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21세기 유럽축구의 상징이자 ‘왕조’로 불렸던 레알 마드리드가 자존심을 무너뜨리며 무너졌다.
아스널은 17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아스널은 1, 2차전 합계 5-1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레알 마드리드를 꺾고 2009년 이후 16년 만에 4강에 진출했다.
경기 초반부터 양 팀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지만, 아스널은 전반 13분부터 기회를 잡아냈다.
전반 13분 아스널은 비디오리플레이(VAR) 판독 끝에 얻은 페널티킥 기회를 잡았지만 부카요 사카의 파넨카 스타일 슛은 티보 쿠르투아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무산됐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아스널이 흔들림 없는 집중력을 유지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책 없는 조직력과 촘촘한 수비는 마드리드를 완전히 봉쇄했다.
이후 레알 역시 페널티킥을 얻는 듯했지만, VAR 판독 끝에 오프사이드로 판정이 번복되면서 동점 기회를 놓쳤다.
페널티킥을 놓친 사카는 결국 후반 20분 완벽한 움직임 끝에 감각적인 칩슛으로 쿠르투아 골키퍼를 넘기며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이는 아스널의 경기 전략이 완벽하게 작동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2분 뒤 레알이 윌리엄 살리바의 실수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게 골을 허용하며 잠시나마 추격하는 듯했지만, 이는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경기 종료 직전, 가브리엘 마르티넬리가 감각적인 왼발 슈팅으로 쐐기골을 성공시키며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베르나베우를 침묵시킨 이 장면은 레알의 몰락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경기 내용으로도 완벽히 패배한 레알은 경기 내 외부적으로 비신사적인 행위로 도마에 올랐다.
이날 아스널은 경기 내내 전략적 수비를 통해 레알의 주 공격 루트를 완전히 차단했다. 마드리드는 총 43개의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단 7개만 성공했다. 이는 수비조직력과 높이 경쟁에서 아스널이 압도적이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1차전 3-0 리드를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접근 방식이었지만 레알 선수는 이에 불만을 느껴 공개적으로 상대를 저격했다.
영국 'TBR 풋볼'에 따르면, 레알 주장 루카스 바스케스는 경기 후 "아스널은 경기하러 온 것이 아니라 수비하러 왔다. 전반전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하지만 이는 자신들의 공격력 부족을 탓하는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TBR 풋볼' 역시 이에 대해 "아스널은 영리하게 경기를 운영했으며, 2경기 합산 성적에서 확실히 우위에 있었다"고 평가했다.
아르테타 감독은 역시 "우리는 레알을 존중하지만 두려워하지 않았다. 홈에서 얻은 3-0 리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건 냉정함과 집중력이었다"고 밝혔다.
경기 내내 매너 측면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영국 대중지 '더선'은 전반 종료 후, 아스널의 사카와 레알의 다니 카르바할은 터널에서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갔다고 전했다. 매체는 "카르바할이 사카의 목덜미를 움켜쥐며 언쟁을 벌였고, 이를 본 스태프들이 급히 양 선수를 말렸다"고 보도했다.
또한 전반 주어진 사카의 페널티킥을 앞두고 대표팀 동료 주드 벨링엄이 사카의 어깨에 손을 얹고 무언가를 속삭이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되며, 심리전 논란도 불거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진정한 프로라면 저런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일부 팬들은 "사카의 실축은 벨링엄의 수작 때문"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벨링엄은 경기 후에도 또 다른 대표팀 동료인 라이스와 몸싸움을 벌이는 등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논란은 후반 중반 발생했다. 레알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가 아스널 유망주 마일스 루이스-스켈리와의 경합 도중 그의 복부를 짓밟는 장면이 생중계에 잡혔다. 하지만 주심은 이를 제지하지 않았고, VAR에서도 별다른 판정이 나오지 않았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이에 대해 "뤼디거의 행위에 대한 어떤 징계도 나오지 않은 것은 명백한 판정 실패"라며 "VAR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경기 후 루이스-스켈리는 자신의 SNS에 경기 사진과 함께 뤼디거가 자신을 밟는 이미지를 올리며 유쾌하게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탈락은 레알에게 단순한 패배 이상의 충격이다.
챔피언스리그 14회 우승, 수많은 전설을 배출한 명문 클럽이지만, 이번 시즌은 전술적 유연성 부족과 세대교체 지연 등 구조적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감독의 거취에 대한 현지 언론의 비판은 이미 거세지고 있다.
또한, '더선'은 "이번 경기에서 레알은 단순히 패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품격과 철학, 그리고 경기력 모두를 상실했다. 왕조는 무너졌다"며 혹평했다.
한편 아스널은 이제 유럽 정상 도전에 나선다. 2006년 파리 결승에서 바르셀로나에 아쉽게 패했던 기억을 뒤로하고, 다시 한 번 정상 등극을 향한 도전이 시작된다.
사진=연합뉴스/더선/데일리메일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