미소를 보였다.

'유열의 음악앨범'도 그런 새로움을 안고 기대했고, 출발했던 작품이었다.

"초고를 제가 쓴 시나리오는 아니어서, 그 이후에 읽게 됐고 읽으면서 영화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왜 그런 것이 있잖아요. 글로 읽다보면, '아, 이게 영화로 나온다면 가서 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요. 진심으로 그런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지금 장르적으로 이런 종류의 영화가 만들어지기는 어려운 조건들이 있거든요. 여러 고민이 있었는데, 제작자인 무비락의 김재중 대표가 좋은 결정을 해줬죠."

정지우 감독이 계속해서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내 온 배우 김고은과 정해인이 영화의 중심에 섰다. 김고은과는 '은교' 이후 재회했고, 정해인은 이전부터 정지우 감독이 눈여겨보던 인물이었다.

정지우 감독은 "감독의 입장에서 볼 때, 아직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어느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고 눈도장을 찍고 보게 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정)해인 배우는 그 때부터 자기 광채를 뿜고 있었죠"라며 크게 웃었다.

공식석상에서 김고은과 정해인의 이름 뒤에 '님'을 붙이는 이유에 대해서도 "실제로 저희가 굉장히 동등한 대화 상대와 맹렬히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인데, 거기에서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 이상해보여요. '누구 씨'는 너무 거리가 멀어 보이고, 님이 좋더라고요. 특히 정해인, 김고은 배우는 이름 뒤에 '님'을 붙이면 이름이 더 예뻐져요"라며 다시 한 번 푸근한 미소를 내보였다.


출연 배우에 대한 이야기의 폭이 넓어지며 '유열의 음악앨범'을 비롯해 그간 정지우 감독의 작품에 얼굴을 비췄던 모든 배우들의 존재의 중요성에 대한 말도 이어졌다.

"사실 가장 어려운 것이,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한 사람을 파악해서 이 사람이 영화의 어느 자리에 놓였을 때 가장 매력적일지를 고민하는 것이에요. 주연 배우는 오히려 여러 차례 만나면서 시간이 있는 편인데, 도리어 가장 어려운 것은 한 신에만 나오거나 잠깐 나오는 사람들을 캐스팅할 때죠. 그 분들의 연기가 이상하면, 장면 자체의 신뢰감이 무너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지금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한 신만 나오는 배우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안고서 '이번에도 꼭 나오셔야 해요'라고 말하곤 해요.

그리고 그 분들이 무대에서는 정말 좋은 배우들이거든요. 이번 영화에서도 다시 봐보시면 현우가 미수가 살던 집 비밀번호를 알게 되는 부동산 장면이 있죠. 그 장면에서 전 세입자 역할로 그 나온 여자 배우가 김도영이라는 후배인데, 이번에 '82년생 김지영'으로 감독 데뷔도 해요. 원래 정말 좋은 배우거든요. 제 영화 '4등'에도 나왔었고요. 여성영화제 같은 곳에서 단편을 빼어나게 만들면서 장편까지 데뷔하게 된 것이죠. 사실 관객 입장에서 보면 그 사람을 기억하긴 어렵지만, 그 공간의 사실감을 완벽하게 세워주기 때문에 진짜 중요해요."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영화 속 시간을 지나는 동안 유열의 노래는 물론 콜드플레이, 신승훈, 이소라, 루시드폴, 핑클의 노래를 아우르며 완성한 감성과 그 진심이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8월 말이 아주 덥다고 생각하는 기분만으로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어요. 이렇게 인터뷰를 하러 오가는 중에 보니 바람이 달라졌더라고요. 그래서 '8월 말이라는 것은 가을의 시작이구나', 정말 그런 생각을 몸으로 하게 됐죠. 계절에 잘 어울리는, 보고나면 음악을 듣고 싶은 기분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GV아트하우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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