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해 화제가 된 54세 변호사가 미국 동계 올림픽 역사상 최고령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리치 루오호넨이 남자 컬링 경기에 출전하며 미국 동계 올림픽 최고령 선수 기록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루오호넨의 역사적인 데뷔는 이날 이탈리아 코르티나 컬링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컬링 예선 스위스전에서 이뤄졌다.
후보 선수인 루오호넨은 미국이 2-8로 크게 뒤지며 사실상 패색이 짙어진 경기 후반 스킵 대니 캐스퍼를 대신해 출전했다.
루오호넨이 첫 번째 스톤을 던져 하우스 안착에 성공하자 경기장을 찾은 미국 팬들은 기립 박수로 최고령 선수의 데뷔를 축하했다.
2001년생으로 루오호넨보다 무려 30살이나 어린 캐스퍼조차 "잘했어, 리치!"라고 외치며 존경을 표했다.
루오호넨은 '미네소타 올해의 변호사' 상을 6번이나 수상한 베테랑 개인 상해 전문 변호사로도 유명하다.
루오호넨의 평소 일과를 살펴보면 일주일에 사흘은 오전 5시에 일어나 48km를 운전해 훈련장에 가고, 낮에는 변호사 업무를 본 뒤 저녁에 다시 훈련한다. 대회 기간 중에도 셔츠와 넥타이를 챙겨 다니며 줌(Zoom)으로 법원 청문회에 참석할 정도다.
신체 일부분이 갑자기 마비되는 길랭-바레 증후군을 앓고 있는 젊은 스킵 캐스퍼에게는 든든한 멘토이자 삼촌 같은 존재다.
캐스퍼는 "변호사가 필요하면 리치에게 전화해 보라"는 농담으로 팀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루오호넨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소신 때문이다. 올림픽 데뷔 직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의 고향 미네소타에 ICE 요원들을 배치한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루오호넨은 "헌법은 부당한 수색과 압수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며 "미네소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올림픽은 탁월함, 존중, 우정을 의미하며 우리는 미네소타 주민들과 이러한 가치를 공유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밀라노를 찾은 밴스 부통령은 "스포츠에 전념하고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라"며 "나라를 통합하기 위해 노력해야지, 외국에서 자국 대통령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루오호넨을 비롯한 일부 미국 선수들은 굴하지 않고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