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양정웅 기자) 아직 18세 생일이 지나지 않은 고등학생 투수가 미국 메이저리그(MLB) 슈퍼스타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투구를 보여줬다.
브라질은 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다이킨 파크에서 열린 미국과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1차전에서 5-15로 대패했다.
이날 브라질이 상대한 미국은 대회 참가국 중 최고의 선수 구성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0홈런 타자'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를 필두로 바비 위트 주니어(캔자스시티 로열스),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 칼 랄리(시애틀 매리너스) 등 강타자들이 즐비하다.
투수진에서도 타릭 스쿠발(디트로이트 타이거스)과 폴 스킨스(피츠버그 파이어리츠)라는 지난해 양 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들이 모두 뽑혔다. 비록 스쿠발이 단 1경기 등판 후 대회를 떠나지만, 로건 웹(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다른 투수들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이를 보여주려는 듯 미국은 1회부터 폭격을 시작했다. 선두타자 위트 주니어가 내야안타로 살아나갔다. 이어 1사 2루에서 저지가 볼카운트 3볼 0스트라이크에서 보 다카하시(세이부 라이온스)의 가운데 변화구를 공략,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터트렸다.
그래도 루카스 라미레즈의 선두타자 홈런으로 브라질 역시 한 점을 올렸다. 이후 다카하시를 1이닝 만에 내린 브라질은 우완 조셉 콘트레라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콘트레라스는 선두타자 바이런 벅스턴(미네소타 트윈스)을 직선타로 처리했지만, 브라이스 투랑(밀워키 브루어스)에게 2루타를 맞은 후 연속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여기서 타석에는 전 타석 홈런의 주인공 저지가 들어섰다.
자칫 실투가 들어가면 장타로 연결될 수도 있는 상황. 콘트레라스는 초구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후 2구째 체인지업은 몸쪽으로 빠지며 볼카운트는 1-1.
콘트레라스는 3번째 공으로 시속 94.4마일(약 151.9km/h)의 싱커를 선택했다. 저지는 과감하게 스윙했지만 배트가 부러졌고, 타구는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이 됐다. 브라질의 분위기가 고조되는 순간이었다.
다만 콘트레라스는 이후에도 제구가 완벽하진 않았다. 3회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 필리스)에게 안타를 맞은 후 폭투를 저질렀고, 1사 후 랄리에게 볼넷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또 폭투가 나와 한 점을 내줬다.
이날 콘트레라스는 1⅓이닝 2피안타 3볼넷 1실점의 성적을 거뒀다. 비록 기록만 놓고 보면 평범한 수준이지만, 임팩트만큼은 밀리지 않았다.
특히 콘트레라스가 병살을 유도한 저지는 빅리그 최고의 슈퍼스타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인기팀 뉴욕 양키스의 주장으로 뛰면서 빅리그 10년 통산 368홈런과 1.028의 OPS를 기록하며 대활약했다. 특히 2022년에는 62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아메리칸리그 단일시즌 신기록을 경신했다.
이런 활약 속에 저지는 2022년 말 9년 3억 6000만 달러(약 5338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이런 선수를 배트가 부러지게 만들 정도의 강한 구위로 잡아낸 것이다.
2008년 5월 6일생인 콘트레라스는 대회 기준 아직 18세 생일이 지나지 않은 고등학생이다. 이번 WBC 최연소 선수인 그는 대회 최고령 투수인 한국 대표 노경은(SSG 랜더스, 1984년생)과 무려 24살 차이가 난다.
그는 과거 쿠바의 전설적인 투수인 호세 콘트레라스의 아들이다. 2002년 망명 후 뉴욕 양키스와 계약을 맺는 과정이 화제가 될 정도였다. 양키스에서는 활약이 적었지만, 2004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이적 후 이듬해 15승을 거두며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경기 후 저지는 콘트레라스에 대해 "인상적이다. 나는 그 나이에 그렇게 못했을 것이다. 정말 대단하다"며 칭찬했다. 저지는 "마운드에서 침착함도 느껴졌고, 시속 100마일까지 뿌리지 않았나"라며 "그리고 TV에서만 보던 미국 대표팀을 상대했다"고 얘기했다.
마크 데로사 미국 대표팀 감독 역시 "다양한 구종을 던지고 있다. 아버지처럼 스플리터도 구사할 줄 안다"며 "만루에서 저지가 나왔는데, 이를 잘 헤쳐나갔다. 대단하다"고 극찬했다.
사진=연합뉴스 / 하비에르 곤잘레스 SNS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