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이송희 기자] 원작 웹툰의 B급 감성을 유쾌하게 풀어낸 '쌉니다 천리마마트', 정극과 코미디를 오가며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 '빅 포레스트', 최신 트렌드에 병맛 코드를 버무려 젊은 층을 사로잡은 '최신유행프로그램'. 모두 평범함을 거부하고 새로운 시도로 호평을 얻은 프로그램이다.
이들에게는 공통 분모가 하나 있다. 자유분방한 유머코드와 날카로운 풍자로 tvN 전성기의 포문을 연 'SNL코리아'의 주역들이라는 것. 안상휘 CP는 시즌 1부터 9까지 총괄 PD로 후배들을 이끌었고, '천리마마트' 백승룡 PD는 시즌 2,3,4,9 연출로 활약했다. 입사 동기인 '빅 포레스트' 박수원 PD와 '최신유행프로그램' 오원택 PD는 각각 '3분남친(여친)'과 '더빙극장'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네 명의 PD들은 매주 달라지는 호스트에 따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치열한 고민을 했던 'SNL코리아'로 인해 제작진과 크루들이 성장하는 자양분이 됐다고 말한다. 시즌9로 프로그램이 막을 내린지도 벌써 3년. 엑스포츠뉴스가 2020년 새해를 맞아 각자의 프로그램에서 'SNL코리아'만의 창의적인 역량을 드러내고 있는 백승룡 PD, 박수원 PD, 오원택 PD와 이들의 멘토 안상휘 CP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편집자 주
(인터뷰②에 이어) - 'SNL 코리아'만의 차별성이 있다면 무엇일까.
안상휘 CP : 다른 예능은 시청자가 뭘 좋아할 지 생각하고, 메인 PD 외에 조연출은 서포트로 가는 개념이 크다. 하지만 'SNL 코리아'는 조연출이 실질적으로 한 코너의 메인 연출로, 본인들이 추구하는 걸 더 많이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 'SNL 코리아'는 신박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연출자로서 실패에 대한 부담이나 걱정은 없었나.
안상휘 CP : 원래 '모 아니면 도'다. 중간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아예 잘 되거나 혹은 아예 망하던가. 그게 맞는 것 같다. 물론 다 잘 될 순 없지만, 여기에 발을 들이는 사람들은 모두 기억에 남는 '하나'를 만들고 싶어서 오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 걸 해보자'라는 마음 가짐이 있었다. 'SNL 코리아'를 하기 전에도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다. 망할 게 뻔했으니까. 하지만 비슷한 포맷의 예능 프로그램은 있었지만 'SNL 코리아'는 아무도 못한 걸 해냈다. 사람들은 잘 된 걸 기억하거나, 망한 걸 기억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잘 된 걸 많이 기억해주는 것 같다.
오원택 PD : 입봉작을 전부 안상휘 CP님과 함께 했다. 콘텐츠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기획 단계부터 최대한 연출자의 생각이 반영 될 수 있게 서포트 해주신 게 컸다. 'SNL 코리아'에서 한 것도 그렇지만, 각자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고 색을 입히는 게 도움이 많이 됐다.
백승룡 PD : 시대를 잘 타고난 것 같다. 사실 제가 연출했던 '잉여공주'는 잘 하고 싶었던 걸 했는데 나중에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가를 들었다. 저는 좋아하는 걸 한 것 같은데, 시대를 잘 타고나야하나? 라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쌉니다 천리마마트'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걸 해야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한 건 아니었다. 이번에도 좋아하는 걸 했을 뿐이다. 그런데 반응이 좋더라. (안 CP : 예전에 백 PD는 새로운 걸 많이 추구하고 더 많이 나아갔다. 하지만 근래에는 실패를 토대로 경험을 쌓아 바날만 나아 간 게 느껴진다.) 선배들이 '반 발만 앞서가라'고 하더라. 하하.
박수원 PD : 많이 봤던 것에서 재미있는 게 나오기란 어려운 것 같다. 실험적인 게 재미있는 것 같다. 물론 '반 발'만 나가는 건 중요하긴 하다. 너무 앞서가면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동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그렇지만 'SNL 코리아'를 이미 했는데 무난한 걸 하기엔 틀린 것 같다. 안전하게 할 생각이었다면, 'SNL 코리아'에 발을 들였으면 안됐다. 하하. 그럴 거면 호스트들에게 좋은 이미지만 주는 콩트를 했겠지. 물론 해봐서 안된다면 그것도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재미 전문가도 아니지 않나.
- 사실 'SNL 코리아' 시리즈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새로운 시즌이 나올 가능성이 있을까.
안상휘 CP : 타이밍이 오면 가지 않을까 싶다. 물론 'SNL 코리아'가 방송될 당시와 지금은 웃음 코드나 환경 등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하지만 문화 트렌드는 돌고 돈다. 언젠가는 타이밍이 오지 않을까 싶다.
박수원 PD : 지금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 작가도 저와 같이 'SNL 코리아'를 했다. 저희끼리 가끔씩 '그때 진짜 재미있었다'고 회상하기도 하고 신박한 아이디어가 생기면 '이거 SNL코리아에서 하면 좋겠다' 이런 이야길 했다. 우리는 지금도 못 잊었다는 말도 했고. 크루들, 작가들 모두 다 애정이 있었던 프로그램이라 다시 하길 바라는 사람들도 많다. 다들 신나서 했던 프로그램이다.
백승룡 PD : 즐겁고 좋았던 추억이 있으니 또 한 번 기회가 온다면 하고 싶다. 후배들도 이런 기회를 얻으면 좋겠다. 성장하는데 있어서 'SNL 코리아'는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 마무리 단계에서 안상휘 CP는 지금까지 함께 해온 세 PD들을 향해 애정을 드러냈다. 안 CP는 "천재성이 있는 친구들이다. 앞으로 5~10년 후에는 큰 PD들이 되어있지 않을까 싶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winter@xportsnews.com / 사진 = 윤다희 기자, tvN
이송희 기자 wint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