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올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어김없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투표 결과가 나왔다. 한 개인의 정말 '소신'을 가지고 표를 던졌는지조차 의심스럽다.
KBO는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2025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개최했다. 올 시즌을 빛낸 각 포지션별 10명의 선수들이 황금장갑을 품고 기분 좋게 한 해를 마무리했다.
▲투수 코디 폰세(한화 이글스) ▲포수 양의지(두산 베어스) ▲1루수 르윈 디아즈(삼성 라이온즈) ▲2루수 신민재(LG 트윈스) ▲3루수 송성문(키움 히어로즈) ▲유격수 김주원(NC 다이노스) ▲외야수 안현민(KT 위즈), 구자욱(삼성 라이온즈), 빅터 레이예스(롯데 자이언츠) ▲지명타자 최형우(삼성 라이온즈) 등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2025시즌 KBO리그를 담당한 미디어 관계자들이 지난 10월 9일부터 15일까지 투표를 진행한 결과로 결정됐다. 페넌트레이스 성적만으로 후보들이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한국시리즈 이전으로 투표 일정이 조정됐다.
총 10개 부문에 83명의 선수들이 후보에 올랐던 가운데 최종 수상 결과는 대체적으로 팬들 사이에서 큰 이견은 없어 보인다. 페넌트레이스 MVP 폰세, KBO 외국인 타자 최초의 50홈런 고지를 밟았던 디아즈는 압도적인 격차로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두산 베어스 양의지(왼쪽)와 삼성 라이온즈 최형우가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폰세의 득표율은 무려 97.2%(307표)였다. 각자의 이유로 폰세가 아닌 다른 선수들에게 표를 던진 미디어 관계자들도 있었다. 라이언 와이스, 김서현(이상 한화), 요니 치리노스(LG 트윈스), 김광현과 조병현(이상 SSG 랜더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라일리 톰슨(NC 다이노스), 김원중(롯데 자이언츠), 제임스 네일(KIA 타이거즈) 등이 1표씩을 받았다.
아무리 투표가 개인의 소신에 따라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김광현에 향한 1표는 그 이유를 좀처럼 떠올리기 어렵다. 김광현의 2025시즌 성적은 28경기 144이닝 10승10패 평균자책점 5.00이었다. 규정이닝을 채운 23명의 투수 중 평균자책점 22위를 기록한 투수를 올해 최고의 투수라고 평가한 것이다. 30세이브를 넘기긴 했지만, 투고타저 시즌에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김서현 역시 세이브 2위라는 이유만으로 폰세보다 더 좋은 투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른 포지션에서도 납득하기 힘든 '1표'들이 존재한다. 팬들이 가장 황당했을 1표는 1루수 부문 나승엽(롯데 자이언츠)이다.
나승엽은 2025시즌 105경기 타율 0.229(328타수 75안타) 9홈런 44타점 OPS 0.707을 기록했다. 50홈런의 디아즈, 2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오스틴 딘(LG 트윈스)보다 더 좋은 1루수였는지는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이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이밖에도 포수 부문 장성우, 2루수 부문 김상수, 외야수 부문 최원준(이상 KT 위즈), 이주형(키움 히어로즈) 등이 야구팬이라면 이해하기 쉽지 않을 1표를 받았다.
올해 처음 신설된 골든글러브 감독상 역시 김태형(롯데 자이언츠), 이범호(KIA 타이거즈) 감독이 1표씩을 받아 논란 아닌 논란이 됐다. 롯데는 올해 7위, KIA는 8위에 그쳤다.
KBO 골든글러브는 매년 각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 10명의 선수를 뽑는 '베스트10'을 가리는 성격이 강하다. 수비력만 평가하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골드글러브와는 상의 취지가 완전히 다르다. KBO는 이미 골드글러브와 유사한 2023년부터 수비상을 신설한 상태다.
특정 포지션에서 경합이 강하게 일어났을 때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수상 결과가 나오는 건 힘든 일이다. 그러나 실소가 터져 나오게 하는 득표 결과 역시 사라져야 한다.
매년 발생하는 황당한 '1표'를 더이상 소신으로만 포장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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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