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예나 기자)
([엑's 인터뷰①]에 이어) 큰 길 앞에는 언제나 바람이 불기 마련이다. 그 바람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았기에, 결국 이짜나언짜나는 자신들만의 길을 만들어냈다. 흔들리고 주저앉을 수도 있었지만, 결국 그 속에서 또 한 번의 성장을 이뤄냈다. 그리고 이제, 단단해진 마음으로 첫 정규 앨범을 들고 새로운 출발선 앞에 다시 섰다.
최근 첫 번째 정규 앨범 발매를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한 남성 듀오 이짜나언짜나(이찬, 박원찬). 지난해 "그댄 농협은행(너무 예쁘네요)"으로 온라인 상에서 뜨거운 열풍을 일으키며 숏폼 시장을 장악한 이들은, 이제 막 세상에 등장한 신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알고 보면 지난 2016년 데뷔해 어느덧 활동 10년 차를 맞은 실력파 팀이다.
이들은 재치 넘치는 표현력과 귀에 맴도는 멜로디가 어우러지며, 2030 세대는 물론 초·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도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다. '숏폼 장인', '밈 제조기'라는 수식어로 불리며 주목받는 이짜나언짜나는, 일상 속 밈을 감각적으로 음악에 녹여내는 능력으로 자신들만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다.
이짜나언짜나는 음악, 안무, 무대 연출까지 스스로 도맡는 아티스트 듀오다. 장난스러운 듯하지만 묘하게 진지하고, 즉흥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치밀하다. 요즘 같은 시대, 뭐가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아무도 모르는데 이짜나언짜나는 어떤 방식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을까?
"전략적으로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기도 했는데, 오히려 너무 무거워지더라고요. 요즘은 콘텐츠가 너무 넘쳐나다 보니까, 다들 뭔가를 꽉꽉 채우려는 경향이 있잖아요. 오히려 저희는 최대한 덜어내려고 해요. '이게 음악이 맞나?' 싶을 정도로 비워내는 작업에 가까운 것 같아요." (박원찬)
결국 어떤 전략보다 중요한 건 '음악' 그 자체. 이짜나언짜나는 유행을 의식하고 만들기 위해 고민하기보다, 음악적으로 자신들만의 색을 완성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저희는 챌린지를 염두에 두고 곡을 만들진 않아요. 항상 음악이 먼저죠. 노래가 나오고 나서, '오? 노래 좋은데?' 이런 반응이 생기면 그제야 '이걸 어떻게 춤으로 풀까?'를 고민해요. 그런 순서가 저희한테는 자연스러워요." (이찬)
이짜나언짜나도 물론 전략적으로 타이밍을 맞춰보거나 콘텐츠를 억지로 짜내본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어떻게든 화제의 흐름에 올라타보려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결국 "억지로 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는 결론. 그래서 지금은 특정 시간이나 채널, 형식을 따지지 않고 자신들의 감각대로 영상을 만들고, 음악에 집중해 콘텐츠를 완성한다고 했다.
핵심은 언제 어디서든 터질 수 있는 '준비된 콘텐츠'에 있다는 철학이기 때문. "음악이 탄탄하다면, 터질 건 언젠가 반드시 터진다"는 확신을 바탕으로 이짜나언짜나는 여전히 치열하게 고민하고, 묵묵히 자신들만의 방식을 다듬어가는 모습이었다.
사실 작년,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직전까지 이짜나언짜나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해체를 고민할 정도로 벼랑 끝에 몰렸고, "이 길이 맞는 걸까?"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끝없이 자문하며 수많은 갈림길 앞에 섰다. 그런 시간 끝에 뜻밖의 반응으로 확 터졌고, 두 사람은 다시 마음을 모아 본격적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첫 번째 정규 앨범까지 이어지는 성장의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하늘이 큰일을 맡기기 전에 시련을 준다고 하잖아요. 저희는 그걸 '그릇이 커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살아오면서 싸울 때도 있고, 서로 '잘났네, 못났네' 하기도 하죠. 그런데 결국 돌아보면, 힘들고 괴롭고 싸우는 순간들이, 다음을 위한 자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을 감당했기 때문에 또 다른 걸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거죠.
그리고 저희보다 더 힘든 분들도 많잖아요. 저희에겐 큰일처럼 느껴져도, 세상엔 훨씬 더 큰 무게를 견디는 사람들이 있고 위대한 아티스트 분들도 그런 부담감을 안고 계속 나아가고 계실 테니까요. 지금 겪는 실패나 작은 성공은 어떻게 보면 미미한 거고, 앞으로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된다면, 그만큼 더 많은 감정을 품어줄 수 있는 팬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박원찬)
"잘 될 때 불안해하지 않고, 초연해지려고 늘 마음먹어요. 이짜나언짜나가 지금처럼 사랑받으려면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하고 있고요. 일희일비 안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도 모르게 반응 하나하나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늘 느껴요. 아직 진짜 겸손하려면 멀었구나. 결국 초연함을 갖는 것이 자기 콘텐츠를 오래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 같아요." (이찬)
이 같은 삶의 자세와 소신은 개그맨 김경욱에게서 배운 교훈에서 비롯됐다. 이짜나언짜나는 김경욱의 부캐 다나카의 ‘잘자요 아가씨’ 안무를 만든 주역으로, 숏폼 챌린지 열풍까지 이끌며 '다나카 신드롬'의 중심에 섰다.
"형을 보며 '아,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구나' 싶었어요. 경욱이 형은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낙심하거나 흥분할 수 있는 순간에도 늘 초연하거든요. 자기 중심이 딱 있고, 소신이 분명한 사람이에요.
저희한테도 그런 철학을 자주 이야기해주시는데, 연예계에서 오래 가려면 결국 '잘 내려올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 기억에 남아요. '앞으로 인기가 더 많아질 거니까 그럴수록 더 조심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그 말이 정말 크게 와닿았어요." (박원찬)
한때 '이제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던 순간, 스스로에게 "정말 후회 없이 했나?"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는 이짜나언짜나. 그렇기에 지금의 행보에는 더욱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을 터. 매 순간 후회 없이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는 이들의 미래가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엑's 인터뷰③]에서 계속)
사진=TEAM EZUZ
김예나 기자 hiyena07@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