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창원,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나승엽이 사령탑의 일침을 듣자마자 팀을 연패의 갈림길에서 구해내는 한방을 터뜨렸다.
자신을 짓눌렀던 부담감에서 해방돼 다시 힘차게 방망이를 돌릴 수 있게 됐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롯데는 지난 26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팀 간 7차전에서 7-6 승리를 챙겼다. 전날 2-7 패배로 5연승이 불발됐던 아쉬움을 털고 승전고를 울렸다.
나승엽은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 벤치에서 게임을 시작했다. 나승엽은 지난 2일 타격감 저하에 따른 엔트리 말소 이후 2군에서 수비 훈련 중 부상을 당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4일 1군 복귀했다. 25일 NC전에 선발출전했지만 7회초 수비 중 치명적인 수비 실책을 범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김태형 감독은 나승엽의 타격 컨디션과 경기 감각이 100%가 아니라고 판단, 26일 게임에서는 고승민을 선발 1루수로 기용했다. 대신 승부처에서 대타 카드로 활용, 전세를 뒤집었다.
나승엽은 롯데가 4-5로 끌려가던 5회초 1사 1·2루 찬스에서 대타로 투입됐다. NC 우완 이준혁을 상대로 역전 3점 홈런을 폭발시키면서 팀에 7-5의 리드를 안겼다.
나승엽은 풀카운트에서 이준혁의 6구째 132km/h짜리 슬라이더를 공략했다.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 높은 코스로 몰린 실투를 놓치지 않고 풀스윙으로 연결,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5m의 타구를 날려 보냈다.
나승엽은 지난 25일 NC전 3루타로 부상 복귀 첫 안타를 신고한 뒤 이튿날에는 손맛까지 봤다. 시즌 8호 홈런으로 개인 커리어 하이를 경신했다. 팀 역전승을 견인하고 주춤했던 타격감과 자신감도 한껏 끌어올렸다.
나승엽은 경기 종료 후 공식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대타로 나갔을 때 홈런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처음 풀카운트가 됐을 때는 볼넷 출루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감독님께서 나를 대타로 기용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볼넷이 아니라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는 공을 지켜보고 삼진을 당하면 (흐름이) 훨씬 더 안 좋을 것 같아서 그냥 배트를 돌리려고 마음 먹었다"고 돌아봤다.
또 "스트라이크 존에 비슷하게 들어오는 공이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치려고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왔을 때 감독님께서 환하게 웃어주셨다. 앞으로 감독님이 더 환하게 웃으실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나승엽의 이날 홈런은 김태형 감독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25일 게임 종료 후 나승엽을 따로 불러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 책임감을 확실하게 일깨워줬다.
나승엽은 "전날 게임을 마치고 감독님께서 내가 요즘에 타격, 수비 둘 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고 하셨다. '책임감을 가지고 해라'라고 하셨다"며 "'어차피 게임에 나가는 건 너다'라고 말씀해 주신 게 엄청 크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 말씀을 듣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게임에 나가서 주눅 들고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면 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며 "감독님께서 내게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 수 있을 것 같고, 홈런은 잊고 안타를 많이 치는 쪽으로 뛰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진=창원, 엑스포츠뉴스/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