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축구를 흔들었던 초대형 투자의 방향을 전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ublic Investment Fund, 이하 PIF)가 자국 '4대 빅클럽'을 민간 투자자들에게 매각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22일(한국시간) 사우디 언론인 아흐메드 알아즐란의 보도를 인용, "PIF가 알나스르, 알힐랄, 알이티하드, 알아흘리 등 4개 구단을 매각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PIF는 4대 빅클럽의 지분 전량을 시장에 내놓고 있으며, 이미 알힐랄 매각 경쟁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사우디 축구의 대대적인 투자 전략은 원래 국가 발전 전략인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2023년 여름 이적시장에서만 약 7억 5천만 파운드(약 1조 4000억원)를 쏟아부으며 네이마르, 카림 벤제마, 그리고 앞서 영입했던 호날두를 비롯한 세계적 스타들을 모아왔다.
그러나 불과 2년여 만에 분위기는 급격히 바뀐 것이다. '데일리메일'은 "최근 도입된 '클럽 재정 성과 개선 프로젝트'가 지출 통제, 예산 준수, 지출 합리화를 강조하고 있다"며 정부의 기조 변화를 지적했다.
각 구단 지분의 75%를 보유하고 있는 PIF가 최근 들어 사우디 정부와 함께 '지속 가능한 운영'을 명분으로 민영화와 외부 투자자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래의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투명한 리그 운영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이번 매각 추진은 정부가 이미 밝힌 '클럽 민영화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에는 알콜루드, 알줄피, 알안사르 세 클럽이 민간 투자자에게 매각됐다. 이 중 알콜루드는 미국 투자자 벤 하버그가 이끄는 하버그 그룹에 팔렸으며, 구단 로고 변경과 함께 옥스퍼드 유나이티드 출신 데스 버킹엄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나머지 두 클럽은 사우디 내 투자자들에게 넘어갔다. 최근에는 알나즈마와 알오크두드 두 클럽이 민영화 2단계 대상 구단으로 지정돼 투자자를 모집 중이다.
여기에 더해 이번 매각 대상에 포함된 4대 빅클럽 중 알힐랄의 경우, 현재 사우디 재벌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알힐랄 인수에 가장 유력한 인물로 거론되는 구체적 단계에 접어들었다.
사우디 현지 보도에 따르면, 빈 탈랄은 현재 알힐랄의 '골든 멤버'로 등록돼 있어, 다음 투자자로 굉장히 유력한 상황이다. 또 다른 잠재적 투자자로는 셰필드 유나이티드의 구단주였던 압둘라 빈 무사드 왕자가 언급되고 있다.
물론 사우디 프로 리그에 대한 PIF의 투자 자체가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알힐랄은 다윈 누네스(리버풀)와 테오 에르난데스(AC밀란)를 합쳐 7600만 파운드(약 1419억원)에 영입했고, 알나스르는 바이에른 뮌헨의 킹슬리 코망과 첼시의 주앙 펠릭스를 데려오기 위해 6400만 파운드(약 1194억원)를 지출했다.
특히 알나스르는 지난 6월, 호날두와의 2년 재계약을 체결하며 총액 4억 9200만 파운드(약 9183억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켜 세계 축구계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반면 알아흘리는 슈투트가르트에서 은조 밀로를 영입하는데 2700만 파운드(약 503억원)를 사용했고, 알이티하드는 전체 지출이 1900만 파운드(약 354억원)에 그쳤다. 이는 2023-2024시즌 개막 전 돈을 쏟아부었던 초반 흐름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결국 사우디 정부와 PIF의 전략 전환은 나머지 구단과 리그 전체의 투자 축소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직후 연봉 2억 유로(2900억원)에 알 나스르에서 뛰고 있는 호날두만 엄청난 혜택을 누리고 사우디와 결별할 가능성이 커졌다.
사우디가 불과 2년 만에 '무제한 지출'에서 '재정 관리와 민영화'로 방향을 바꾼 것은 축구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유럽 빅리그와의 경쟁 구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알힐랄/알나스르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