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을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이번 시즌 이강인이 소화한 포지션만 다섯 개다. 다양한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곧잘 수행하는 이강인의 장점이 드러났다고 할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이강인이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이른바 '땜빵' 역할을 하는 선수가 되어가고 있다는 의심도 피어오른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의 다재다능함을 칭찬했지만, 이는 오히려 이강인이 특정 포지션에서 경쟁하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주로 윙어나 측면으로 처진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면서 경쟁했던 이강인은 현재 어느 위치에서도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상황이다.
엔리케 감독은 23일(한국시간) 열리는 FC 낭트와의 2024-25시즌 프랑스 리그1(리그앙) 29라운드 원정 순연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사전 기자회견에서 이강인의 수비형 미드필더 기용에 대해 앞으로도 이강인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유력지 '레퀴프' 등 복수의 프랑스 언론에 의하면 엔리케 감독은 "의심의 여지 없이 이강인을 다시 그 포지션(수비형 미드필더)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강인은 패스뿐만 아니라 공을 가졌을 때 팀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강인이 르아브르전에 소화한 포지션은 그에게 자연스러운 포지션이 아니었지만, 나는 선수들이 항상 익숙한 위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며 "어떤 상황이든 다른 역할을 맡아 팀을 도와야 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이강인이)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팀에 많은 이점을 가져온다"고 이강인을 칭찬했다.
앞서 엔리케 감독은 르아브르와의 경기에서 이강인에게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겼는데, 이강인이 어색함 없이 부여받은 임무를 잘 수행하자 이강인을 또다시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이강인은 르아브르전에서 패스 성공률 97%(69/71), 키 패스 3회, 긴 패스 성공 7회(8회 시도), 드리블 성공 2회(100%), 지상 경합 성공 5회(9회 시도), 태클 성공 3회 등을 기록하며 후방에서 훌륭하게 경기를 조율했다.
전반기 어색한 역할이었던 펄스 나인(가짜 9번)으로 뛰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역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강인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은 긍정적이나, 이강인이 소화하는 포지션이 많아질수록 이강인의 주전 경쟁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거라고 확신하기는 힘들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에만 5개의 포지션을 경험했다. 주 포지션인 오른쪽 측면 공격수는 물론 왼쪽 측면 공격수, 공격형 미드필더, 스트라이커,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까지 다양한 위치에서 PSG를 위해 뛰었다. 이중 스트라이커와 수비형 미드필더는 이강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이었다.
지금 흐름이라면 이강인은 '땜빵' 선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특정 포지션에서 뛰는 주전 선수가 부상으로 빠지면 그곳을 메우거나, 벤치에 앉아있다 어느 위치로나 교체 투입되는 선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감독 입장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유형이지만, 선수 본인에게 좋은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현지 언론들이 이강인이 출전 시간 부족을 이유로 이적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이강인은 후반기 들어 자신의 포지션과 역할을 찾은 다른 선수들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로테이션 멤버로 밀려났다. 현재 PSG의 주전들은 자신의 주 포지션이라고 부를 만한 위치가 있는 반면 이강인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느라 특정 포지션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기회가 부족했다.
이강인이 출전 시간의 필요성을 지금보다 더 느낀다면 이적을 고려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이강인은 지난겨울부터 지금까지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크리스털 팰리스 등 복수의 프리미어리그 구단들과 연결되고 있다.
당연하게도 PSG는 여러 포지션에 배치할 수 있는 자원을 새로 찾을 바에 이강인에게 더 높은 연봉을 제안해 이강인을 팀에 묶어두겠다는 생각이다. 복수의 프랑스 언론들은 PSG가 이강인을 포함해 몇 명의 선수들에게 추가로 재계약을 제안할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