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셀틱 '코리안 리거'들의 첫 '별들의 전쟁'이 무기력하게 끝나는 걸까. 양현준, 오현규, 권혁규를 지도하는 브렌던 로저스 감독이 챔피언스리그 역대 최악의 감독 중 하나로 등극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 스타'는 5일(한국시간) "셀틱을 이끄는 브렌던 로저스 감독이 95분에 극장골을 허용하며 패하면서 챔피언스리그 '최악의 감독'이 됐다"라고 보도했다.
셀틱은 5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위치한 셀틱 파크에서 열린 SS라치오와의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2라운드 맞대결에서 경기 종료를 앞두고 극장골을 내주면서 1-2로 역전패했다.
지난 시즌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챔피언 자격으로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진출한 셀틱은 조별리그 추첨식에서 페예노르트(네덜란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SS라치오(이탈리아)와 함께 E조에 편성됐다.
페예노르트는 지난 시즌 6년 만에 네덜란드 챔피언으로 등극해 조별리그에 참가했고, 아틀레티코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와 함께 스페인 라리가를 대표하는 강호이다. 라치오 역시 지난 시즌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활약에 힘입어 리그 우승을 거머쥔 SSC 나폴리에 밀렸지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2위를 차지한 강팀이다.
16강 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대회 초반부터 2연패를 하면서 토너먼트 참가 가능성이 점점 낮아졌다. 지난달 20일 조별리그 1차전 페예노르트 원정에서 0-2로 완패한 셀틱은 2차전 승리를 위해 라치오를 홈으로 초대했다.
셀틱은 전반 12분 주전 공격수 후루하시 교고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전반 29분 라치오 미드필더 마티아스 베시노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후반 36분에 루이스 팔마가 다시 앞서가는 골을 터트리는 듯했으나 비디오판독(VAR) 결과 오프사이드로 취소됐고, 경기 종료 직전에 페드로 로드리게스한테 헤더 극장골을 허용하면서 결국 1-2로 역전패했다.
이날 왼쪽 날개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양현준은 측면과 중앙을 휘저으며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고, 후반 12분에는 발재간으로 중앙을 향해 파고드는 과정에서 왼쪽 페널티 지역 외곽의 좋은 위치 프리킥을 얻어내기도 했지만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하면서 후반 17분에 교체됐다. 벤치 명단에 포함된 오현규는 후반 41분 후루하시를 대신해 들어오면서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무언가를 보여주기엔 출전 시간이 너무 짧았다.
결국 셀틱은 페예노르트전에 이어 라치오한테도 고개를 숙이면서 2전 전패로 E조 최하위에 위치했다. 물론 E조 1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승점이 4점(1승1무)이라 남은 4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16강행 희망을 살릴 수 있으나 로저스 감독의 처참한 챔피언스리그 성적이 셀틱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게끔 만들었다.
라치오전이 끝난 후 '데일리 스타'는 "유럽 최고의 클럽 대회인 챔피언스리그에서 최소 20경기를 지휘한 사령탑 87명 중 로저스 감독은 20경기에서 단 2승만 거두며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로저스 감독이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치른 경기 수는 딱 20경기로, 성적은 2승5무13패. 승률이 단 10%밖에 되지 않는다. 로저스 감독의 2승은 과거 리버풀을 이끌었을 때와 2017년 셀틱 1기 시절에 거뒀던 승리이다.
셀틱은 스코틀랜드 최고의 팀이지만 유럽 대항전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조별리그 꼴찌로 대회를 마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3위를 차지한 팀들은 유로파리그 16강 진출권을 두고 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지만, 4위는 그대로 대회를 마무리해 리그와 자국 컵대회에 전념해야 한다.
만약 셀틱이 로저스 감독 밑에서 챔피언스리그를 무기력하게 마감한다면 셀틱 '코리안 리거' 양현준과 오현규한테도 좋은 상황이 아니다. 셀틱엔 양현준, 오현규, 권혁규까지 한국 선수가 3명이나 있지만 이중 권혁규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명단 25인에 포함되지 않았다.
권혁규가 충격적인 명단 제외를 당한 가운데 지금 토트넘 홋스퍼를 이끄는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지난 1월에 영입한 오현규도 명단엔 포함됐지만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중용 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조별리그 2경기 모두 출전하긴 했지만 후반전 늦은 시간에 투입돼 추가시간을 모두 포함해 2경기에서 약 25분 정도 소화했다.
반면에 최근 셀틱 내에서 입지를 늘려가고 있는 양현준은 페예노르트전에 교체 투입돼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치른 뒤 라치오전에선 첫 선발 경기까지 가졌다.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라치오 상대로 드리블 성공률 67%(2/3)를 기록하며 장점을 보여주기 위해 분투했다.
'별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유럽 최고의 무대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로저스 감독이 '코리안 리거'들을 포함해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잔여 경기에서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전술을 준비해 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PA Wire, AP/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