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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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다는데, 모두 다 아니라고 하는 '음원 사재기' [XP초점①]

기사입력 2015.09.23 09:59 / 기사수정 2015.09.23 10:01

김경민 기자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음악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해당 이미지는 본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X 사이트 실시간 차트 10위권 안에 2주간 랭크. 비용은 3억원 수준."
 
"음원 상위권에 존재하는 대다수는 '사재기' 필요해. 영세 업체들은 살 수 없는 세상."
 
누구나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들은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바로 말만 많고 실체는 없는 음원 사재기다.
 
사실 음원 사재기가 논란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2013년 국내 몇몇 대형 기획사들은 공동체를 결성해 일부에서 자행되고 있는 사재기에 대한 경종을 울렸고, 문화체육관광부 또한 다양한 제재 방안을 내놓았다.
 
3년이 지난 2015년 현재 이런 음원 사재기는 사라졌을까? "아니다"는 것이 대다수 음악산업 관계자들이 하나 같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음악 산업에서 누구나 하고 있다고 말하는 음원 사재기의 실체는 어떨까? 여러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재구성 해 봤다.
 
한 준대형 기획사 고위 관계자 A씨는 소속 가수의 컴백을 앞두고 고심에 빠졌다. 최소한 발매 후 10위권 안을 목표로 기획했지만, 사재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고민에 빠졌다.
 
A씨와 절친한 기획사 대표 B씨는 이런 음악 사이트 순위를 올릴 수 있는 소위 말해 '브로커' C씨를 소개해 줬다. A씨를 만난 C씨는 구체적인 제안을 내놨다.
 
제안 1. 음악 사이트 10권 안에 2주간 랭크 시킬 수 있다.
 
제안 2.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작업을 하고 있으며, 국내 음악 사이트에 수천여개의 아이디로 작업을 한다.
 
제안 3. 비용은 3억원 정도이며, 이중 1억원 정도는 다시 기획사로 돌아온다. 다른 마케팅 비용을 생각한다면 큰 부담은 아니다.
 
C씨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소개를 했다. '마케팅 업체' 대표 명함이었다. 물론, C씨라는 브로커가 사기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브로커는 다수가 존재했다.
 
모두 방법은 비슷했지만, 금액은 천차만별이었다. 3억원은 이중 가장 적은 비용을 제시한 경우로, 또 다른 브로커는 5억원에 2주간 5위권 안이라는 파격적인 조건도 제시했다.
 
이런 솔깃한 제안에도 A씨는 결국 사재기를 하지 못했다. 정정당당한 방법이 아닌 길을 택할 수 없다는 명분도 있었지만, 브로커 C씨를 신뢰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A씨가 준비한 팀은 일부 대규모 쇼케이스, 음악 사이트의 '추천' 등 공격적 마케팅과 '총공'이라 불리는 팬들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만에 5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이런 사재기는 기획사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일부 음반 유통사의 경우 매달 십 여곡 수준을 스스로 사재기를 해 순위를 올려준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당장 피부에 와 닿고 가시성이 있는 성과를 보여주면서 자신들과 유통 계약을 맺은 아티스트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가수보다 큰 돈을 벌고 있다는 작곡가 들도 이런 사재기에 알게 모르게 동참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자신이 내 준 곡이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과 함께, 자신의 위치를 공고하게 다지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기획사들은 왜 이런 사재기를 할까? 첫 번째는 현재 한국 음악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오프라인 시장이 붕괴되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된 현 음악 시장에서 유통망인 음악 사이트는 절대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운영하는 실시간 차트는 그 정점에 존재한다. '가수'를 찾아 듣는 시대는 일부 팬들의 이야기다. 상위권, 즉 첫 화면에 보이는 20위 안에 드느냐에 따라 음악의 노출 빈도와 이에 따른 매출 규모가 좌우된다.
 
이러다 보니 어느 순간 중소규모 기획사들 사이에서는 '차트 순위' 자체를 바라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서 사재기를 할 능력도 없으니 아예 '신경 쓰지 않겠다'는게 그들의 입장이다.
 
한 소형 기획사 관계자 D씨는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이중 '사재기' 또한 한 몫을 하고 있다. 한 기획사의 경우는 다른 제작비용을 줄이고 사재기에 돈을 투입하는 경우도 있다. 제작비 보다 사재기 비용을 더 쓰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정작 실체는 없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고 전언했다.

fender@xportsnews.com

▲ 사재기 논란 파헤치다…XP초점

"팬덤 스밍·총공, 불법 브로커와 엄밀히 구분해야"[XP초점②]

음원 사재기, 근절은 정녕 불가능한가[XP초점③]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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