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6-05-2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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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새 역사 쓴 '허수아비'…연기 구멍 없고, '살인의 추억'과 달랐다 "화제작 이유" ['허수아비'가 남긴 것②]

기사입력 2026.05.27 05:30

이예진 기자
'허수아비'
'허수아비'


(엑스포츠뉴스 이예진 기자) ENA 월화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허수아비’가 종영했다. 단순한 범인 찾기를 넘어 ‘살인의 추억’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시간을 그려낸 ‘허수아비’는 현실적인 결말과 묵직한 메시지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26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10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7.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ENA 월화드라마 역대 1위에 올랐다. ENA 전체 드라마 기준으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허수아비’는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추적하던 형사 강태주(박해수 분)가 자신이 혐오하던 검사 차시영(이희준)과 뜻밖의 공조를 하게 되며 벌어지는 범죄 수사 스릴러다.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의 소재로도 잘 알려진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살인의 추억', '허수아비'
'살인의 추억', '허수아비'


하지만 ‘허수아비’는 기존 수사물과 다른 방향을 택했다. 대부분의 추리극이 범인을 끝까지 숨기며 긴장감을 끌고 간다면, ‘허수아비’는 중반부 쯤 진범 이용우(정문성)의 정체를 공개했다.

그럼에도 긴장감은 오히려 더 커졌다. 작품의 초점이 ‘범인이 누구인가’가 아닌 ‘왜 30년 동안 범인을 놓쳤는가’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박준우 감독은 앞서 “중요한 건 범인이 누구냐가 아니라 왜 30년 동안 범인을 놓쳤는가”라며 “당시 사건 관련자들이 겪은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작품은 DNA, CCTV 등 과학수사 시스템이 부족했던 1980년대 수사 환경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경찰은 지역 남성들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했고, 강압 수사와 폭행 속 무고한 희생자들이 만들어졌다.


특히 최종회에서는 30년 동안 누명을 쓰고 살아온 임석만(백승환)이 재심 끝 무죄를 선고받으며 먹먹함을 안겼다. 반면 차시영은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강태주가 “함께 죗값을 치르자”며 손을 내밀었지만, 차시영은 끝내 외면했다. 이후 법정에서도 그는 “그 어떠한 강압이나 가혹행위도 없었다”며 마지막까지 혐의를 부인했다.


진범 이용우 역시 자신의 범행을 담담히 자백했다. 그러나 강태주는 “행여라도 네가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마라.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은 너였다”고 일침을 가하며 단순한 사이다 대신 현실적인 씁쓸함을 남겼다.

'허수아비'
'허수아비'


무엇보다 ‘허수아비’는 사건 해결 이후에도 남겨진 사람들의 상처를 끝까지 응시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보였다. 진실은 밝혀졌지만,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고, 사건에 가담했던 이들 역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강태주는 “허수아비 당신을 잡겠다고 하다 보니 내가 허수아비가 돼 있더라. 우리 모두 허수아비였다”고 말했다. 범인을 잡았지만 누구도 완전히 구원받지 못한 현실은 작품의 제목처럼 깊은 여운을 남겼다.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박해수는 진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형사 강태주 역으로 극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았다.

이희준은 권력과 욕망 속에서 무너져가는 검사 차시영을 통해 복합적인 악역의 얼굴을 보여줬다.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뻔뻔함과 그 이면의 두려움, 결핍을 동시에 담아내며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정문성은 연쇄살인범 이용우 역으로 섬뜩한 존재감을 남겼다. 담담한 말투와 무표정 속에 감춰진 광기를 표현하며 몰입도를 높였고, 자백 장면에서는 왜곡된 과시욕과 비틀린 심리를 드러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외에도 곽선영, 송건희, 서지혜, 유승목, 허정도, 백현진 등이 각자 인물에 완벽히 녹아든 열연으로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허수아비'는 결말의 메시지와 배우들의 연기가 맞물리며 ENA 월화 드라마 1위라는 기록을 새로 썼고, 단순 수사극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진실이 밝혀진 이후에도 남은 상처와 책임의 문제를 끝까지 다뤘다는 점에서 여운을 남겼다.

사진=ENA, '살인의 추억'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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