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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 뷰] '공격 본능 상실' 브라질, '빛 좋은 개살구' 아르헨티나 -①

기사입력 2009.08.13 21:14 / 기사수정 2009.08.13 21:14

박문수 기자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남미 축구를 대표하는 두 국가를 꼽자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있다.

통산 월드컵 5회 우승의 브라질은 압도적인 월드컵 성적과 넓은 선수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 축구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르헨티나 역시 통산 월드컵 2회 우승에 성공하며, 세계 축구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만일 이 두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월드컵을 비롯한 전반적인 세계 축구계의 흐름은 유럽에 의해서만 좌지우지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두 팀은 같은 남미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스타일을 선사하며, 엇갈린 행보를 걷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어떠한 점에서 차이가 날까?

'공격 축구의 대명사' 브라질이 사라졌다?


▲ 브라질 대표팀의 최근 포메이션

브라질 축구의 저력은 화끈한 공격력에서 비롯된다. 그들은 호나우두, 펠레, 호마리우 등. 수준급 포워드를 배출했으며, 이들의 힘으로 월드컵 우승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브라질 포워드진은 호나우두의 이탈 덕분에, 기대 이하의 성과를 얻고 있다.

게다가, 지난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브라질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은 카를로스 둥가는 ‘공격적인’브라질에서 ‘이기는’ 브라질로 팀을 변화시켰다.

즉, 브라질 특유의 '삼바 리듬'과 ‘화끈한 공격력’을 감춘 채, 안정적인 경기를 바탕으로 적은 득점의 승리를 챙기고 있다.

둥가의 브라질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파헤이라 감독이 선사한 4-2-2-2와는 달리, 4-3-1-2를 토대로, 3명의 미드필드 진의 운용을 통해, 지나치게 공격적인 브라질 축구의 단편을 제거했다.

그는 카카로 하여금 3명의 미드필더의 도움을 받으며, 자유롭게 공격진을 지휘할 의무를 부여했고, 호비뉴를 통해, 좌우 활발한 움직임과 세컨 탑 포워드로서의 역할을 부여하였다. '세계 최고의 오른쪽 풀백'인 마이콘에게는 '오른쪽의 지배자'의 임무를 맡겼다.

즉, 기존의 파헤이라 감독이 선택한 카카-호나우지뉴-아드리아누-호나우두로 이어진 지나치게 공격적인 '매직 4중주'에서 탈피한 호비뉴-카카-마이콘으로 이루어진 공격진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마이콘의 존재는 '공 수 양면'에서 매우 유용하며, 그의 지칠 줄 모르는 활동량은 브라질 대표팀으로 하여금 상대팀의 왼쪽을 초토화하는 능력을 부여받게 했다.

결국, 둥가의 브라질은 '이기는 축구'를 선사한 결과. 2007 코파 아메리카와 2009 FIFA 남아공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에 성공하며, '삼바 축구의 저력'을 선사했다.

하지만, 그의 브라질은 반신반의하다.

13일 새벽(한국시각) 브라질 대표팀은 탈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스토니아와의 경기에서 전반 45분 루이스 파비아누의 결승 골로 1-0 신승을 거뒀다.

경기 면에서 상대를 압도했지만, 공격적인 모습을 선사하면서도, 안정성을 기반으로 한 미드필드진에서의 움직임에만 치중했다. 카카는 시종일관 패싱 경기만 선사했으며, 호비뉴는 좌우 움직임에만 의존하며, 골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마이콘 역시 위협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오른쪽을 지배했지만, 직접적인 득점 가담은 자제하고 있었다.

즉, 이번 에스토니아와의 친선 경기를 통해, 선수들의 자신감과 컨디션 회복을 이루고자 한 둥가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는 새로운 전술 운용 만을 시도했으며, 브라질 특유의 화끈함은 자취를 감춘 채, 지루한 경기만 선보였다.

이 때문에, 둥가의 브라질은 브라질답지 못한 브라질로 불리고 있다. 나아가, 재미없는 브라질을 정착시켰다.

'이기는 팀이 진정한 강팀이다.'란 말이 있다. 이런 점에서 둥가의 브라질은 코파 아메리카와 컨페드컵 우승을 통해, '세계 최강'의 자리에 복귀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도 1위를 기록하며, 라이벌 아르헨티나보다 성적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한 아르헨티나

마라도나 체제의 아르헨티나는 '빛 좋은 개살구'란 칭호에 걸맞을 만큼,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다.

리오넬 메시를 비롯해 세르히오 아게로, 카를로스 테베즈,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등. 내로라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수는 많지만, 그들이 함께 필드 위에 나설 때, 그 위력은 반감된다.

이러한 추세가 반영되었을까? 최근 아르헨티나의 2010년 FIFA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직행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볼리비아와의 원정 경기에서는 6-1 대패를 당했으며, 최근 에콰도르 원정에서도 2-0 패배를 기록. 승점 22점으로 5위 에콰도르에게 2점 차 앞선 4위를 유지하고 있다. 즉, 아르헨티나의 남은 일정을 고려했을 때, 월드컵 본선 직행 실패라는 오명을 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들은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로 대표되는 남미의 내로라하는 강팀과의 일전을 남긴 상태이며, 현 경기력으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아르헨티나는 왜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을까?

이탈리아 세리에A 절대 강호 인테르 밀란의 주전 미드필더와 주전 수비수,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돌풍을 일으킨 신예. 이 세 명의 선수의 공통점은 자신의 포지션에서 최적의 능력을 발휘하며, 전술상 매우 유용한 선수이다.

하지만, 마라도나 감독은 이 세 명의 선수로 대표되는 에스테반 캄비아소, 왈테르 사무엘, 곤살로 이과인을 대표팀에 선발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 세 선수 이상의 역량을 선사하는 선수진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13일 새벽(한국시각) 로코모티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친선 경기에서 마라도나 감독이 들고 나온 전술은 4-4-2였다. 수비진은 인테르 밀란의 블랙홀인 부르디소와 오른쪽 풀백인 오타멘디가 중앙 수비수로 출장했으며, 레알 마드리드에서 버려진 가브리엘 에인세를 왼쪽 풀백으로 출전시켰다.

부르디소는 시종일관 수비진의 위치를 바로잡지 못한 채, 러시아 공격진에 대해 우왕좌왕했으며, 주력을 잃은 에인세는 아르샤빈의 적극적인 공세에 고전했다.

인테르 밀란에서 무리한 파울과 불안한 판단력으로 ‘블랙홀’이란 지적을 받은 부르디소를 대신해, 세트 피스 상황에서 헤딩 능력이 특출나며, 1:1상황에서 공격수에게 쉽게 돌파를 허용하지 않는 사무엘이 출전했다면, 안정성이 떨어지는 수비진에 보탬이 될 것이다.

이 날 아르헨티나 수비진은 상대적으로 전력이 열세인 러시아 공격진을 상대로 고전했으며, 러시아의 포워드 파블류첸코와 케르자코프의 결정력이 수준급이었다면, 그들은 3-2 신승이 아닌 대패를 당했을 지 모른다.

중원 구성 역시 문제가 된다. 탁월한 공격력과 안정적인 수비력 두 부문을 고루 갖춘 캄비아소는 인테르 밀란 미드필드진의 핵심이며, 4백 위에 있는 상태에서 동료 미드필드 진의 연계성 있는 플레이에 상당한 이바지 하는 선수이다. 그는 '무 결점 미드필더'라는 칭호가 어울릴 만큼 공수 양면에서 매우 특출나다.

즉, 마스체라노의 수비적인 역할을 보좌하면서,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팀 공격의 윤활유를 넣을 것이다.

하지만, 마라도나 감독은 마스체라노의 파트너로 이 날 경기에서 볼라티를 낙점했다. 볼라티는 우라칸 소속으로 아르헨티나 리그에서 수준급 경기를 선사했지만, 마스체라노와 역할이 중복되며, 패싱력이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중원 장악에 힘을 살리지 못한다.


▲ 최근 활약상을 놓고 본 아르헨티나의 4-3-3 포메이션

바르셀로나가 올 시즌 트레블을 이룩한 점은 메시의 존재와 이니에스타 – 야야 투레 – 샤비로 이어지는 수준급 중원의 존재가 컸다.

아르헨티나 역시, 바르셀로나에 버금가는 3명의 중앙 미드필더인 캄비아소, 마스체라노, 베론을 보유하고 있다.

즉, 이들의 적절한 활약이 더 해지면, 더욱 안정적이고 경기력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다. 세 명의 선수 모두 수준급 패싱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소속팀에서 매우 중요한 선수로 여겨진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선사한 기량 역시 훌륭하다.

게다가, ‘키 플레이어’ 리켈메는 마라도나와의 마찰 덕분에, 은퇴한 상황이다. 기존의 리켈메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포메이션을 벗어나, 3명의 포워드와 중앙 미드필드진을 바탕으로 한 4-3-3 포메이션이 적합하다.

이과인과 메시, 아게로로 이어지는 새로운 공격 삼각 편대는 양 발에 능하며, 멀티 플레이어인 이과인의 기용 탓에, 더욱 공격력 상승을 주도할 것이다.

끝으로, 사무엘이 가세한 수비진은 부르디소에 비해서 보다 더욱 든든할 것이다. ‘오른쪽의 지배자’ 앙헬레리의 부상 복귀가 이루어진다면, 사네티의 포지션 변경이 가능하기에, 좌우 풀백의 안정성을 더해 줄 것이다. 

최근 소속팀에서 마이콘에 의해, 포지션 변경을 하게 된 '아르헨티나 A매치 최다 출장자' 사네티의 노련미와 지칠 줄 모르는 축구에 대한 열정은 주력을 상실한 에인세에 비해 안정적일 것이다

[사진= 호비뉴와 메시 ⓒ 글로보 에스포르테 공식 홈페이지 캡처]



박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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