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가 2025시즌 최고의 11인을 선정하며 시즌을 결산했지만, 리그를 단숨에 흔들어 놓은 손흥민의 이름은 명단에 없었다.
손흥민은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드니 부앙가(LAFC), 그리고 안데르스 드레이어(샌디에이고FC)에게 밀리며 수상 명단에서 빠졌다.
손흥민은 지난 8월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 MLS 역대 최고 이적료 2650만 달러(약 383억원)에 LAFC로 시즌 도중 합류한 이후, 정규 시즌에서 단 10경기 동안 9골 3도움을 기록하며 경기당 1.20개 공격포인트라는 놀라운 효율을 보여줬다.
데뷔골은 '2025 AT&T MLS 올해의 골'로 선정됐다. 팬 투표에서 43.5%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메시(22.5%)를 제치고 수상했기 때문에 이번 수상 불발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MLS는 6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5 MLS 베스트11을 발표했다.
MLS는 "이번 베스트11은 미디어 관계자, MLS 구단 기술 스태프, 그리고 현역 선수들의 투표로 결정됐다"며 "총 7개국 9개 구단에서 선수가 선정됐고, 이 중 6명은 생애 첫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 베스트11은 4-3-3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했다.
골키퍼에는 데인 세인트클레어(미네소타 유나이티드), 수비진에는 알렉스 프리먼(올랜도 시티), 트리스탄 블랙먼(밴쿠버 화이트캡스), 야콥 글레스네스, 카이 바그너(이상 필라델피아 유니언)가 자리했다.
미드필더는 세바스티안 버홀터(밴쿠버), 에반데르(신시내티), 크리스천 롤단(시애틀 사운더스)가 이름을 올렸다.
공격진에는 리그의 대표적인 슈퍼스타 '축구의 신' 메시, 손흥민과 단짝 듀오를 이루고 있는 드니 부앙가, 올시즌 MLS 신인상의 주인공 드레이어였다.
물론 손흥민의 제외는 충분히 예상된 결과이기도 하다.
리그 전체 시즌을 기준으로 한 베스트11 선정 기준에서는 손흥민의 짧은 활약 기간이 결정적인 약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MLS는 유럽과 달리 봄에 개막해 가을에 마무리되는 춘추제 리그로, 손흥민은 시즌 중반에 합류했다. 전체 34경기 중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출전 기록은 아무리 효율적이라도 절대적인 수치에서 불리했다.
MLS 사무국 역시 이 점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결과가 이를 대변했다.
우선 메시는 올시즌 29골 19도움으로 골든 부트를 차지하며 MVP 2연속 수상이 유력해 이견의 여지가 없다.
부앙가는 세 시즌 연속 베스트11에 들며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평가받았고, MLS 역시 "부앙가는 리그 역사상 최초로 3년 연속 20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로, 올해 역시 31경기에서 24골 9도움을 올렸다"며 "그는 리그 최고 이적료로 합류한 손흥민과 역사적인 공격 파트너십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새롭게 MLS에 합류한 드레이어 역시 19골 19도움으로 리그 역대 신입 선수 최다 공격포인트 타이 기록(38개)을 세웠다.
특히 MLS는 손흥민이 함께 후보에 오른 'MLS 올해의 신인상' 역시 드레이어가 수상했다.
사무국은 "드레이어는 리그 첫 해에 38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구단 기술진, 미디어, 선수 투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신인상을 수상했다"고 전했다.
드레이어는 전체 득표율 74.11%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손흥민은 6.3%로 2위에 머물렀다.
결국 손흥민은 신인상과 베스트11 모두에서 고배를 마셨다.
앞서 손흥민은 'MLS 올해의 골' 수상 당시부터 일부 미국 언론과 팬들로부터 'MLS가 아시아 시장 확장을 위해 손흥민을 지나치게 띄운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 매체 'SB네이션'은 수상 당시 "손흥민의 프리킥은 아름다웠지만, 경기 결과를 바꾼 결정적인 골은 아니었다"며 "리그가 스타 마케팅을 위해 손흥민을 과도하게 부각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손흥민의 득점이 메시보다 더 인상적이었다고 보긴 어렵다. 팬투표의 화력 덕분에 수상한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MLS 관계자는 "팬 투표 결과를 존중했을 뿐"이라며 "손흥민의 프리킥은 2025시즌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장면 중 하나였다. 세계적인 팬층을 가진 선수가 MLS에서 활약한다는 것 자체가 리그 성장의 증거"라고 밝혔다.
이번 베스트11 선정에서는 그와 같은 '마케팅 논란'을 피한 듯한 모습이다.
실제로 이번 명단은 팬들의 투표로 이루어진 지난 '올해의 골' 선정과 달리 철저히 시즌 누적 성과 중심으로 전문가들에 의해 선정됐다.
손흥민이 폭발적인 임팩트를 남긴 것은 사실이지만, 출전 경기 수가 제한적이었던 만큼 공정한 평가 기준에서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팬들의 반응은 아쉬움이 크다.
LAFC 팬 커뮤니티 '위아LAFC'는 "손흥민은 시즌 절반만 뛰고도 팀을 서부 콘퍼런스 준결승으로 이끌었다"며 "메시가 MVP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는 손흥민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손흥민은 현재 진행 중인 MLS컵 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오스틴FC와의 16강전 2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을 8강으로 이끌었고, 4강 진출을 노리고 있다.
그는 베스트11 선정보다 MLS컵 플레이오프 우승이라는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사진=MLS / 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