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노팅엄 포레스트 사령탑 부임 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 홋스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약 3개월 전 토트넘으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았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자신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이 열리기 전부터 경질될 줄 알았다며 이제는 노팅엄에서 트로피를 따내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유력지 '더 타임즈'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아스널과의 2025-2026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 원정 경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팅엄을 이끌고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물론 할 수 있다. 그래야 두 번째 해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며 "난 첫해에도 몇 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린 적이 있다. 셀틱에서는 첫 시즌에 더블을 달성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노팅엄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7위로 시즌을 마치면서 이번 시즌 UEFA 콘퍼런스리그 출전 티켓을 따냈다. 1970년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노팅엄이 30년 만에 유럽 무대에 복귀하는 순간이었다.
누누 감독에 이어 노팅엄의 지휘봉을 잡게 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노팅엄은 야망이 있는 팀이라며 이번 시즌 반드시 우승컵을 팀에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이미 말했던 것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트로피를 따내는 것"이라면서 "이것은 내가 커리어 내내 해온 일이고, 이곳에서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구단의 모두가 성공을 원하고 있고, 특히 구단주가 이 클럽을 인수한 뒤 그런 야망이 실제 행동으로 뒷받침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자신과 마찬가지로 노팅엄이 우승에 대한 열망이 큰 팀이라고 이야기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3개월여 전 토트넘에서 경질됐을 당시 느낀 감정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17년 동안 이어졌던 무관에서 탈출했지만, 구단 수뇌부는 시즌이 끝난 뒤 그를 해임했다. 유로파리그 우승 업적은 높게 평가할 만하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리그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토트넘의 프리미어리그 성적은 유로파리그 우승에 가려진 이면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유로파리그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으나, 그것이 토트넘의 리그 성적에 대한 핑계가 되기는 힘들었다. 토트넘은 구단 사상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단일 시즌 최다 패배(22패), 최저 승점(38점), 최저 순위(17위) 등의 기록을 남기면서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시즌을 마무리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자신의 토트넘 잔류를 암시했으나, 구단 수뇌부는 이미 포스테코글루 감독에 대한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2시즌 동안 토트넘을 이끌었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마지막은 화려하면서도 초라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질은) 낯선 일이었다. 난 그동안 단 한 번도 경질당한 적이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면서도 "하지만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놀라지는 않았다. 결승전이 열리기 한참 전부터 (내가 경질될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며 이전부터 자신이 경질될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는 우승을 차지했고, 우승 퍼레이드도 하면서 멋진 사흘을 보냈다"면서 "그 기억을 망치고 싶지는 않다"며 토트넘에서 유로파리그 정상에 오른 것은 여전히 좋은 경험이자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또 "경질에 대한 결정이 부당했는지 아닌지는 다른 사람들이 결정할 문제다.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팬들은 어려운 시기를 겪어야 했다. 지금 나를 만나는 팬들은 모두 나를 안아주고,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싶어한다. 내가 (토트넘에서) 무언가 제대로 일을 하기는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토트넘에서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했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노팅엄에서도 그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나는 내 팀이 공격하고, 골을 넣는 것을 선호한다. 내 커리어에서 가장 일관적인 것은 내가 어디에서나 우승을 차지했다는 것"이라며 "방식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원칙은 언제나 같다"고 했다.
이어 "내 커리어 초반을 되돌아보면, 난 가능한 모든 시스템을 다 활용했던 것 같다. 백3와 백5, 미드필더 3명 배치, 투톱, 쓰리톱, 심지어 한 시즌 내내 4-4-2 전형을 쓴 적도 있다. 그런 접근을 절대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나는 내 팀이 축구를 하길 원한다. 이것은 흥미로운 일이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언론으로서도 리그 20개 팀이 같은 축구를 하는 걸 보는 것보다 낫지 않겠나. 나는 언제나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자신감과 달리 일부 노팅엄 팬들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 운용 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 시절 극단적인 공격 전술로 화제가 된 것은 맞지만, 이것이 선수들에게 과부하를 주면서 선수들의 부상으로 이어진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부상자가 많아지면 스쿼드 구성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물론, 당연히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외치는 우승과도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노팅엄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자신의 말처럼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방향성은 유지하되, 적절한 선에서의 타협이 필요해 보인다. 토트넘 시절처럼 무턱대고 '공격 앞으로'를 외쳤다가는 지난 시즌과 같은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