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근한 기자) 한화 이글스가 고작 3억원에 150km/h 강속구 좌완 선발 자원을 품은 걸까.
대만 출신으로 KBO리그 아시아쿼터 1호 계약 주인공인 한화 외국인 투수 왕옌청이 스프링캠프 실전 2경기 연속 쾌투를 펼치며 5선발 구도에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만 야구대표팀 최종 명단 탈락이라는 아쉬움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는 분위기다.
왕옌청은 26일 일본 오키나와 나고시영구장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NPB) 닛폰햄 파이터즈 2군과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왕옌청은 최고 구속 150km/h, 평균 144km/h의 패스트볼을 앞세워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 등을 섞어 33구를 던졌다. 스트라이크 비율은 78%에 달했다. 제구와 공격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피칭이었다.
왕옌청은 1회말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곧바로 병살타를 유도하며 흐름을 되찾았다. 2사 뒤 실책과 안타가 겹치며 1, 2루 득점권 위기에 몰렸으나 시바타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2회와 3회는 완벽했다. 왕옌청은 삼자범퇴 2이닝을 연속으로 만들며 안정감을 뽐냈다.
앞서 21일 WBC 한국 야구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도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던 왕옌청은 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개막 로테이션 진입 가능성을 끌어올렸다. 그는 "오늘은 속구 위주로 던졌는데 결과가 좋아 기분이 좋다. 컨디션도 나쁘지 않다"고 담담히 말했다.
왕옌청은 2026시즌부터 시행되는 KBO 아시아쿼터 제도 첫 계약 주인공이다. 한화는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 소속이던 그와 연봉 10만 달러(한화 약 1억 4000만원)에 계약했다.
아시아쿼터 계약에선 연봉·계약금·옵션·이적료를 포함해 최대 20만 달러까지만 지출할 수 있다. 왕옌청의 경우 연봉 10만 달러, 이적료 역시 10만 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총액 약 20만 달러, 한화로선 3억원 남짓 투자로 강속구 좌완 선발 투수를 영입한 셈이다.
2001년생인 왕옌청은 2019년 라쿠텐과 국제 육성 계약을 맺고 NPB 이스턴리그에서 성장했다. 왕옌청은 NPB 2군 통산 85경기(343이닝) 20승 11패 평균자책 3.62, 248탈삼진을 기록했다. 특히 2025시즌 NPB 2군에서는 22경기 등판(116이닝) 10승 5패 평균자책 3.26으로 리그 상위권 성적을 냈다. 빠른 템포와 공격적인 투구, 그리고 퀵모션이 강점으로 꼽힌다.
NPB 외국인 보유 제한 규정에 막혀 1군 무대를 밟지 못했지만, 왕옌청의 잠재력은 꾸준히 인정받았다. 2018 U-18 아시아선수권,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등 대만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국제 경험도 적지 않다.
사실 이번 한화 스프링캠프 최대 변수는 WBC 대표팀 합류였다. 특히 왕옌청은 지난 1월 대만 대표팀 예비 캠프에 참가하며 대표팀 승선을 기대했으나, 지난 6일 발표된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한화 역시 한국과 대만이 같은 조에 편성된 만큼 동료들끼리 맞대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예상 밖 결과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화에는 호재가 됐다. WBC 출전 없이 팀 훈련에 집중하며 투구 수를 빠르게 끌어 올린 왕옌청은 정규시즌 개막 일정에 맞춘 투구 컨디션 조율이 가능해졌다. 류현진의 WBC 참가, 문동주의 어깨 통증 변수 등으로 선발진에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왕옌청의 존재가 큰 힘이 될 수 있다.
150km/h 좌완, 안정된 제구, 낮은 비용. 조건만 놓고 보면 가성비 초대박에 가깝다. 물론 KBO리그 적응은 또 다른 문제다. 하지만, 왕옌청이 두 차례 실전에서 보여준 구위는 기대치를 한껏 높이기에 충분했다.
대만 대표팀 최종 승선에 실패한 왕옌청은 전화위복의 마음으로 한화 5선발 자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어쩌면 대만 야구대표팀이 향후 큰 후회를 할지 모른다. 정규시즌 개막과 함께 왕옌청이 곧바로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한다면, 한화의 3억원 투자는 리그 전체가 주목할 신의 한 수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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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