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포르투갈의 살아있는 전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또다시 역사를 썼다.
불혹의 나이에도 변함없는 결정력을 과시하며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호날두의 맹활약에 힘입어 포르투갈이 '전차군단' 독일을 적지에서 격침시키고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결승 무대에 안착했다.
조국에 또 한 번의 우승 기회를 선사한 호날두는 A매치 최다골 기록 경신과 대회 득점 단독 선두 질주라는 겹경사까지 맞았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이 이끄는 포르투갈 축구대표팀은 5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에 위치한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시즌 UEFA 네이션스리그 준결승전에서 독일에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포르투갈은 대회 초대 챔피언(2018-2019시즌) 등극 이후 6년 만에 다시 한번 우승컵에 도전하게 됐다.
경기 초반부터 포르투갈은 호날두를 중심으로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전반 11분 페드루 네투의 과감한 왼발 슈팅이 골대를 살짝 넘어갔고, 4분 뒤에는 호날두가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날린 오른발 슈팅이 아쉽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독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전반 21분 레로이 자네의 패스를 받은 레온 고레츠카의 논스톱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전반 30분 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의 중거리 슈팅도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양 팀은 0-0으로 전반을 마쳤다.
팽팽하던 0의 균형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깨졌다. 해결사는 독일의 신성 플로리안 비르츠였다. 후반 2분, 요주아 키미히가 포르투갈 수비라인의 허를 찌르는 로빙 패스를 연결했고, 박스 안으로 침투한 비르츠가 이를 정확한 헤더로 마무리하며 독일에 선제골을 안겼다.
그러나 포르투갈에는 승부사들이 있었다. 후반 17분, 우측면에서 공을 잡은 프란시스쿠 콘세이상이 중앙으로 파고들며 독일 수비진을 현혹한 뒤, 아크 서클 부근에서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골망을 그대로 갈라 1-1 동점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포르투갈은 불과 5분 만에 경기를 뒤집었다. 해결사는 역시 호날두였다. 후반 22분, 왼쪽 측면을 돌파한 누누 멘데스가 낮고 빠른 크로스를 문전으로 연결했고, 이를 골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호날두가 침착하게 오른발로 밀어 넣으며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남은 시간 독일의 파상공세를 막아낸 포르투갈은 결국 한 골 차 리드를 지켜내며 극적인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날 최고의 선수는 역시 역전 결승골의 주인공 호날두였다. 89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무려 7개의 슈팅을 시도해 팀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 골로 호날두는 자신이 보유한 A매치 최다 득점 기록을 137골(220경기)로 늘렸다. 또한 이번 대회 7호골로 득점 단독 선두 자리도 굳건히 지켰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호날두에게 양 팀 필드 플레이어 중 비르츠(8.1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평점 8점을 부여하며 이날 활약을 인정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호날두가 클럽에서 넣은 골을 합쳐 공식 경기 937골을 기록했다"고 전하며 호날두의 득점 행진을 조명했다.
매체는 "호날두는 독일과 5번 맞붙어 5번 다 졌다. 5번의 맞대결에서 단 1골을 넣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면서 "호날두는 30세가 된 후 포르투갈 대표팀에서만 85골을 넣었다. 선수 생활 막바지에 페렌츠 푸스카스, 펠레, 디에고 마라도나, 게르트 뮐러 등 전설적인 선수들이 전체 경력 동안 쌓은 골보다 더 많은 골을 넣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날두가 역사상 최초로 1000번째 골을 넣은 선수가 되려면 63골을 더 넣어야 한다. 브라질 레전드 펠레와 호마리우는 1000골 이상을 넣었다고 주장하지만 그 안에는 친선경기를 포함한 수많은 비공식 경기가 포함돼 있어 공인된 기록은 아니다"라며 "호날두는 지난 시즌 알나스르에서 35골을 넣었다. 이 활약을 유지한다면 2년 안에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며 1000골 달성 여부에도 주목했다.
40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있는 호날두는 이제 자신의 국가대표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안길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호날두는 네이션스리그와 유로 2016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오는 9일 같은 장소에서 스페인-프랑스 승자와 유럽 패권을 놓고 격돌한다. 호날두가 개인 통산 세 번째 국제대회 우승을 거머쥐고 1000골 고지를 향해 달려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