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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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토크 ](24) 오른쪽의 지배자, 더글러스 마이콘

기사입력 2010.04.23 03:34 / 기사수정 2010.04.23 03:34

박문수 기자



- 현존 최고의 풀백, 마이콘에 대해 알아보자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전통적으로 브라질이 축구계의 강자로 부상한 이유 중 하나는 뛰어난 풀백의 존재였다.

펠레와 호나우두를 비롯한 빼어난 공격수를 배출한 브라질이지만, 그들은 유독 풀백이란 위치에서는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며 측면 수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브라질 출신 풀백들에게 교과서란 명칭을 부여하는 것도 이를 대변한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풀백으로는 1970년 멕시코 월드컵 우승의 주역인 카를루스 아우베르투를 비롯해 역대 풀백을 통틀어 가장 우수한 커리어를 갖춘 마르코스 카푸와 1994 미국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조르지뉴 등이 있다. 이번 년도 캄페오나투 파울리스타에서 초반 부진을 딛고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준 호베르투 카를루스나 월드컵 우승 멤버 브랑쿠, 에베라우두 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카푸는 3회 연속 월드컵 결승 출전(1994 미국 월드컵 결승전은 조르지뉴의 부상 때문에 교체 투입됨)을 비롯해 2번의 월드컵 우승이란 대업을 달성하며 풀백의 교과서로 불렸다. 게다가 그는 13년이란 긴 세월 동안 브라질 우측의 지배자로 불리며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이기적인 모습까지 보여줬다. 여기서 말하는 이기적인 모습이란 것이 그의 성격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자기 관리를 통해 브라질이란 축구 강대국의 주전으로서 오랜 기간 좋은 모습을 보여줬음을 말한다.

그럼에도, 최근 브라질 대표팀을 즐겨보는 팬들과 자국민은 2006년 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을 은퇴한 카푸의 공백을 전혀 느끼지 못할 것이다.

카푸가 은퇴하고 시시뉴가 슬럼프에 빠지자 오른쪽 풀백 문제가 브라질 축구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마이콘이란 또 한 명의 뛰어난 풀백이 배출, 대표팀의 풀백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이후, 대표팀 일원으로 모든 메이저 대회에 출전해 브라질의 우승을 이끈 마이콘은 오랜 기간 카푸에게 익숙했던 브라질 팬들의 근심을 덜었다.

필자가 마이콘의 존재를 알게 된 계기는 2004 아테네 올림픽 예선전 브라질과 파라과이의 경기였다. 당시 그는 수비진영에서부터 환상적인 드리블로 상대 왼쪽 수비들을 초토화하는 여유를 부리며 득점에 성공했다. 마이콘의 득점에 열광한 당시 브라질 언론은 크루제이루의 유망주 풀백이 카푸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전했지만, 상 파울루의 시시뉴에 자리를 내주며 삼인자로 전락했었다.

마이콘에게 위기란 곧 기회였다. 2006년 여름, 인테르는 팀의 상징인 하비에르 사네티의 백업을 구하고자 모나코의 마이콘을 헐값을 영입했는데 이는 호재가 됐다. 입단 초기부터 사네티의 포지션을 미드필더로 변경시킬 정도로 매서운 모습을 보여준 그는 해를 거듭할수록 완전체로 거듭나며 현재는 오른쪽의 지배자 혹은 포지션 파괴자로 성장했다. 현재도 그 기세는 이어지고 있다.

- 공수양면에서 빼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마이콘

지난 21일(한국시각) 주세페 메아차에서 열린 인테르와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의 경기를 떠올려보자. 축구계의 끝판 왕으로 불리며 유럽 축구의 거대 세력으로 부상한 바르사 선수들은 인테르의 수비진을 상대로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며 1-3으로 패했다. 루시우와 왈테르 사무엘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완벽하게 봉쇄했으며 하비에르 사네티는 메시를 차단했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날 인테르의 승리 요인 중 하나로 마이콘의 존재를 꼽고 싶다.

바르사전에서 마이콘은 대표팀 동료인 다니 아우베스에게 한 수 지도하듯이 풀백이 갖춰야 될 모든 것을 보여주며 팀의 승리에 크게 이바지했다. 특히 팀의 역전 골을 넣는 과정에서 보여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어가는) 오프 더 볼 상황에서의 빼어난 움직임은 왜 그가 포지션 파괴자라는 명칭을 얻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날 경기 이외에도 마이콘 풀백이란 포지션의 제한에도, 뛰어난 활동량을 토대로 정확한 위치 선정을 통해 득점에 자주 가담했다. 지난주 유벤투스와의 이탈리아 더비에서는 0-0으로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마이콘은 과거 펠레가 스웨덴 월드컵 결승전에서 보여줬던 환상적인 트래핑에 이은 슈팅으로 팀의 선제 득점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문전 앞 혼전 상황이 이어질 때 수비진이 느슨한 외곽에서 정확한 슈팅에 성공했었다.

마이콘이 공격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측면 미드필더의 압박이 있지만, 풀백에 대한 집중적인 마크가 없는 과정에서 마이콘의 오버래핑은 위협적인 무기이다. 게다가 그는 노련미와 정교한 드리블을 통해 상대 수비진을 혼란에 빠뜨리며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주는 모습과 더불어 오프 더 볼 상황에서 영리한 움직임을 통해 좋은 위치를 선점한다.

마이콘의 장점은 뛰어난 공격력뿐 아니라 수비력도 포함된다. 그는 상대 공격수를 대인 방어하는 상황에서 놓치는 경우도 드물다. 감독이 수비적인 역할을 주문하면 2선 아래까지 내려와서 상대 공격을 틀어막는다. 또한, 공격적인 역할을 맡으면 주저 없이 득점에 가담한다. 결국, 전술의 유동성에 능숙하게 대응하며 감독이 요구하는 역할을 무난하게 소화하는 모습이 마이콘이 다른 풀백보다 2% 뛰어난 이유이다.

- 마이콘과 다니 아우베스, 경쟁에서 공존으로

현재 브라질은 마이콘과 더불어 다니 아우베스라는 또 한 명의 뛰어난 오른쪽 풀백을 보유하고 있다. 카를루스 둥가 감독도 이 두 명의 실력을 인정해 동등한 기회를 부여했지만, 결과는 늘 마이콘의 우세였다. 마이콘이 공수 양면에서 빼어난 모습을 보여준 것과 달리, 아우베스는 수비력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경쟁에서 밀려난 것이다.

또한, 마이콘이 전술적 유동성에 능숙하게 대응하는 것과 달리 아우베스는 역습을 통한 카운터 어택에만 최적화됐다.

비록 최근 둥가의 브라질이 전통적인 브라질의 색채를 어느 정도 버렸지만, 기본적으로 브라질 축구는 자신이 원하는 템포로 상대를 이끌면서 천천히 상대의 수비진을 공략한다. 이런 점에서 아우베스의 날카로운 킥력과 오버래핑은 팀에 큰 보탬이 되지만, 공수 전환에서 느린 모습을 보여주며 수비 뒷공간을 쉽게 내준다. 적극적인 공격 가담 이후에도 빠른 수비 가담으로 공간을 메워주는 마이콘과 상반된다.

실제로 둥가는 2010 남아공 월드컵 남미 지역 예선 막판에 아우베스를 측면 미드필더로 실험했으며 이는 엘라누의 부진으로 마이콘의 파트너를 찾지 못한 브라질에 긍정적 결과를 낳았다.

이미 지난 2007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드러났지만, 측면 미드필더로 출장한 아우베스는 마이콘과 무난한 호흡을 보여주며 오른쪽 측면을 활발하게 누빈다. 공격적 성향이 강한 그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마이콘에게 수비적 능력을 분담하거나 마이콘의 오버래핑 상황에서 그의 공간을 메워주는 형태는 엘라누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 전술이 월드컵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사진= 더글러스 마이콘 프로필 사진 ⓒ 인테르 밀란, FIFA 공식 홈페이지]



박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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