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결승에 오른 한국인 선수가 출전하면 패하고, 결장하면 이긴다. 이 정도면 '한국인 징크스'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유럽 최고의 팀을 가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이야기다.
31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푸슈카시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 생제르맹(PSG)과 아스널의 2025-2026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도 다르지 않았다.
이날 PSG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 이강인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끝내 벤치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PSG의 사령탑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교체카드 다섯 장을 꺼내는 와중에도 이강인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강인이 결장한 가운데 PSG는 승부차기 끝에 아스널을 꺾고 지난 시즌에 이어 또다시 유럽 정상에 올랐다.
이강인은 PSG가 유러피언 트레블의 종지부를 찍었던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교체 명단에 포함됐으나 경기장을 밟지 못했다. 두 시즌 연속 결승전을 벤치에서 지켜보기만 한 것이다.
이강인의 결장과 PSG의 우승이 또다시 맞물리면서 국내 축구팬 사이에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한국인 징크스'가 화제다.
한국 선수가 결장한 결승전에서 그 선수의 소속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단순히 이강인만의 사례가 아니다.
지난 2007-2008시즌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박지성은 알렉스 퍼거슨 경의 결정으로 인해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명단에 들어가지 못했다. 준결승까지 맹활약했던 박지성에게도 교체명단에조차 들지 못한 것은 큰 충격이었다. 맨유는 박지성 없이 승부차기 끝에 첼시를 제압하고 빅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맨유는 이듬해에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고, 이번엔 박지성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맨유가 리오넬 메시에 농락을 당하면서 0-2 완패하고 준우승에 그쳤다.
바르셀로나를 다시 만났던 2010-2011시즌 결승전도 마찬가지였다. 박지성은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평점을 받을 정도로 분투했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2019년 손흥민이 박지성에게 바통을 물려받았다. 토트넘 홋스퍼에서 전성기를 보내고 있었던 손흥민은 커리어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았지만, 토트넘이 경기 초반 무사 시소코의 핸드볼 파울로 내준 페널티킥에서 선제 결승골을 실점하는 등 리버풀에 0-2로 패하면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손흥민까지는 우연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이강인이 2년 연속 결장하고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커리어에 추가하면서 한국 선수가 소속된 팀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을 때 그 선수의 출전 여부에 따라 우승이 결정되는 것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닌 '징크스'라고 부를 수 있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