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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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김혜수 "비정한 현실? 결국 우리의 이야기" (인터뷰)

기사입력 2015.04.29 07:15 / 기사수정 2015.04.29 02:05

조재용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재용 기자] "엄마는 삶 자체가 생존을 위한 대결이에요. 내가 위에서 군림하거나, 쓸모없어서 버려지거나 둘 중 하나죠. 생존이 목적이고, 죽음은 생활인 인물이에요."

29일 개봉한 영화 '차이나타운'은 배우 김혜수의 강렬한 변신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극중 엄마라 불리는 김혜수는 조직을 일구는 보스의 강인함과 묵직한 중량감을 자아내고, 지하철 보관함 10번에 버려져 이름이 일영(김고은 분)인 아이와 이루는 비정한 애정과 따뜻함은 극 전체에 묘한 먹먹함을 준다. 

김혜수의 엄마는 외모에서부터 관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맨 얼굴에 방치된 듯한 거친 머리가 한계를 경험한 인간의 단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김혜수는 "외적인 변화보다 내적 심리묘사에서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강렬한 느낌은 왔지만 구체적인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엄마 캐릭터와의 첫 만남에 대해 "외국영화나 소설에서도 본 적이 없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사는 사람이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을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 영화를 처음 받았을 때 가장 부담스러웠던 것은 '엄마가 곧 차이나타운'임을 보여줘야 하는 점이었어요. 이 사람이 온 몸으로 체감한 기운을 함축시킨 것이 '차이나타운'이었던 거죠. 영화를 찍으면서 '아 내가 부담스러울만 했네. 내가 정상이네'하고 느꼈어요.(웃음)"

김혜수의 말처럼 그는 영화 속 인물이 아닌, 어딘가 있을 것 같은 실제 엄마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겉으로만 갖춰진 느낌이나, 그저 남자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닌 '반드시 어딘가 있을 것 같은' 존재에 대한 고심을 거듭했다.

"머리 자른다고, 안입던 치마를 입는다고 변신이 아니잖아요. 추상적인 캐릭터를 하나씩 구체화 시켜가면서 내가 마주할 캐릭터가 눈에 보이는 과정에서 변신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이번 캐릭터는 내·외적인 면이 일치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정서적으로 느꼈던 특별함을 스태프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희열이 있었어요."



연기 데뷔 30년을 맞은 김혜수에게도 '차이나타운'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그는 "처음 '차이나타운'을 선택할 때 가장 큰 슬럼프였고, 이후에는 재미있게 촬영했다"면서 "한준희 감독의 시나리오를 보고 만만치 않은 이야기였는데, 정말 잘 쓰셨다. 조금 더 성과를 낼 수 있는 상업적인 것을 해도 될 것 같았다"며 한준희 감독에 대한 독특했던 첫 인상을 전했다.

"감독님이 '내가 '차이나타운'을 하고 다른 영화를 못 한다해도 꼭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내가 제대로 못하면 일생을 걸고 하는 한준희 감독이 이것으로 끝날 것 같더라고요. 부담이 바위를 얹은 것 같았어요. 실제로 촬영에 들어가니까 한준희 감독은 첫 장편 데뷔작인데도 정말 잘하셔서 현장에서 '와' 했어요."

이번 작품은 김혜수의 변신뿐 아니라 극중 모녀로 나오는 김고은과의 호흡이 인상적이다. 실제 모녀지간이 아닌 쓸모가 없어지면 언제든지 버려질 수 있는 관계지만, 두 사람의 묘한 운명의 궤가 범죄 드라마 '차이나타운'에서 가족의 의미를 떠오르게 만든다.

"큰 감정은 특별한 애정이에요. 여자로서 느끼는 모성으로 접근하지 않았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체화된 방식에서 나오는 비정한 애정, 따뜻함으로 봤어요. 일영이 엄마 앞으로 왔을 때 이 아이가 곧 나임을 직감하는데, 이후의 모습은 고단함에서 오는 피폐함이라고 생각했어요."

또한 김혜수는 "쓸모 있는 기준을 판단하는 것은 비정하지만,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 생존이다. 살면서 가족처럼 마음을 나눠야 하는 사람에게 칼을 겨누거나 막아야 할 상황이 있다. '차이나타운'은 분명 정서적으로 벅차지만, 감정 이입이 돼 따라가는 것은 우리 내면에도 크고 작게 그러한 감정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혜수는 함께 호흡을 맞춘 김고은에 대해 "작품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과 별개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프로다. 영민하고 예쁘고, 깨끗하다는 느낌 이외에 무언가 느껴지는 것은 정말 특별함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는 말로 후배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근래 보기드문 여성 느와르 '차이나타운'은 강렬하고 처절한 여성 캐릭터에 범죄를 소재로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김혜수는 끝으로 충무로 대표 여배우로서 '여성 캐릭터 부재'에 대해 솔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영화가 상업성을 전제로 하는 문화잖아요. 그래서 대중들이 체감하는 파장을 무시할 수 없는데, 남성 캐릭터들이 움직일 때 파장이 더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히어로들은 주로 남자들이고요. 영화라는 매체를 소비하는 관객들이 원하는 현상이기에 그 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차이나타운'도 여자 둘이 나와서 여자 영화는 아니고 제대로 움직이는 두 캐릭터를 본 반가움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대로 여성의 캐릭터를 다룰 수 있는 소재와 감독들이 많아져야 할 것 같아요. 영화적인 색깔을 가져가면서, 대중들과 공유할 수 있을 만한 영화로요. 한준희 감독같은 케이스가 많아지면 좋을 것 같네요."

조재용 기자 jaeyong2419@xportsnews.com

[사진= '차이나타운' 김혜수 ⓒ CGV 아트하우스]



조재용 기자 jaeyong241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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