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디오스타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는 초창기에 '무릎팍 도사'에 가려져 철저히 2인자의 느낌이 났다.
'무릎팍 도사'에 휘둘려 방송 분량은 일정치 못했고, 심지어 결방되기도 했다. "다음주에 만나요. 제발"이라는 엔딩 멘트는 이러한 상황을 잘 대변해준다.
오프닝부터 MC들이 '무릎팍 도사'의 아류 방송이라고 자학하던 '라디오스타'의 그때 그 시절은 이제 없는 모양이다. '라디오스타'는 MBC의 수요일 밤을 확실히 책임지고 있다. 강호동이 '무릎팍 도사'에서 하차한 후 단독 편성이 되자, 방송 분량 증가 부담을 토로하던 MC들은 오히려 시간을 휘어잡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라디오스타'는 착한 토크쇼가 아니다.
기존의 게스트를 배려하는 토크쇼에서 벗어나 철저히 MC 위주로 돌아간다. 오프닝이 끝나고 게스트가 스튜디오로 들어올 때부터 네 명의 하이에나들은 먹잇감을 노려본다. 이들의 독설과 돌직구에 게스트들은 진땀을 뺀다. 이들의 거침없는 물어뜯기 때문인지 일부 게스트들은 출연을 망설였다고 장난스럽게 말한다.
MC들은 '독설'을 선호하지만, '감동'과 '진지함'의 코드는 배격한다. 누군가 눈물을 보이면 등을 돌리고 시선을 회피한다. 진지한 분위기가 조성되면 사전 차단에 힘쓰고, 장난스럽게 분위기를 전환해 눈물을 웃음으로 바꾼다.
또 그들은 '배려'와 거리가 멀다. 게스트가 웃음을 유발하지 못하면 한심스러운 표정으로 일관하고 "우리는 유재석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게스트 스스로 분발을 촉구한다.
'라디오스타'는 중심축인 김구라가 하차했을 때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 듯 보였다.
그러나 '라디오스타'는 새로 합류한 슈퍼주니어의 규현과 유세윤이 '독설' 코드에 녹아들어 가, 위기설에 대한 잡음을 없애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라디오스타' 특유의 물고 늘어지기는 작가들의 철저한 게스트 조사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작가들은 게스트 별로 사건, 사고와 뒷이야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MC들이 게스트의 혼을 빼놓을 수 있게 반찬을 차려놓는다. MC가 돌발 질문을 하면 게스트가 "어떻게 이런 것까지 알고 있느냐"고 말할 정도로 작가들은 치밀하다.
실감나는 컴퓨터 그래픽(CG) 효과는 '라디오스타'의 또 다른 자랑이다.
아기와 영구 캐릭터를 출연진에 입히고 독설로 난처할 때 머리 위로 번개가 치는 CG는 출연진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어 웃음을 배가시킨다.
B급 방송임을 인정하고 B급 스타를 선호하던 '라디오스타'는 많은 화제를 양산하며 '고품격 음악방송'의 진수를 보여준다. '라디오스타'는 겉으로 보면 시끌벅적한 시장의 분위기를 풍긴다.
다소 가벼워 보이는 이 토크쇼는 음악으로 출연진의 생각과 삶을 엿보며 진중함을 보충한다. 여타 토크쇼와 다른 '망가짐'을 무기로 게스트들을 못살게 구는 '라디오스타'는 2012년 예능의 이색적인 면을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선보이며 변두리에서 '간판' 토크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2012년을 대표한 키워드가 될 자격이 충분한 독특한 토크쇼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